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가 원칙중심 회계와 회계감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회계감사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원칙중심의 회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원칙중심 회계와 회계감사’ 세미나를 열고 원칙중심 회계를 감사할 때 발생하는 문제와 감사환경의 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원칙중심 회계는 개념적 기반을 제시하는 회계처리 방법으로 상세한 규정을 두고 회계를 처리하는 규정중심 회계와 다르다. 원칙중심 회계의 특성으로는 경제적 실질을 신뢰성 있게 표현하는 것과 합리적 판단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 투명성에 대한 정보이용자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 명백한 개념체계와 일치하는 일관성, 폭넓은 분야를 전달하는 정의된 범위에 기초하는 것, 명백하고 함축적인 언어로 써야하는 것 등이 있다.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은 미국에서 2000년대 초반 회계부정사건의 원인으로 규정중심의 복잡한 회계기준의 구멍을 이용했다는 주장에 따라 사베인즈 옥슬리법(Sarbanes-Oxleey Act, SOX)이라는 증권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활용됐다.

원칙중심 회계와 감사품질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이 방법이 규제중심의 회계처리에 비해 감사인의 책임과 인식동기를 증가시켜 감사증거에 대한 요구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감사인의 판단이 더 보수적인 재무제표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원칙중심의 회계가 모호할 수 있어 감사인이 경영자의 판단에 설득될 수 있고 감사인 확신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 꼽혔다. 공정가치 평가 시 주관적 판단이 개입돼 경영자와 감사인 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있다. 공정가치에 대한 판단에 여지가 있는 국가일수록 감시기관과 감사인의 역할,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약한 나라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한국은 1997년 IMF사건 이후로 국제적 정합성이 있는 회계처리를 요구받았으며,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분식회계사건에 따라 돌파구가 필요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했다.

손혁 계명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한국이 이를 도입할 당시 “원칙중심의 회계를 들여와 국가적 할인현상, 자본투자 등의 기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또 IFRS 도입에 따른 시스템 구축, 주석공시량과 감사보수 상승이 기대된 점 등이 있다”고 말했다.

IFRS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감사보수와 감사투입시간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둘 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시간당 감사보수는 모두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손혁 교수는 “특히 코스닥의 시간당 감사보수가 상대적으로 하락해 코스피에 근접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감사인에 대한 소송건수와 소송금액 등 소송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혁 교수는 “2007년 IFRS 도입하면서 많은 부분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IFRS 때문에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면서도 “차차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