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VR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VR 헤드셋이 있어야한다. VR헤드셋이란 VR HMD(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글로벌로 대표적인 VR 헤드셋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PS VR, 삼성의 삼성기어 VR, 오큘러스의 오큘러스 리프트·고, HTC의 바이브 정도를 꼽을 수 있다. VR 헤드셋은 모바일용, PC용 등으로 나뉘며 별도 연결 기기 없이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있다. 

▲ PS VR. 출처=아마존

지난해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린 VR 헤드셋은 PS VR이다. 시장조사기관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VR 헤드셋 출하량은 순서대로 PS VR(PS4·프로)이 130만대, 오큘러스 고(독자적) 110만대, 삼성기어 VR(모바일) 60만대, 오큘러스 리프트(PC) 10만대를 기록했다. 소니가 판매하는 PS VR이 가장 많은 VR 콘텐츠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 세계 VR 헤드셋 출하량 추이. 출처=슈퍼데이터
▲ 세계 VR 헤드셋 출하량 추이표. 출처=슈퍼데이터

PS VR은 지난 2016년 10월 판매를 시작하며 그 해 70만대 판매고를 올렸다. 삼성기어 VR(450만대)에는 못 미쳤지만 경쟁 헤드셋 격인 오큘러스 리프트(20만대), HTC 바이브(40만대)를 앞서는 수치를 기록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같은해 3월, 바이브는 4월 출시했다. 2016년은 굵직한 VR 기기들이 여럿 출격한 해다.

PS VR은 2017년 판매 기간 1년이 온전히 반영되며 출고량이 170만대로 크게 늘었다. 삼성기어 VR(370만대)과의 격차가 줄었고 오큘러스 리프트(30만대), HTC 바이브(30만대)와의 차이를 크게 벌렸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삼성기어 VR을 넘어서고 가장 많이 팔리는 VR 헤드셋이 됐다. 지난해 5월 등장한 오큘러스 고는 모바일이나 PC와 연결할 필요 없이 기기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VR 헤드셋으로 주목받으며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110만대)을 올렸다. VR 헤드셋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PS VR과 다른 기기의 판매량을 비교하려면 PC와 연결해 사용하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와 하는 게 좀더 적합하다. 판매량만 봤을 땐 삼성기어 VR과 오큘러스 고가 대등한 수준이지만 삼성기어 VR은 모바일 전용 VR 헤드셋이고 오큘러스 고는 별도 연결 기기가 필요 없는 독자적인 헤드셋이기 때문이다.

▲ HTC 바이브. 출처=다나와
▲ 오큘러스 리프트. 출처=다나와

PS VR이 잘 팔리는 첫 번째 이유는 우선 기기 자체의 가격이 좀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 가격 기준으로 비교하면 PS VR은 PS스토어에서 VR 헤드셋, PS카메라, 프로세서 유닛, HDMI 케이블, USB 케이블, 스테레오 헤드폰, AC 전원 코드, AC 어댑터, 모션 컨트롤러(2개) 등을 포함한 패키지 제품 공식가격이 44만8000원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해외 구매시 47만원 수준이다(컨트롤러 미포함). HTC 바이브는 좀더 비싸다. 컨트롤러를 포함해 약 7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둘째로 PS VR은 고성능 PC가 필요 없다는 점이 유리하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는 VR 게임 콘텐츠를 즐기려면 PC와 연결을 통해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고성능의 PC 사양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통상 백만원 단위 가격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사실상 VR게임을 즐기려면 수백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반면 PS VR은 PS4 또는 PS4 프로에 연결해서 사용하면 PS스토어를 통해 제공되는 게임에 대해 별다르게 사양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셋째로 PS VR은 플레이스테이션을 이용한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 기존 PS4 유저들은 모두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익숙한 PS 환경에서 VR 기기 하나만 구입하면 VR게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콘솔 기기라는 걸 감안하면 이런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풀이된다. 비디오게임 전문 통계 사이트 VGChartz에 따르면 전 세계 콘솔 게임 하드웨어 시장에서 PS4는 누적 판매량 9120만대를 돌파했다. 가장 많이 팔린 콘솔 기기다. 닌텐도 3DS는 7410만대, 엑스박스원은 4310만대, 닌텐도 스위치 2900만대, PS 비타 1610만대로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 1월 기준 전 세계 콘솔 게임기 누적 판매량. 출처=VGChartz

‘PS VR 전용 게임이 오큘러스 리프트·바이브 용 게임보다 많은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진 않다. PS 스토어에서 유통하는 PS VR 용 게임은 스팀에서 제공하는 오큘러스·바이브 전용 VR 게임 숫자와 비교하면 10분의 1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22일 기준으로 스팀의 오큘러스, 바이브 용 VR 게임은 3000개 정도고 PS스토어에서 유통되는 VR 게임은 국내 기준 100여개, 해외 기준 300여개다. 

그렇지만 PS VR에 고품질 타이틀이 많이 나온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PS VR에서 유통하는 대표적 게임으로는 메타크리틱 점수 90점을 받은 소니의 독점 타이틀인 아스트로봇 레스큐 미션과 SIE의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그란 투리스모, 비행 슈팅 게임 에이스 컴뱃7 등이 있다. 특히 아스트로봇은 이 게임 때문에 PS VR을 구입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 상에서 이어지기도 했다. 

▲ 아스트로봇 이미지. 출처=PS스토어

한편 가정용 VR 기기로는 PS VR이 돋보이고 있지만 사업장용 VR 헤드셋에서는 대체로 HTC의 바이브를 채택하는 모양새다. 바이브 판매량의 대부분은 사업장 용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바이브는 판매량에 비해 패키지 판매량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큘러스의 경우 PC용인 오큘러스에 리프트에 이어 독자형 VR헤드셋인 오큘러스 고를 지난해 출시했고 올해 전후좌우 이동이 가능한 6DOF를 지원하는 오큘러스 퀘스트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 VR 게임 개발사 대표는 “PS VR이 가격 측면에서 우위에 있고 PS VR에서 고품질의 타이틀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