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커지는 펫시장에 펫보험이 성장하고 있다. 이에 펫보험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진료비 간편청구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4월을 목표로 보험개발원이 '원스탑 진료비 청구시스템' 구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펫보험 원스탑 진료비 청구시스템이란?

보험개발원은 펫보험 시장을 더 활성화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반려동물 원스탑 진료비 청구시스템(POS: Pet Insurance Claims Online Processing System)'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은 펫보험 가입자가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를 받은 뒤 별도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진료비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가 편리해지고 소비자들은 진료비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보험회사도 보험금 지급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은 올해 상반기 POS를 구축한 뒤 개체식별 방안과 표준 진료코드 체계를 마련해 반려동물보험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진료코드 체계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와 '일본 Anicom' 코드체계 등을 참고할 계획이다.

오는 4월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한 뒤 5월 이후부터 동물병원을 통해 반려동물 진료에 따른 진료비 청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이 시스템은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의 펫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만 해당된다.

이는 이들 5개 보험회사만 보험개발원의 시스템 구축,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시스템 구축, 개발이 완료되면 이들 5개 보험회사는 동물병원과의 협약을 통해 가입자들에게 간편청구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 출처: 보험개발원과 메리츠화재

이미 시행 중인 메리츠화재와 다른 점은?

메리츠화재의 경우는 보험개발원의 간편청구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미 해당 시스템을 최초 개발, 도입해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이 서비스로 인해 지난해 12월 초 배타적 사용권도 인정받았다. 따라서 메리츠화재와 협약을 맺은 전국 약 60%의 동물병원에서는 별다른 절차없이 가입자들이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간편청구 시스템과 보험개발원의 간편청구 시스템에는 큰 차이가 있다.

먼저 메리츠화재의 간편청구 시스템은 진료 차트 시스템을 통해 진료비를 간편청구할 수 있도록 설계 돼 있다. 즉 동물병원이 별도의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아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수의사 입장에서도 진료 내용을 어차피 차트에 적기 때문에 별다른 수고없이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이 같은 간편청구 시스템과 함께 기존 펫보험 상품 대비 가입기간과 보장내역을 개선한 신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메리츠화재가 내놓은 펫보험은 출시 후 3개월 만에 약 5000건 이상이 판매됐으며, 국내 펫보험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수치라는 평을 듣고 있다.

반면 보험개발원의 간편청구 시스템은 따로 별개의 시스템을 설치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동물병원이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해 진료와 개별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이에 동물병원에서 보험개발원의 시스템을 얼마나 설치해 사용할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펫보험 시장 관계자는 "5개 보험회사의 펫보험 가입자들이 과연 간편청구 시스템을 누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동물병원에서 얼마나 이 시스템을 설치해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 동물병원의 경우는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작은 동네 동물병원은 비급여 진료 부분이 시스템에 반영되기 때문에 더 꺼릴 수 있다"며 "그들에겐 먹고 사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보험개발원의 시스템이 개별 설치, 동물병원과의 협의 등에 따른 불편함이 있자, 삼성화재는 보험개발원의 간편청구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메리츠화재가 그랬던 것처럼 개별적으로 간편청구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간편청구, 각 업계 분위기는

보험회사는 전체적으로 진료비 간편청구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에 대해 환영하고 반기는 분위기다.

단기적으로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따른 손쉬운 보험금 청구로 손해율이 올라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보험회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간편청구 시스템으로 인해 직원들의 수고가 줄어드니 업무적으로 효율적"이라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청구에 따른 데이터가 많이 쌓이게 되니 신상품 개발과 기존 상품 개정 등에 있어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간편청구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일단 전산에서 간편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코드를 정리해야 한다"며 "그동안 동물병원 의료 수가 문제와 엮여서 언급되던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코드 정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급여 진료비 코드가 정의되면 이에 따른 사업비를 줄일 수 있어 여러가지로 보험회사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동물병원은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대형 동물병원의 경우 이미 비급여 부분을 코드화해 관리하기도 해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형의 동네 동물병원은 비급여 진료비 부분을 코드화해 관리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비급여 진료비 부분이 코드화되면 치료비가 일괄적으로 정해지니 앞으로 각 동물병원마다 같은 진료임에도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상황은 없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개발에 참여한 보험회사들이 이 시스템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동물병원과의 협의가 원만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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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약하나 성장 잠재력 큰 '펫 시장'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 시장은 최근 3년 간 14.1%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규모는 지난 2017년 2조3000억원에서 올해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소득수준의 향상, 고령화와 독신가구의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동물병원과 펫샵 등 국내 반려동물 관련산업도 함께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내 반려동물보험의 가입률은 0.02%에 불과해 낮지만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보험개발원은 향후 시장분석과 해외사례 조사 등을 통해 반려동물보험 요율산출, 운영방안 제시,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의료비 부담 경감과 반려동물보험 시장 활성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