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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영점(零點)을 잡는다면서 타깃을 움직이나?
   

군대가 싫은 것은 한창 젊은 시절에 메여 있으면서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사격은 군기를 바짝 잡기 위해 험한 욕설과 얼차려가 기본이었다. ‘오발은 백발백중’이라는 말을 이등병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제 정신 가진 병사들도 사격장에만 가면 얼이 나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훈련관들은 한층 더 사납게 군다.

군수담당 행정병으로 근무를 했기에, 자대 배치 받고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대대 군수사무실도 소수 인력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데, 보급품을 수령하기 위해 외근 나간 사람들이 매일 몇 명씩 됐다. 나머지 인원들은 밥도 교대로 먹으며 일 할 수 밖에 없었다. 소속 중대에서 생기는 각종 행사, 훈련, 작업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사실 이등병 때 중대 막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취사장 뒤편 시멘트 타설 작업에 동원된 적이 있었다. 그날 오후 중대 살림을 맡은 중사인 인사계가 소령 진급을 눈 앞에 둔 군수과장에게 심하게 야단 맞은 뒤로는 작업이라는 것을 해 본 적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중대장 지휘로 사격 훈련을 가게 되었다. 지급 받은 소총의 영점을 잡아야 했기에 빠질 수는 없었다. 중대장 성격이 보통이 아니었는데, 사격장으로 이동해서는 막내 이등병인 내게 제일 먼저 기회를 주었다. 세발씩 들어 있는 탄창 세 개로 영점을 잡는데 나는 탄창 두 개만 소진하고 하나는 반납을 했다. 그리고 중대원들 모두가 훈련에 임하는데도 불구하고 홀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시키는 대로 집중해야 영점을 잡을 수 있어

사격에 소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첫 세 발 사격 때 표적지 좌상부에 손톱만큼의 간격으로 탄착군을 이뤘다. 선임병이 총을 조절해준 뒤에는 세발 모두 표적지 중앙에 들어왔다. 중대장은 영점을 제대로 잡았기 때문에 더 사격할 필요가 없다며, 먼저 돌아가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사격 두 번 만에 정확하게 영점 조절된 사례는 중대장도 두 번째 경험이라 했다. 사실, 훈련소 때에도 한 구멍에 두 개의 총탄이 지나간 표적지에 오히려 조교가 놀라워했던 적도 있었다. 시력도 나쁘고, 체력이나 운동신경도 그저 그런 나였는데, 두 번 모두 시키는 대로 집중한 결과였다.

1키로미터가 넘는 산 길을 나 홀로 내려 오며 의아한 생각을 했다. ‘뭐가 이리도 싱겁게 끝나지?’ 하지만 사격장 모퉁이를 돌며 뒤돌아 본 풍경은 살기 등등한 사격장 풍경 그대로였다. 나보다 더 고참들인 일병 상병들이 오리 걸음을 하고 있었고, 선착순을 하고 있는 고참들도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제대로 된다. 총탄 하나도 비용이고, 시간도 비용이다. 그런데 시키는 대로 집중하지 않아서 제대로 된 탄착군조차 만들지 못하는 병사들에게 영점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육체적인 자극이 가해지는 것이다. 제대로 영점조차 잡히지 않은 총으로 전쟁터에 나간다면 승패는 뻔하다. 때문에 피가 나고 알이 배기는 훈련이 계속된다.

애연가들이 욕을 먹는 것은 연기와 담뱃내를 폴폴 풍기며 2차 3차 흡연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엔 영화에서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있거나, 라이터로 신기한 재주를 부리기도 하고 담배를 피운 뒤엔 손가락으로 튕겨서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멋있게 보일 때도 있었다.

대학교 2학년때 배운 담배를 지금까지 끊지 못하고 있다. 처음엔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억지로 입에 물고 있었지만, 어느 틈엔가 중독이 됐다. 해비스모커는 아니지만 이틀에 한 갑 꼴은 피운다. 하지만 지금까지 길바닥에 꽁초를 버린 경우는 다 합쳐서 두세 번 정도다. 습관적으로 꽁초를 담배갑에 다시 넣는다. 남들은 새 담배에 꽁초 냄새 배이게 왜 그러냐 하지만 어차피 내가 피울 담배, 냄새 좀 배여도 거기서 거기란 생각이다.

