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능은 물론 영상기능이 탑재돼 외부에서 실내를 확인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가 맞벌이 부부에게 인기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탱고뷰’.


로봇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장난감 이야기가 아니다. 마치 영화처럼 로봇들이 인간의 친구로 다가온다. 산업현장나에서 보던 로봇들은 이제 집으로 들어와 청소를 하고, 아이의 공부를 책임지고 건강을 체크한다. 길을 안내해주거나 상담을 통해 사람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등 정신적 지주 역할도 할 정도다. 로봇이 열어가는 새로운 시대를 미리 짚어본다.

#1 싱글인 김정민씨는 요즘 퇴근하면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최근 큰마음을 먹고 구입한 로봇청소기가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퇴근후 구석구석 다니면서 깨끗하게 청소해놓은 모습을 보면 마치 우렁각시와 함께 사는 뿌듯함이 들 정도다.

과거에는 퇴근하면 방 곳곳에 쌓인 먼지때문에 괜히 기분까지 우울했었다. 김씨의 친구노릇을 하는 이 청소로봇은 알아서 충전도 하고 먼지봉투도 비운다. 심지어 먼지만 쌓이면 알아서 작동할 정도로 센스가 뛰어나다. 아니 그런 센서를 지니고 있다.

#2미국 시카고. 정체모를 비행선이 이동하면서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군인들이 자동소총으로 응사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난뒤 로봇이 등장했다. 군인들을 향해 미사일을 쏘았다. 시민과 군인들은 로봇이 쏜 미사일 파편에 튕겨져 나갔다. 로봇은 또 다시 사람들을 향해 달려와 한 명씩 하늘로 내동댕이 쳤다.

현장은 처참했다. 이는 미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던 영화 ‘트랜스포머 3 패자의 역습’의 한 장면이다. 미사일 파편으로 튕겨져 나간 군인과 시민들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다. 바로 애니메트릭스라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컴퓨터그래픽을 싫어하는 할리우드 몇몇 감독들이 주로 애용한다. 애니메트릭스는 특수분장과 로봇기술의 합작품이다. 기존 문화영역에서 활용되는 기술로 사람과 동물의 얼굴 표정을 구현해낸다. 실제 표정과 행동을 구현해내는 제품으로 국내에서도 몇몇 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이다.

로봇들은 이미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산업현장을 벗어나 이제 알아서 청소를 하거나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눌 정도로 발전했다. 그동안 이런 실생활 로봇들은 행사를 위한 전시 수준에 불과했다. 손을 잡고 악수를 하거나 춤을 추고 대회를 통한 결투를 벌이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많았다.

로봇들의 지능도 껑충 뛰었다. 청소뿐 아니라 빨래나 설거지를 도와주는 ‘살림 로봇’도 개발 중이다. 맞벌이 시대와 더불어 고령화시대가 도래하면서 로봇의 역할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집에선 청소·아기 돌보기까지 척척

유진의 '로봇샘'(왼쪽)과 퓨처로봇의 안내로봇인 '퓨로'(오른쪽).

로봇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산업현장이 아닌 ‘가정’이다. 가정용 로봇은 크게 가사를 지원하는 형태와 건강을 지원하는 헬스케어로 나뉜다. 가사용 로봇은 청소로봇을 시작으로 집사로봇, 정원 등 실외 관리 로봇, 심부름, 정리정돈 로봇이 있다. 건강은 노인 치매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로봇을 시작으로 , 노인생활, 근력보조(노약자용 헬스), 가족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생활건강 로봇들이 있다.

우리 가정에서 제일 종류가 많은 로봇은 AI(인공지능)를 탑재한 청소기 로봇이다. 과거에는 혼자서 돌아다니는 수준이었지만 최근 출시한 제품들은 새로운 기능들이 업그레이드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로봇청소기는 단순한 가사도우미였지만 최근 출시한 청소로봇은 새롭게 진화한 로봇이다”면서 “앞으로 소비자 생활을 위한 필수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 그리도 삼성전자가 내놓은 로봇 제품들이 대표주자라 할만 하다. 10여개의 고성능 센서를 통해 장애물 판독은 물론 벽면으로 가까이 다가가 구석구석 꼼꼼하게 청소할 정도로 지능이 뛰어나다. LG 로보킹 트리플아이는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해 1.5m 이내에서도 명령어를 말하면 자유자재로 주행할 수 있다. 또 스스로 이상현상이 있는지 검사하고 음성으로 그 결과를 알려준다.

