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지역은 3기 신도시와 정부 규제의 여파로 대체로 하락한 지역이 많았다.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거래절벽 현상을 맞고 있다. 최근 3기 신도시가 발표된 영향으로 기존 신도시들의 입지가 흔들린 데다, 여전히 비싼 가격을 고수하는 시장과 대출규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순환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1월 2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의 매매가격은 1월 1주와 같은 –0.06%를 유지했다. 경기 지역도 –0.05%의 하락폭을 2주 연속 유지했지만, 인천은 –0.02%로 하락폭이 늘어났다.

특히 3기 신도시의 등장으로 상당 부분 경쟁력을 잃은 기존 신도시들의 가격이 하락 또는 보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탄신도시가 속한 화성시의 경우 감정원 집계에 따른 10월 마지막 주 매매가격지수는 101.3이었지만, 12월 101.5로 상승한 이후 1월 2주 현재 101.4로 다시 가라앉은 분위기다.

▲ 아직 준공도 되지 안흔 검단신도시는 계양신도시 등의 요인으로 주변 풍무동까지 침체기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울상 짓는 2기 신도시

동탄 H공인중개사는 “경력이 10년인데 이런 부동산 경기 불황은 겪은 적이 없다”면서 “매도인들은 다들 끝까지 버티겠다면서 팔아야 할 입장인데도 전세를 놓아버리지만, 전세가는 거의 1억원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전세시장조차 찾는 수요자가 적다고 중개사는 덧붙였다. 해당 중개사는 동탄지역은 거래 절벽현상에 버티지 못 하고 점포를 내놓는 공인중개사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개사의 말대로 ‘시범다은마을 동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빌’의 전용면적 84.68㎡의 경우 지난해 5~6월 4억8000만원의 시세가 10월부터 5억6500만원으로 뛴 뒤 요지부동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급매의 경우 “9.13 이후 몇 개의 매물을 처분했지만, 지금은 물량도 나오지 않아 매수인도 붙지 않는다”면서 “이곳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지 않아 주변 지역의 버블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없었고, 3기 신도시에 신경 쓸 여력도 없이 눈앞의 거래에 급급하다”고 전했다.

마지막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풍무동 W공인중개사는 “새해 들어서면서 전매제한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 신규 분양단지들이 고배를 마셨다”면서 “시 지자체의 방관 아래 인천 서구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전례 없이 가격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 당곡마을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4.14㎡의 경우 2018년 1월 2억7500만원에 거래되다, 6월 급등기에 2억9500만원으로 약 2000만원 상승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부터 다시 1000만원 하락해 현재 시세는 2억8500만원이다. 서울지역이 2억원 오른데 반해 거의 변동이 없는 셈이다. 3.3㎡당 약 800만원 내외인 시세를 감안하면 약 1250만원의 분양가는 높은 편이기 때문에 유입요인도 없는 편이라고 중개사는 전했다.

해당 중개사는 “2기 신도시가 전반적으로 많이 침체되서 차선책으로 검단에 5호선을 연장하는 계획이 논의 중이지만 확정된 것이 없어 수요자들이 호재로 치지도 않는 듯하다”면서 “신도시 긍정 효과도 많이 희석된 편이고, 하필 계양과 맞물리다보니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강구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1월 1주 –0.01%에서 하락폭이 확대된 –0.02%를 기록했다. 계양구는 개발 기대감 한편으로 신규아파트로 인구 유출이 생겨 보합을 보였다. 반면 중구, 연수구, 서구 등은 각각 –0.11%, -0.07%, -0.01%로 하락하면서 대조적 양상을 보였다.

▲ 파주 운정신도시는 GTX 호재가 있지만 높은 가격에 거래가 멈춰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2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파주 운정신도시는 GTX-C 노선의 호재로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보였다. H공인중개사는 “GTX 효과가 있어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곧 입주하는 현대힐스테이트는 상권에 붙어있기 때문에 프리미엄으로 1억원이 더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준공 때까지 계속 매매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는 전세 매물 부족으로 2억원에서 3억5000만원까지 뛰기도 했다.

반면 단지별로 차이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해솔마을 삼부르네상스아파트 84.22㎡는 1000만원 범위 내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지난 폭등기에도 3억5000만원에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10월 들어 1000만원 하락했고, 12월 들어 다시 500만원 상승해 현재 3억4500만원에 안착해 있다.