결혼 전엔 길에 꽁초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들었다. 담배 꽁초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피우던 담배갑 아니면 호주머니에 넣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며, 반듯해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달라졌다. 담배 꽁초 때문에 심한 소리를 들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꽁초가 든 담배갑을 넣고 다니니 옷 마다 담배 냄새가 쩔어 있다는 것이었다. 어쩌다 셔츠 호주머니에 담배 꽁초가 든 줄을 모르고 세탁기에 넣었다가 빨래를 다시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러 번 겪은 일이라 무덤덤해 졌지만 초기엔 ‘생각이 이렇게 달라질까’하며 의아해 하기도 했다.

각 기업들마다 비전과 미션을 두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 가기를 바란다. 업의 내용이 변하지 않는 기업들도 많지만, 시대적 상황에 맞게 그때 그때 변신을 하는 기업도 많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서 정해둔 기본과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일은 해마다 반복되지만 이렇게도 했다가 저렇게도 하는 경우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사람들을 무능 개미지옥으로 빠뜨린다.

‘웬만한 일은 현업에서 판단해서 결정하라.’ 아주 간단한 원칙이지만 한국 직장에서는 사실 이 보다 더 어려운 일도 없다. 웬만한 일이라는 범주가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담당자가 윗선에 보고를 하게 되면 ‘뭘 이런 것까지 시시콜콜 보고하냐,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냐?’고 면박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 다음 번 경우에 전년도에 있었던 일을 잣대로 스스로 판단해서 진행하면, ‘왜, 보고도 없이 알아서 했냐?’고 꾸지람 듣기 일쑤다. 보고를 하면 보고 했다고, 보고를 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당하는 입장은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마 대부분 다 경험해 봤을 것이다.

 

후배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훔치고 웬만한 건 타박만

지난 이십여 년 동안 경제 사정이 좋았다고 생각된 적은 거의 없었다. 회사가 꽤 잘 나가다가도 재무상황이 극도로 나빠져서 늘 부족한 예산에 전전긍긍 했던 기억뿐이다. 때문에 연말에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욕을 먹으면서도 감수해 내야 하는 것이 팀 예산이다. 늘어난 언론사 숫자와 회사를 더 매서운 눈초리로 감시하는 눈들이 늘어나던 마당에 예산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줄어드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예산을 따 내고 난 뒤에도 매달 버거운 살림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광고나 협찬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신에 거의 모든 언론사의 행사라는 행사는 물론이고 편집국으로 뻔질나게 드나들며 발품을 팔고 눈도장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에서 호출을 해서는 돈을 주라고 하는 때가 있었다. 언론사일 때도 있었고, NGO단체 같은 곳일 때도 있었다. 부득이하게 해야 하는 경우 보고하고 품의를 올리면 면박만 당했는데, 느닷없이 선심을 쓰란다. 그런 뒤엔 팀 운영이 더 힘들어졌다. 뭔가 개인적 관련이 있는 곳이었다.

경기가 좋지 못했기에 느닷없이 비싼 몸값의 임원이 나타나기도 했고,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꾸역꾸역 버티는 임원들도 많았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방해공작을 펼친다는 것이다. 자신이 상사에게 더 높이 평가 받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만 있다면 회사의 이익 따위는 무시해버리거나, 팀원들이 몇 곱절 고생하는 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습성이 있기도 했다. 좋은 보고 꺼리는 새벽부터 나타나서 챙기면서 부담스런 것들은 후배에게 미뤄 버리고 되레 화부터 냈다.

굳이 그런 곳까지 왜 챙겨 가나 싶은 곳에 가보면 뭔가 먹을 것이 있었고, 응당 가야 될 곳을 왜 챙기지 않나 싶은 곳엔 극복해야 될 불편함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진 조직은 건강하지 못한 징표다. 병든 조직에서는 본질적으로 진정한 승부를 할 수 없다. 병든 조직은 기본과 원칙이 존중되지 않고, 본질과 동떨어진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후배의 괜찮은 아이디어는 보고서 앞장을 뜯어내고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보고하고, 그 외엔 어떤 아이디어를 내도 삐뚜름한 눈길로 쳐다본다. ‘이따위로는 어림없어’ ‘예산이 없잖아’라면서 타박만 늘어 놓는다. 아무도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 조직이 싸우는가’하는 기본 철학이 빠져있다.

한 공장에서 만든 총이라도 총알이 똑 같은 괘적을 그리며 날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총마다 영점을 잡기 위해 피가 나고 알이 배기는 고통을 감수한다. 그런데 자신의 입장이 조금 난처해지고, 약속을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좌상탄이 났으니, 표적을 좌상으로 이동시키라고 한다면 제대로 된 영점 잡기는 글렀다고 봐야 한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여서 ‘이래도 안 될 거야’ ‘하자고 해놓고 틀림없이 안 할 거야’로 오조준 된 일들은 잘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2.05  19: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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