이 제품들의 다른 특징은 밖에서 스마트폰이나 PC로 집안 내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쓰레기통까지 스스로 비우는 청소기 로봇도 있다. 카처 로봇은 내부의 쓰레기통이 다 차면 센서가 작동해 도킹스테이션으로 스스로 찾아가 쓰레기통을 비운다.

인간과 감성을 교류하는 애완 로봇을 비롯해 오락, 친구, 취미생활을 지원하는 로봇 제품들도 속속 생활속으로 합류하고 있다. KT가 아이리버와 함께 개발한 유아용 로봇 '키봇'은 출시 4개월 만에 1만여대를 판매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아이들이 동물 모양의 카드를 통해 직접 조작할 수도 있고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키봇은 무선인터넷 와이파이와 인터넷전화를 통해 영상통화는 물론 원격감시도 가능하다. 집 밖에서도 아이들과 쉽게 영상통화를 할 수 있어 맞벌이 부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대경산업의 헬스케어로봇 ‘체어봇’. 혈압과 심전도, 체지방 등을 검사해 이상 유무를 알려준다.


노인들을 위한 헬스케어 로봇들도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대경산업이 출시한 체어봇은 혈압과 심전도, 체지방을 측정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로봇이다. 생체 측정정보를 이용해 사용자의 신체 상태를 판단한다. 안마 기능도 포함됐다. 생체 정보를 이용해 체어봇 스스로가 안마할 부위를 찾는다.

체어봇은 사용자의 건강관리 DB를 구축해 스스로 사용자의 건강관리를 검사하고, 병원과 연결해 적절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기능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로봇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또 다른 분야는 ‘에듀테인먼트 로봇’이다. 지식경제부도 2008년부터 100여개의 학교에서 교육용 로봇 시범사업을 벌이며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에듀테인먼트 로봇들도 과거에 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형태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학습이 가능한 것은 물론 집중력이 떨어진 학생을 찾아내는 등 수많은 기능이 탑재됐다.

교육현장선 선생님으로 맹활약
유진의 '로봇샘'은 집단수업이 가능할 정도의 지능을 가진 로봇이다. 교실에서 TV와 PC 전자칠판과 연동이 가능하다. 영어를 가르칠 때는 학생과 교사, 원어민 교사와 상호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충북과 경기도의 초등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맹활약 중이다.

로봇샘이 이렇게 똑똑한 것은 수많은 인식 시스템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영상으로 학생들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음원, 음성, 발표자를 인식하도록 설계됐다. 또 사물과 동작 인식시스템을 탑재해 수많은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답을 전할 수 있다.

로봇 공연도 인기다. 최근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는 로봇들을 이용한 음악극 ‘로봇타타와 뮤직로봇- 지구를 지켜라’라 공연됐다. 2.5m의 대형 로봇이 44개의 건반을 한꺼번에 두드리고 전자기타와 북, 탬버린 등으로 연주하는 다양한 타악기 로봇들이 등장해 무대를 달궜다. 이들 로봇은 단순히 음악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소통을 했다. 최첨단 로봇기술에 문화예술 분야를 입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안내로봇은 이제 일상 생활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대형공간에서 길 안내는 물론 다양한 업무 등을 척척 해낸다. 퓨처로봇의 퓨로는 현대아산기념 전시실에서 큰 인기 직원이다. 전시물 안내는 물론 투어 역할도 해내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것도 로봇 특유의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 4개월째 근무 중인 퓨로는 최근 전자랜드 면세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코엑스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퓨로의 장점은 단순한 전시 안내가 아닌 실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는 주문 결제가 가능하도록 실행하면 로봇이 손님에게 찾아가 자동으로 주문과 결제를 한다.

교도관·집사로봇 등장도 시간문제
영화나 먼 미래에서 볼 수 있는 로봇도 등장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최근 아시아교정포럼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함께 ‘로봇교도관’을 개발해 내년 3월부터 배치할 예정이다. 로봇은 우선 총 3대가 먼저 제작되며 포항교도소에서 시험 운용할 계획이다. 이 소식은 벌써 해외에서 화제다.

쓰레기까지 비우는 로봇청소기 ‘카처’. 가격은 248만원(왼쪽). 자동으로 이상부분을 검사해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한 LG전자의 ‘로보킹’(오른쪽).


로봇교도관은 수형자가 폭력적인 행동 등 이상행동 판별장치를 갖고 있어 원천적으로 차단이 가능하다. 또 원격 대화 기능을 갖춰 수형자와 교도관이 직접 연결하는 전화 역할도 하고 있다.

