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및 용산, 양천, 영등포구 매매가격지수 추이. 출처=한국감정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대출규제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조이기와 금리인상, 전세시장 안정 등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하릴없이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은 냉각됐다.

1월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1월 둘째 주 기준 10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둘째 주 이래 하락이 시작된 이후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대출 등 정부 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매수자들의 관망세와 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거래로 보합과 하락이 반복되는 양상”이라면서 “다만 하락폭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한때 개발계획 등으로 집값이 치솟았던 지역들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집값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용산구는 지난 한 해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로 집값이 2배가량 뛴 단지들이 대거 밀집됐던 곳이다.

이촌동에 위치한 한가람아파트는 전용면적 59㎡가 2017년 7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곳이지만 9.13 대책 발표 직후인 2018년 9월 18일 12억91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가격이 170%가량 오른 것이다.

이촌코오롱 아파트의 경우 2017년 2월 전용면적 59㎡의 가격은 6억5000만~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불과 1년 6개월 뒤인 지난해 8월 같은 면적 아파트는 최고 11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1년 사이에 4억5000만원이 올랐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대우아파트 전경. 출처=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그러나 이들 소형아파트의 가격급등은 9.13 대책 이후 급매물이 등장하면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촌동에서 18년째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는 Y공인중개사 대표는 “대형평수는 급매물이 없지만 소형평수가 급매물이 있다”라면서 “지난해 희소성의 원칙에 의해서 갑작스럽게 6~7억원대 매물 5~6건이 거래되면서 가격대가 12억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9억원대로 내려가도 매물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공인중개사 대표는 “9.13 대책 이후 매물이 나온 것은 많지만 최근 2~3개월 동안 거래된 물량은 5개뿐”이라면서 “이 가격에도 매수자가 따라붙지 않는 이유는 결국 가격이 지금보다도 더 떨어져야 한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한가람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59㎡는 11억5000만원대에 매물이 올라왔지만 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실제 거래된 매물이 한 건도 없다.

서울 용산구가 지난해 9.13 대책 이후인 10월부터 1월까지 거래된 거래량은 총 348건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1403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055건이 줄어든 셈이다.

재건축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 역시 용산 아파트시장 하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용산구에서 재건축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 중의 하나인 한강맨숀은 2018년 12월 20일 조합장이 총회에서 해임됐다. 이 단지는 지난 12월 29일 재건축정비사업조합 건축심의안이 조건부 통과됐다.

Y공인중개사 대표는 “조건부 통과는 결국 서류가 완전히 통과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미뤄질 수 있는 상황에서 조합장마저 해임된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고 해도 6~7년은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대교 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지난해 박원순 서울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 재건축이란 말로 가격이 급등했던 여의도 역시 상황은 이와 다르지 않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인근에서 30여년째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는 S공인중개사 대표는 “지난해 9월 이후로 전화가 오지 않는다”라면서 “대교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95.5㎡가 한때 집주인이 15억원씩 불렀던 시절이 있었지만, 11월이 지나가면서 13억원대로 하락하고 현재는 12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부동산 역시 나와 있는 매물은 12억4000만~12억5000만원 선이다.

다만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현재의 가격하락은 ‘급락’이 아닌 소폭 가격조정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여의도동에 위치한 M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곳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95㎡는 지난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에도 9억7000만원이었지만 그 가격이 사실 지난해에 회복된 것”이라면서 “이곳은 아파트 매물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가 한꺼번에 매매되면서 가격이 급등하며 호가가 올라갔지만, 9.13 대책 이전에 최고가로 거래된 것은 13억원대로 그 이전에는 11억~12억원 선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교아파트 전용면적 95㎡는 지난해 초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꾸준히 가격이 오르면서 같은 해 8월 13억8000만원에 거래된 후 현재까지 거래가 전무하다. 특히 지난 한 해 거래된 전체물량(13건) 중 9건이 11억~12억원 선에 몰려있다.

여의도 아파트 중 유일하게 사업시행자를 지정한 여의도 시범아파트 역시 사업이 늘어지면서 가격이 급락한 대표적인 단지다. 이곳은 지난해 두 차례 정비계획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냈다. 그러나 서울시 측에서 지구단위계획수립을 이유로 사업이 더뎌지고 있다.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156㎡는 지난해 1월 15억원에 실제 매매가 됐지만 여의도 통합개발이 나온 이후 21억2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이곳 역시 실거래가 1건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시범아파트 인근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시범아파트의 경우 한때 한 달 사이 27번이나 손바뀜이 있어났던 곳”이라면서 “가격은 거품이 10% 정도 빠진 것 같지만 여전히 매매가는 22억원대에 형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울 및 용산, 양천, 영등포구 매매변동률 지수 추이. 출처=한국감정원

최근 재건축설명회를 진행하며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목동 아파트값 역시 급매물 위주로 가격이 1억~2억원가량 하락하면서 거래가 소강상태다.

목동5단지에 위치한 행운공인중개사 신회숙 대표는 “목동5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65㎡가 급처분하는 매물 1~2건이 시세에 영향을 미치면서 1억~1억7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서 거래됐다”라면서 “9.13 대책 이후 좀 더 넓은 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부 규제와 맞물리며 기존 주택 매도가 이뤄지지 않고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급매를 내놓게 된 경우가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같은 면적 아파트가 9.13 이전에는 최고가가 12억7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이례적인 급매 1~2건 제외하고는 여전히 12억~12억5000만원 사이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라면서 “가격이 떨어져도 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인 만큼 앞으로 아파트값의 하방압력은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