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명관 마케팅스페셜리스트
現 중소기업청 시니어 창업지원단 전문위원
現 중소기업혁신경영연구원 전임교수
現 교보BOOK 멘토

2011년이 기울어간다. 다사다난이라 표현해도 모자랄 정도로 격동의 한해였다. 공포스럽게 밀려온 미국과 유럽이라는 두 거인의 추락은 이슈를 넘어 경악 그 자체였다. CNN은 연일 이 나라들의 천문학적인 부채와 고용률 0%, 더블딥이라는 굵직한 헤드라인을 뽑아냈다. 함께 잘 살아 보자던 EU는 함께 망하는 애물단지로 변했으니 격세지감을 느낄 만한데 우리의 두려움은 몇 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경제공황의 도래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경영하거나 시장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부담일 수밖에 없으며 예전과 달리 우호적이지 않은 고객의 결정권은 안개와 같은 전망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작고 세분화된 시장에서의 생존은, 처절할 수밖에 없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으며 무너진 산업경계는 춘추전국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일례로 커피시장을 들여다보면 차라리 누가 경쟁사이고 누가 시장을 주도하는 리더 브랜드인가 분석조차 힘들 정도다. 핸드드립 커피를 애호하는 고객은 일단 바리스타의 정성이 담긴 커피전문점을 찾기도 하지만 굳이 전문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오피스나 집에서 직접 드립해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커피전문점 또한 현장판매만 주력하지 않는 데, 일례로 스타벅스의 ‘비아’는 20여년간 연구 끝에 탄생시킨 인스턴트 커피를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맛과 유사하다해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런 예는 비단 스타벅스의 예로 한정짓지 않아도 동서식품의 인스턴트 커피인 ‘카누’의 경우 커피전문점과 같이 에스프레소 추출법을 통해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그대로 즐기게 한 점에서 주목된다.

이것은 어찌 보면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졌거나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가 반영돼 철옹성 같던 장기 브랜드의 붕괴를 예고하는 이른바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의 지각변동현상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의 정확한 욕구와 필요를 발견하고 자신들만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해 경쟁우위를 설정해야 할 마케터로서 두 가지 난해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 첫째가 자신들의 적확한 위치 즉, 포지셔닝이며 또 하나 피아간에 구분되지 않는 경쟁사의 분석과 방심할 수 없는 경쟁사의 공격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학습지 시장에서 학습지를 유일하게 경쟁상대로 여겨오던 관행을 버려야 할 때가 도래했다고 여겨지는데 느닷없는 학원가의 학습지 진출은 예상치 못한 경쟁상황이 되어 버린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되면 수성해야 할 기존 브랜드의 마케팅전략이나 프레임은 당연히 바꾸어야 되며 당분간은 저돌적인 이방인의 득세에 수수방관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누가 우리의 경쟁자인가는 결국 기업의 생존과도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화두이므로 기업의 마케팅 전략가들의 심사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거 계산에도 없던 유통업체의 시장 진입이 고착화된 시장의 뇌관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높아 가는데 2012년은 그야말로 경쟁사를 분석하고 공격하고 방어하는 일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2012년, 기업은 어지러운 롤러코스터를 타야 하는 운명 앞에 놓인 것 같아 보인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