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GS건설 등 주요건설사들은 2019년 수도권에 약 20만가구의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출처=미래에셋대우증권.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올해 신규 아파트 물량이 2000년 이후 최대로 분양될 전망이다. 지난해 분양지연으로 몸살을 앓은 서울과 경기, 수도권 지역에 신규 분양과 입주물량이 모이면서 폭등한 집값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출규제의 영향으로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실물이 없는 분양은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가 1월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36만3000가구로 추정된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분양물량은 약 20만가구이고, 이 가운데 6개 대형건설사가 12만2000가구를 공급할 전망이다. 지역별로 서울 7만5000가구, 경기도 12만8000가구다. 지난해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현대산업, 대우건설, 대림산업의 수도권 분양 물량은 7만2000가구에 불과해 올해 해당 물량의 약 71%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주요 지역의 부동산 이상 과열 현상을 계기로, 분양가 규제의 일환인 청약제도 개편, 주택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연기 등을 시행했다. 이 때문에 대형건설사들은 북위례를 위시한 수도권 주요 지역의 분양을 두 달 이상 지연하기도 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2017년 이후 분양물량이 줄어들면서 주택 관련 매출 감소도 피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분양이 증가하면서 주택사업 수주 환경이 개선되면 건설사들의 성장성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광수 연구원은 특히 올해 분양물량의 회복이 빠르고 수도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GS건설과 대우건설을 업종 최선호 항목으로 분류했다.

▲ 기존 아파트 가격의 급등과 정부 규제가 강화하면서 수요자들은 청약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출처=미래에셋대우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청약시장 흥행 환경이 조성된 이유로 지난해 급등한 거래가격보다 낮은 분양가의 신규주택 선호현상을 들었다. 청약에 당첨된 주택은 기존 재고 아파트에 적용되는 대출 규제, 자금 조달의 한계에서 비교적 운신의 폭이 넓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8년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14.86대 1로 2010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서울은 30.5대 1, 경기 11.9대 1로 인기지역의 청약 흥행을 입증했다.

다만 신규 분양이 주택 가격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전문가별로 엇갈렸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서울지역 7만5000가구가 2000년 이래 최대 물량으로 수도권 가격 하락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재고주택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분양으로 타개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분양 예정 물량은 항상 건설사들이 상향해서 잡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난해 기분양된 확정치와 올해 추정치는 엄밀한 비교가 어렵고, 지난해의 지연 물량을 올해 반영한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청약시장의 환경이 절대적으로 좋다기보다는 다른 시장에 비해 상황이 좋은 편”이라면서 “지난해까지 부동산 각 영역이 호황을 누렸지만 마지막 남은 시장이 분양 하나라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분양시장을 지렛대로 다른 영역도 함께 살아날지, 아니면 분양시장만 남을지는 보유세, 공시가격 등 변수가 있어 유보적인 판단이다”면서도 “다만 신규 분양이 실물로 눈앞에 있는 것은 아니고 공급도 수년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오히려 분양이 많아지면 시장이 좋다는 시그널로 인식돼 가격 상승효과가 뒤따를 수 있다”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암시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 물량이 집중된 것은 다행이지만, 그 절대값이 크지만은 않다”면서 “지난해 입주물량 45만가구에 비해 올해는 38만가구로 줄었고, 서울 역시 재건축 단지를 포함해 3만에서 4~5만가구로 늘어났을 뿐이라 공급 확대가 가격 안정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권대중 교수는 “하락 자체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출규제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분양을 하더라도 자금 충당은 아직 어렵고 이 때문에 가격 하락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는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권 교수는 “대출 규제가 계속되면 역전세, 미분양이 나타날 수 있고, 4월 아파트 공시가격이 확대되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설 연휴가 지난 2월은 청량리 해링턴플레이스를 포함해 전국 1만401가구가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출처=부동산인포.

설 이후 분양 단지는 어디?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 2월은 전국에서 임대를 제외한 물량 약 1만401가구가 분양할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844가구가 청약접수를 받은 것에 비교하면 약 2.1배 많은 수준이다. 해당 물량 가운데 수도권은 5795가구를 공급해 전체의 55.7% 비중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지방도시가 3940가구, 지방 5개 광역시 666가구 순이다.

부동산인포는 증가한 물량은 규제가 지속되고 주택가격이 하락한 영향도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이지만, 지난해 계획이 미뤄진 부분도 일부 포함하기 때문에 실적 자체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1월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청약자가 감소하는 등 소비자들의 고민이 많았다”면서 “규제지역이라도 서울, 대구, 광주 등은 청약결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초 상황에 따라 건설사들의 기타 지방지역 분양 계획이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 2월 중 분양계획이 잡힌 곳은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다.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이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3구역을 재개발한 곳이다. 해당 단지는 아파트 220가구, 오피스텔 34실 규모로 조성된다. 청량리역 역세권에 자리해 있고, 동북선 경전철 제기동역이 개통할 계획으로, 주거와 업무·상업시설을 갖춘 복합단지로 분류된다. 청량리 지역은 GTX 호재와 함께 롯데건설의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한양건설의 ‘청량리 한양수자인’ 등의 단지가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2기 신도시 지역은 ‘푸르지오’ 아파트가 분양에 나선다. 대우건설은 인천 검단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3지구에 각각 1540가구, 71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운정신도시 3지구는 ‘푸르지오’를 마수걸이로 추가 분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단신도시 역시 ‘인천검단e편한세상’ 등의 단지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안양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비산동 비산2재건축을 통해 1199가구 규모의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659가구다. 평촌신도시와 생활권을 공유하고, 이마트,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등의 생활편의시설이 단지와 접해 있다.

대구 지역은 대우건설이 수성구 두산동에 332가구 규모의 ‘수성레이크 푸르지오’를, 울산에서는 두산건설이 남구 신정동에 256가구 규모의 ‘문수로 두산위브더제니스’를 분양한다. 이밖에 아산 탕정지구에 ‘지웰시티푸르지오’ 1521가구, 강원 동해시 대우산업개발이 247가구 규모의 ‘이안 동해 센트럴’이 설 이후 본격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2월 이후 분양 계획은 북위례 지역이 다시 한 번 포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우미건설은 3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북위례 지역에 ‘우미린’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으로, 지난해 ‘위례포레자이’와 같은 효과가 연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