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방언처럼 터진 말이다. 의뢰인과 상담을 하던 도중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에게는 그곳이 꿈꾸던 공간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서서히 끓어오르는 냄비 속과 같다고 말이다.

언젠가 회사는 애증의 대상이라는 글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회사가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시공간을 제공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인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 어떤 이에게 독 또는 약이라고 구분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떤 이들에게 ‘약’이 되는지는 확실하다.

첫째, 그들은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일을 하고 있다. 대신 그것이 일인지, 일하면서 제공되거나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제반 조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냥 지금 그 상태를 좋아하고 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둘째, 그들은 직장인이라고 할지라도 자신만의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다. 당연히 일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내가 일을 통해 가지게 될 여러 부산물 중에 자신감 또는 자존감을 올려줄 수 있는 다양한 과정 및 결과 등을 즐기는 것이다. 누구도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치는 것, 그리고 이를 아주 쉽고 가볍게 풀어버리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셋째, 마치 그 일을 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분명 그(녀)가 만든 비즈니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몰입하며, 그 안의 다양한 변수들을 자신의 의지대로 고치고 바꿔가는 등의 관리력(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넷째,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성장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이를 가속화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다. 직무에 관계없이 그들이 어떤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갖게 되고, 그 전문성의 방향이 특정 영역으로 더욱 뻗어나가는 데 지지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말한다.

따라서 일(비즈니스)의 구조와 과정을 알고,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성과물을 만드는 데 있어 필요한 자원을 자유자재로 조달하고, 필요에 따라 타인과의 협력과 협업을 추구해, 최초로 기획된 목적 및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경로와 단계를 만들고 실행으로 옮기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이들을 말한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사실 직장인보다는 창업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것을 추천한다. 단, 창업이 가능한 전문(특정) 영역에 대한 충분한 학습을 직장으로부터 얻어서 나오는 것을 권고한다. 그래야만 실패를 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실제로 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의 위와는 반대 또는 위와 같이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아침 정시에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해가 떨어지도록 거의 일어나지 않고 어딘가 비어있지 모를 빈틈을 채우기 위해 수동적으로 일하는 좀비와 같은 직장인이 대다수다.

물론 이들을 욕하는 일부의 사람도 이해가 된다. 한때 필자도 그 입장이었다. 왜 이런 사람들이 한 조직에 있어서 하는 일 등을 도와주기는커녕, 훼방에 가까운 행위들을 서슴지 않는지 말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을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변화를 주도하는 자리에 있는 이가 온몸으로 변화를 거부하고, 그 변화로 인해 무언가 다시 배워서 써먹어야 하는 등의 움직임 그 자체가 부자연스럽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그런 일 없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그 생각을 오래 하다 보니 마음이 굳어버렸고, 몸도 굳어버린 것이다.

극히 소수의 개인으로 인해 조직이 그나마 돌아가기라도 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들이 가진 진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과 식지 않는 의지가 아무래도 많은 이들을 따라오게 만들기도 하지만 뱁새의 가랑이를 찢기도 하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회사를 직접 가꾸고 만들어가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회사가 ‘독’이 쌓이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회사는 그냥 ‘돈벌이’를 위해 시간과 노력 등의 물리적 에너지를 쏟아 붓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만드는 리더 말이다.

첫째, 이들은 회사(조직)를 자신의 창작물 정도로 생각한다. 내가 최초로 깃발을 꽂고 비즈니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조직을 키우면서 합류하는 이들에게 직접 일을 알려주고, 노력했던 올챙이 시절은 금새 잊는다.

둘째, 운 좋게 성장했는데 그 공을 모두 자신에게로 돌린다. 당연히 함께 노력한 이들과 조직 밖에서 기꺼이 고객이 되어 준 이들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모두 내가 벌인 일이고, 만들었기 때문에 전부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조직을 세웠고, 그 조직은 성장했고, 앞으로도 탄탄대로를 겪게 된다. 따라서 조직 안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말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그곳은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화국 정도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리더라기보다는 매니저에 가깝게 행동한다. 그들은 함께 일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을 데리고 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형태상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철학이 회사의 문화 및 제도를 만들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그들을 쉽게 관리하고 통제의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왜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백 오피스에 있는 이들에게 정해진 점심시간 법칙으로 ‘시간을 통제’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넷째, 심해지면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하려고 한다. 일을 줬고, 각각의 그 일들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야만 속이 풀린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기본이고, 심지어 그들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통제하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물론 모든 리더는 아닐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리더가 최초로 조직(기업)을 만들 때, 자신의 욕망의 발현된 결과물이라는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약인가 독인가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할 것이다.

이미 많은 수의 직장인들에게 직장이라는 공간이 모두가 가는 곳이기에 나도 으레 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이면 고생할 것, 충분한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생각으로 가장 높은 연봉을 주는 곳부터 선착순으로 순번이 찬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얼마 전 해외 쪽 H와 D은행의 연봉과 실제 근무하는 형태 등의 여러 내용을 접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곳은 그 어떤 곳보다 높은 연봉을 보장해준다고 한다. 눈 딱 감고 5년만 버티면 대기업 수준의 10년치 연봉 정도를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번 생각해봤다. 과연 필자가 과거로 돌아가면 과연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말이다. 그리고 주변의 몇몇 사람들에게도 물어봤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말이다. 5년 동안 독인지 약인지 모를 것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에 나는 무엇을 잃고 또한 얻을 것인가 말이다.

생각해봐야 답이 없는 문제다. 단, 이렇게 생각해보자. 약인지 독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고 바라는 대로 잘 되고 있는지 말이다.

만약 잘 되고 있지 않다면 어느 부분이 문제이고, 그 원인과 결과 등이 내가 통제 및 관리 가능한 것인지 혹은 전혀 관리 불가능한지 말이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가능한 것의 일부라도 바꿔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자. 독 또는 약에 대한 답은 내 안에 있다. 내가 얼마나 일을 잘 해내고 싶은지, 그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단,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지금 일에 있어 욕심내고 싶은 전체 혹은 일부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조차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이미 약빨이 다 되었다.

그때는 방법이 없다. 계속 남아 있으면 독만 차고, 그것이 곧 몸 또는 마음의 병으로 남을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병든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그 일로 인해 각종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말이다. 일말의 희망 또는 행복이 일로부터 얻기 힘들다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많이 나오지 않도록 리더들은 스스로 만든 조직을 늘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점점 그런 이들이 많이 나타난다면 결국 힘들게 만든 조직을, 망치는 것도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완전히 망한 이후에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