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는 21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3.5%로 하향 조정했다.    출처= BBC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019년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으며, 무역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 또 낮춰, 3.9%(7월)→3.7%(10월)→3.5%(1월)

IMF는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5%로 예상했다. IMF는 지난해 7월, 2019년 성장 전망치를 3.9%로 예측했다가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10월에 0.2%포인트 하향 조정해 3.7%로 낮췄는데, 이번에 다시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IMF는 내년 경제 성장률도 3.7%에서 3.6%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미·중 무역갈등, 중국의 경기 둔화, 영국의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동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으면서 “전 세계적인 무역 협력을 지속하고 글로벌 금융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선진국 성장 전망치를 2.1%에서 2.0%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2.5%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지만, 미국의 내년 성장은 1.8%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또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1.6%로 0.3% 포인트 하향 전망했다. 특히 유로존의 중심축인 독일의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6% 포인트 떨어진 1.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 개도국의 성장 전망치는 4.7%에서 4.5%로 0.2%포인트 낮췄다. 중국의 성장 전망치는 기존과 같은 6.2%였지만, 러시아가 1.8%에서 1.6%로 감소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2년간 견실했던 세계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하고 있고 위험은 더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글로벌 성장세의 급격한 하강 위험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국의 정책당국자들이 과도한 정부 부채를 줄여 경기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올해 경제 둔화될것, CEO 응답 대폭 늘어

세계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현장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는 CEO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났다. 글로벌 CEO들은 포퓰리즘의 확산, 정책 불확실성, 무역 갈등으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1300명의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올해와 내년에 글로벌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CEO들이 30%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5%에 불과했다.

비관론의 확산은 회사 수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향후 12개월 동안의 성장 전망에 대해 "매우 자신 있다"고 말한 CEO는 35%였는데, 이 또한 지난해 조사의 42%에서 크게 떨어졌다.

▲ 포퓰리즘의 확산, 정책 불확실성,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CEO들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investmentexecutive

밥 모리츠 PwC 글로벌 회장은 "세계경제에 대한 CEO들의 견해는, 2019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주요 기관들의 경제 전망이 현장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무역 긴장과 보호주의가 증가하면서 CEO들의 자신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PwC의 보고서는 글로벌 최고 경영자, 중앙은행 총재, 정치인, 규제 당국자들이 모두 모인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 개최와 동시에 발표됐다. 올해 논의되는 주요 주제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그것이 기업과 정부에 미치는 영향’이다.

PwC는 기업 경영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원인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의 일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 CEO들은 정책의 불확실성, 숙련된 노동자의 부족, 그리고 지나친 규제를 주요 위험으로 꼽았다.

CEO 10명중 4명 중국서 투자 이동

무역 갈등은 전 세계의 CEO들에게 걱정 거리이지만, 특히 미국과 중국의 CEO들은 양국간의 대립이 더욱 격화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미 CEO들의 44%가 무역분쟁에 대해 ‘극도로 우려된다’(extremely concerned)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그들의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무역분쟁이 ‘극도로 우려된다’고 말한 중국 CEO들의 60% 이상이 이미 공급망과 소싱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10명 중 4명은 생산 시설 이전을 검토하며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wC는 "중국의 CEO들이 이런 환경 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CEO들은 또 미국 시장에 대한 그들의 관심에 대해서 재고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 중국 CEO들의 59%가 ‘미국이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이라고 답했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17%로 급감했다.

모리츠 회장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중국 투자자들이 다른 나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 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반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