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현대인의 우울증 발병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울증은 하나의 상병으로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6년부터는 실손의료보험도 적용받는다.

그러나 국내 우울증 환자들에게 보내는 보험회사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실정이다. 우울증으로 인해 암보험 가입을 거절당했거나, 태아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는 사연은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보험회사들은 모든 우울증 환자들을 한결같이 차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증상의 정도와 약물의 종류 등에 따라 차별 대우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가벼운 우울증 환자의 경우에도 보험 가입에 있어서 거절을 당하는 등 차별이 심각한 현실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정신질환자 수가 증가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해 환자의 의료비용과 소득을 보상하는 ‘정신질환치료비보험’과 ‘정신질환취업불능보장보험’을 개인보험 상품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품들은 특별약관 상품의 형태로 판매 중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니혼생명과 스미토모생명, 아사히생명은 취업불능보장을, Neofirst Life와 AXA Life Japan은 치료비 보장을, Zurich Life Japen은 치료비‧취업불능 보장을 제공한다.

영국 E보험회사의 경우는 경증의 우울증이 1회 발병한 환자들에게 보험 가입에 있어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중증일 때부터 보험료를 150% 할증하는 등의 심사 기준을 갖고 있다.

미국의 T보험회사도 마찬가지로 경증의 우울증 환자에겐 보험 가입에 제약을 두지 않았으며, 보통 이상일 때부터 제한이 없거나 할증을 하는 등의 인수 심사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우울증 환자들을 위한 보험 상품은커녕 이들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혜택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실손의료보험은 2016년 이전 가입자라면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국내 보험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유병자 보험 시장을 활성화시키려 노력 중이다. 유병자 전용 간편심사보험부터 유병자 전용 실손의료보험까지 시장에 나온 상황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예외다. 간편심사보험과 유병자 전용 보험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국내 보험회사에서는 해외 선진국과 달리 아직까지 우울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내 보험 소비자들은 우울증 진료를 비롯해 치료 등에 대한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 혜택 적용까지 거부한다. 혹시 모를 불이익과 우리 사회의 편견을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울증은 이제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느라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마땅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등의 사례가 늘고 있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국민들의 위험을 책임질 보험회사에서부터 우울증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이 없어야 한다.

이후 각 보험회사들은 선진국의 사례를 발판 삼아 늘어가는 우울증에 대비한 보험 상품부터 이들을 위한 유병자 전용 상품까지 개발하는 등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존 상품에 있어서도 우울증 환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인수 심사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