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게임 장르를 개척하기도 하고 차세대 플랫폼 게임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회사의 캐릭터 IP를 키우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콘텐츠 확장

▲ 카카오프렌즈 이미지. 출처=카카오게임즈

새로운 장르 개척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임사는 카카오게임즈다.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각자 대표는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자사의 사업 방향을 기존 사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매출액 대부분은 검은사막, 배틀그라운드 등 PC게임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프렌즈게임즈를 통해 프렌즈 IP를 이용한 자체 개발 캐주얼 게임 개발·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새로운 사업 전략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임(Game)과 접미사 ‘화(化, fication)’를 합친 신조어로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미, 보상, 경쟁 등의 요소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 첫 번째 예로 카카오게임즈는 10일 프렌즈타임에서 전 국민 가위바위보 테스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기 캐릭터 라이언과 실시간으로 가위바위보 대결을 통해 승리하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형식이며, 최종 우승자에게 1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처음 선보인 이 서비스는 사전예약 신청자 146만명을 넘기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프렌즈타임은 별도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게임별에서도 할 수 있다. 남궁훈 대표는 “이것이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가벼운 게임들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테스트에서 게임 시작 전 광고를 보여줬다. 향후에도 이 같은 방법으로 수익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하이퍼 캐주얼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과 페이스북, 앱, HTML5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삶을 게임으로 담아내는 형태의 라이프 MMO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게임의 윤곽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자전거, 걷기, 여행 등 실제 삶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다른 유저들과 연결해 주고 MMO(다중접속온라인) 게임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남궁 대표는 스키, 자전거, 탁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형태의 게임은 남궁 대표의 취향에서부터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남궁훈 대표는 “자전거를 시작으로 걷기, 여행하기 등 우리 삶 자체를 게임화하는 프로젝트팀을 분사하고 적극적인 팀 구성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과거 나이키는 자신들의 경쟁사가 닌텐도라고 밝혔다. 우리는 게임 유저층이 아닌 나이키 유저층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은 게임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이를 수익화로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통한 기존의 안정적인 매출원이 있다는 점과 지난해 연이은 대규모 투자 유치로 총알을 확보한 점은 긍정 요소다.

스마일게이트, VR 게임 시장 진입

▲ 포커스온유 플레이 영상. 출처=스마일게이트 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모바일에선 에픽세븐, PC에선 로스트아크로 승승장구한 스마일게이트가 올해엔 VR 게임 시장까지 조준하고 있다. 출시 예정 타이틀은 두 개로 ‘포커스온유’와 ‘파이널 어썰트’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9월 도쿄게임쇼에서 포커스온유의 프로모션 영상을 공개했다. 자체 개발 타이틀인 이 게임은 사진을 찍는 고교생이 모델 지망생 여주인공과 데이트 등 상호작용하는 게임이다. 포커스온유는 이달 말 대만에서 열린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최초 시연이 펼쳐졌고 출시 마지막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별 특성에 맞는 현지 인기 성우를 기용하는 등 현지화에도 힘쓰고 있다는 뜻이다. 

북미 VR 게임 전문 개발사인 페이저 록 인터렉티브(PLI)와는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판권을 확보한 파이널어썰트를 개발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퍼블리셔 역할을 맡았다. 이 게임은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VR 게임이며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RTS 장르는 PC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장르가 VR에서 어떤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할지가 관건이다.

▲ 파이널어썰트 플레이 모습. 출처=유튜브 갈무리

스마일게이트 측은 VR 게임 서비스에 대해 “회사의 신사업 육성 차원에서 VR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점점 VR 기기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고 상용화되는 추세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출시 일정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또 하나의 자체 개발 VR게임 ‘로건’도 개발 중이다. 로건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유저가 도둑(로건)이 되어 블랙스톤 캐슬에서 발생한 사건을 풀어가는 잠입 액션 어드벤처 VR 게임이다.

오래 지연된 K팝과 K게임의 만남, 넷마블 

▲ 'BTS 월드' 이미지. 출처=넷마블

넷마블은 지난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출시 일정이 계속 미뤄진 BTS 월드를 내놓는다. 이 게임은 방탄소년단(BTS) IP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인데,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1만여장 화보와 100개 이상의 영상이 활용된 점이 주목할만하다. 게임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신곡도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방탄소년단이 이 게임만을 위해 화보를 찍고 연기를 통한 영상 제작을 했다. 

BTS 월드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방탄소년단의 강력한 팬덤이 게임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28일 기준 트위터 팔로워가 18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BTS 월드는 새로운 장르의 게임인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 수익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작이다. 

이번 도전은 넷마블에도 큰 의미가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4월 방시혁이 이끌고 있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해 빅히트의 지분 25.71%를 확보했다. 이 시기 넷마블은 공시를 통해 사명을 기존 넷마블 게임즈에서 ‘게임즈’를 떼고 넷마블로 바꿨으며 신규사업목적에 음원 등 문화콘텐츠를 추가했다. 단순히 기존의 게임 개발을 답습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으로 게임을 접목시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BTS 월드는 그 첫 번째 스텝이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지난해 2월 NTP행사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이종 문화 콘텐츠가 융합돼야 한다”면서 “게임과 시네마틱 드라마, 케이팝과 협업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 ‘아재 게임’ 이미지 탈피, 스푼즈 IP 캐릭터 사업

▲ 롯데시네마 건대점 상영관 통로에 마련된 스푼즈 부스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엔씨소프트는 지난 약 20년간 굵직한 MMORPG를 내놓으며 현재 30대 40대 아저씨들을 주 이용 타깃으로 삼았다. ‘아재 게임’ 전문 게임사로도 불린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캐릭터 사업에 뛰어들며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사업은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엔씨는 지난해 4월 자체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IP ‘스푼즈’를 공개했다. 총 5개의 캐릭터 비티, 신디, 디아볼, 핑, 슬라임이 있으며 자사의 PC게임 아이온과 블레이드&소울의 캐릭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회사가 이런 캐릭터를 만든 이유는 여성과 10대~20대 등 새로운 소비자층에게도 엔씨소프트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엔씨는 스푼즈를 여러 차례 노출시키고 있다. 지난해 몇몇 서울 중심지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 관련 굿즈를 판매했고 롯데시네마와 제휴를 통해 극장에 스푼즈 캐릭터를 배치하기도 했다. 올해엔 스푼즈 IP를 이용한 캐주얼 퍼즐 게임 ‘12번가 이야기(가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18일엔 메가박스와 함께 복합문화공간 ‘타이니’ 키즈카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 또한 새로운 소비자 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