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IT 업계가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인류 미래의 진화를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기기들이 발전하는 한편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나아가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상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기술 발전의 주체다. 어차피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IT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인재, 전문가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지점에 있다.

▲ AWS 공공부문 서밋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기술 발전은 자신있다. 문제는...”
테레사 칼슨 AWS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공공부문 서밋을 통해 클라우드 기술력을 극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클라우드의 보안 문제는 불식됐다. 오히려 보안 때문에 클라우드를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면서 “거브 클라우드와 시크릿 리전, 탑 시크릿 리전을 제공하며 서비스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면서 아마존 오로라는 물론, 아마존 인스펙터도 지원된다고 발표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AWS, 나아가 클라우드 업계 전체가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그는 “보안은 클라우드 확장의 장애물이 아니다”면서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AWS 에듀케이트 확장은 물론 대학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한편 노던 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와 협력해 클라우드 관련 전문 학위를 신설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인재 양성을 위한 단기적 전략에는 퇴역군인 채용계획으로 확정됐다.

AWS는 인재 확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AWS 에듀케이트가 대표적이다. AWS 에듀케이트는 AWS가 클라우드 전문가 양성을 위해 구축한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은 빈센트 콰 AWS 아태지역 및 일본 지역 연구, 의료 및 비영리 조직 부문 총괄은 "한국에서 AWS 에듀케이트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교육기관, 학생과 함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WS 에드스타트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AWS의 에드테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AWS 에듀케이트의 타깃이 학생이라면, 에드스타트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초기 단계의 에드테크 기업들은 AWS 크레딧, 커뮤니티 등 다양한 기술을 제공받는다. AWS 리전의 강력한 인프라 지원은 덤이다. 여기에는 인재를 확보하려는 AWS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IBM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IBM과 교육부는 지난 9월17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컨퍼런스장에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기반의 새로운 교육 모델인 5년제 P-테크(P-TECH)를 2019년 개교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미국, 모로코, 호주,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성공적인 P-테크 모델을 도입한 6번째 국가가 됐다.

▲ IBM의 P-테크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한국IBM

협력의 결과물은 서울 뉴칼라 스쿨 (Seoul New Collar School)로 명명됐다. 고등학교 3년과 전문대 2년을 연계한 5년제 통합교육과정으로 운영되며, 졸업 후에는 고등학교 졸업장과 2년제 전문학사 학위가 주어진다. P-테크는 학생들에게 멘토링, 기업 방문 및 현장학습, 유급인턴쉽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통신기술 및 STEM 기반의 직업을 일찍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P-테크는 교육계와 산업계, 정부가 힘을 합쳐 업무 현장에서 즉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자하는 고등학교와 전문대 연계 교육 모델”이라며, “교육부는 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교육제도와 정책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인재를 확보하려는 IT 기업의 노력은 다양하다. 자사의 경쟁력을 일부 공개해 생태계를 ‘맛보기’로 보여주는 한편, 필요하다면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유혹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국내 인재들을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사회공헌의 형태로 인재를 확충하는 사례도 많다. 중국의 화웨이는 Korea Seeds for the Futur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ICT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 통신 산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증진해 장기적으로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싱가포르를 비롯해 96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의 280여 개 대학에서 약 3만5000여 명이 넘는 대학생이 참가했다.

퀄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KAIST에서 퀄컴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퀄컴코리아 R&D센터의 황규웅 이사가 참석해KAIST 공과대학 대학원 10팀과 및 학부생 3팀에게 연구 지원금을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퀄컴 이노베이션 어워드는 혁신을 위해 도전하는 창의적인 인재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공계 학생들에게 연구 장학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 퀄컴의 사회공헌도 인재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출처=퀄컴 코리아

고스팅 문제까지...난관 해결은?
IT 업계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빅데이터 전문가를 찾는 모집공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며, 인공지능 전문가는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는 지난해 12월 경제동향종합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고스팅(ghosting)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고스팅은 최초 연인들이 다투거나 마음이 맞지 않을 경우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현상을 말하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신입사원이 기업에 입사한 후 예고도 없이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는 현상을 주로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정도로 심각한 이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9 CIO 서베이(2019 CIO Survey)의 결과를 발표하며 인공지능을 도입한 기업의 수는 지난 4년 간 270% 증가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세 배나 늘어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가트너 수석 리서치 부사장인 크리스 하워드(Chris Howard)는 “4년 전에는 인공지능 구현이 흔치 않았으며, 인공지능을 도입했거나 곧 도입할 예정이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10%에 불과했다”면서 “2019년 설문조사에서는 그 수가 37%로 크게 늘었다. 4년 만에 270%나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크리스 하워드 수석 리서치 부사장은 “복잡한 업무를 완전히 대신할 일반적인 인공지능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가트너가 ‘증강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라고 부르는 인공지능 증강 작업 및 의사 결정학(decision science)의 차원에는 이미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 업계의 전문가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관건은 전문 인력이다. 가트너 리서치 서클 서베이(Gartner Research Circle Survey) 응답자들 중 54%는 기업이 마주한 가장 큰 난관으로 전문인력 부족을 꼽았다.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있으나 이를 운용하고 활용할 전문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동력이 창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크리스 하워드 수석 리서치 부사장은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CIO의 창의력이 요구된다”면서 “마땅한 인력이 없다면, 통계나 데이터 관리 관련 경력을 갖춘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생태계 및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일자리 공유의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