양주 옥정신도시에 자리한 e편한세상1차 아파트는 10월 3억4000만원으로 약 1000만원 하락했지만 이내 7월 시세인 3억5000만원 선을 회복했다. 다만 이 지역 A공인중개사는 “입주물량이 아직 많이 있고 미계약 분도 있었기 때문에 가늠하기가 어렵다”면서 “구정이라 굳은 느낌도 있기 때문에 2~3월 지나고 정확히 향후 추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양주 옥정신도시는 아직 입주물량이 남아있어 설 이후로 판단을 유보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분위기 갈린 1기 신도시

1기 신도시 사이에서도 거래가 굳은 것은 동일하지만 등락은 분화되는 모습이다.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S공인중개사는 “급매물이 조금 나오지만 가격은 고작 1000만~2000만원 하락하는데 그쳤다”면서 “급한 매도자의 비율이 적은 편이지만 매수자들은 여전히 가격이 높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조정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매촌 한신아파트의 경우 전용 84㎡의 시세는 7월 8억2000만원에서 꾸준히 올라 1월 현재 9억원에 이르고 있다.

전세의 경우 매매가격 급등기 동안 5억2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내려간 한신아파트는 다시 5억2000만원 선으로 회귀했다. 다시 오른 가격 때문에 거래가 멎은 데다 헬리오시티의 영향이 조금 있어 어려운 편이라고 해당 중개사는 전했다.

분당구 북단의 야탑동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역 S공인중개사는 “호가 하락은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아 시세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보유세 상향 등 정부 대책이 상승기류를 누르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도 곧 나올 것 같지만, 아직 매수문의 오는 분들은 가격이 떨어졌는지만 확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장미마을 현대아파트 84㎡은 9.13 이전 7억5000만원에서 4000만원 상승했지만 더 이상 상승은 하지 않고 있다.

고가의 아파트가 즐비한 판교는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P공인중개사는 “서판교에선 매물이 조금 나오는 듯하지만 고급주택 있는 동판교의 경우 호가 하락도, 급매물도 없는 편”이라면서 “판교는 서울과 거의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개사는 “전세시장의 경우는 특히 대형평형이 9.13 이후 올라간 가격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면서 “중소형평형도 내려가진 않았고, 급매물만 5000만원 정도 하락했지만 시세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교는 가격대가 높다보니, 비교적 돈이 없는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 움직여야 순환이 되는데 그렇지가 못해 한계가 올 것”이라면서 “보유세가 오른다고 해도 급매물로 내놓기 보다는 전세나 월세매물로 잠깐 피해있는 게 전부”라고 판교 시장을 분석했다.

▲ 새해 들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주 연속 -0.06%를 기록했다. 출처=한국감정원.

반면 대표적인 저평가 지역으로 꼽히는 일산 신도시는 살짝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마두동 H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일산은 본래 분당에 비해 집값이 높은 지역도 아니거니와 떨어지는 영향도 덜한 편”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잠깐 투자자들이 방문하다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개사는 “지난해 정책이 많이 나오다보니 정체기가 조금 있었지만, 해가 바뀌고 나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파주와 김포의 입주물량이 몰려있다보니 잠깐씩 시세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입주물량이 빠지면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산지역은 신축 아파트 입주가 남아있는 올해까지는 침체가 이어지겠지만 가격 급등의 영향권에서 살짝 빗겨나 있으면서 보유세 급등 여파도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개사는 GTX 개통을 두고 “지난해에 착공식은 이뤄졌기 때문에 호재는 호재”라면서도 “이후로 문의하는 분은 많지만, 킨텍스역에 들어서면 도보로 이동하는데 제한이 있어 영향도 절대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사의 말마따나 일산지역 문촌마을 동아아파트 84.97㎡는 7월 4억3000만원에서 1월 현재 4억6000만원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광명, 큰 폭 하락 이유는?

감정원에 따르면 광명지역은 지난 1월 2주 다른 경기도 지역 가운데 가장 큰 범위인 –0.24% 하락했다. 광명지역의 경우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단지의 경우 호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대출규제와 매수심리 위축으로 소하동·하안동 등 노후단지의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감정원은 분석했다.

실제로 하안동 주공6단지는 소형 평형대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었다. 해당 단지 36.16㎡는 7월 시세인 2억1000만원에서 10월들어 3억원으로 폭등했지만, 1월 현재 2억6000만원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그러나 하안동 가운데서도 신축에 속하는 e편한세상센트레빌 중형 평형은 매월 고가를 갱신 중이다. 5월까지 6억4500만원에 거래된 시세는 10월 7억5000만원, 1월 8억원에 이르렀다. 이 지역 E공인중개사는 “가격은 계속 높아지지만 거래가 아예 없다”면서 “간혹 내려서 내놓는 매물이 있긴 하지만 대출규제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까닭에 매수세는 없다”고 말했다. 급매로 나오더라도 1000만원 정도 하락한 게 전부라는 설명이다. 그는 “33평 기준으로 9.13 조치 전 최고가인 8억1000만원의 매물을 거래한 후 현재 거래가 없다”면서 “여전히 그때의 가격인 7억5000만원~8억2000만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해당 중개사는 무엇보다 거래가 되는 게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면서 “기존 집이 팔려야 움직이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못해 멈춰있고, 상승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오히려 빠지는 게 가속화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밝혔다. 시장의 연쇄작용이 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