단순한 살수 형태가 아닌 인공지능형 화재 진압 로봇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그동안 화재 진압 로봇들이 개발돼 현장에 투입됐었다. 그러나 이는 작동자가 직접 조정하는 형태로 화재 현장 안까지 진로 확보가 힘들어 투입이 한정됐었다.

부천산업진흥재단은 최근 700도 초고온에서 작동할 수 있는 로봇인 워터리스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로봇은 화재 진압 때 가장 중요한 화점을 분석해 조준 분사가 가능하고 카메라가 달려 있어 화재 지역 내에 영상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가정용 로봇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 맞게 다양한 인공지능 로봇들이 대거 준비 중이다.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농촌진흥청, 국방부 등이 참여한 로봇융합포럼은 올해 초 정기총회에서 다양한 가정용 로봇 개발을 담은 ‘로봇 제품맵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 따르면 집사로봇은 2015년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집사로봇은 가스 누출이나 위험, 돌발 상황을 수시로 체크해 주인에게 알려주고 집을 비울 때는 경비 역할도 한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내년부터는 헬스케어 관련 로봇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우선 지능형 가변휠체어 로봇들이 3~4종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휠체어는 틈이나 문턱, 계단 같은 장애물을 자동으로 인지한다. 또 노인생활을 보조해주는 로봇과 대화를 주로 나눠주는 친구 로봇도 2015년에 등장할 예정이다. 어린 아기들이 걷는 것을 도와주고 주변 환경을 인식해 아기들을 위험에서 예방해주는 로봇도 5년 후에 등장할 예정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로봇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기술들은 주변산업과 관련해 핵심적인 부품들이 들어가는 산업이다”면서 “따라서 로봇기술은 향후에 어느 나라가 쥐느냐에 따라서 세계 시장과 산업을 선도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분명 유망산업이었지만 시간과 투자와 기술이 승패가 갈렸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하더라도 가격이 문제였다. 로봇 하나 값이 스포츠카와 맞먹을 정도의 가격은 실생활로 들어오기 힘들었다. 그러나 달랐다.

서비스로봇 시장 2018년엔 1000억 달러
세계 로봇시장은 지난해 94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에 비해 70% 이상 성장한 것이다. 로봇시장이 이처럼 크게 성장한 것은 산업용보다 서비스 로봇 시장이 급성장해서다. 국제로봇연맹(IFR)과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 등이 조사한 전망치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2013년 300억달러 규모로 형성하고 2018년 100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산업실태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로봇시장 규모는 생산액 기준으로 1조7848억원(2010년)이다. 이 가운데 전문서비스용은 995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562%로 성장했다. 개인서비스용은 1717억원으로 185%나 성장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1조4111억원으로 규모는 가장 컸지만 전년 대비 69% 성장하는데 그친 것으로 조사돼 생활로봇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로봇전문기업도 총 334곳으로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 기업이 35개, 100억원 이하 기업이 100개, 10억원 이하 기업이 199개로 조사됐다. 전체로봇 기업 가운데 진입을 검토 중이거나 개발단계 기업은 173곳으로 많은 기업들이 로봇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테크원과 포스코 등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로봇산업에 뛰어들면서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올해 7월 로봇법을 개정하고 로봇산업클러스트 조성사업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육성하는 중이다. 지식경제부는 2013년까지 교육용과 의료용, 소방용 등 8~10개 분야를 선정해 시범사업으로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획재정부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의료, 사회안전, 첨단제조를 중심으로 센터구축과 상용화 기술개발 등 로봇산업클러스트 조성사업을 위해 2328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포스코·KT 등 대기업 참여 본격화
가정과 교육, 헬스케어 등 로봇비즈니스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도 대거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저마다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으로는 키봇을 출시해 큰 재미를 본 KT가 사업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키봇의 예상 외 선전은 물론 와아파이와 인터넷 영상통화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등을 이용한 책 읽기 등 로봇산업과 연관된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서비스 로봇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 여러 행보도 보이고 있는 중이다.

포스코는 최근 기술연구원, 포스코 ICT,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지능로봇연구소, 포스텍 등 5개 기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포스로봇 연구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산업현장에 활용할 로봇을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도 최근 관절수술 로봇 기업인 큐렉소를 인수했다. 3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야쿠르트가 이처럼 자금력을 토대로 로봇회사를 인수한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야쿠르트는 발효유 사업 외에 최근 헬스케어 등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로봇산업이 크게 발달하면서 의료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