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정부의 역사상 최장 기간의 셧다운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 의회 의원들은 좀처럼 보기 힘든 초당적인 협력 분야를 발견했다. 바로 여성의 경제 능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여성 기업가 정신과 경제 능력 활성화 법안’(WEEE)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전 세계 여성 기업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미국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멕시코 장벽 예산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양당 출신의 선출직 공직자들은, 여성의 경제적 참여가 가치 있는 투자라는 데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여성의 사회적 참여 강화에 뜻을 같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적 양극화 시대에 조차도, 여성 노동력 참여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에 따르면, 노동력에서의 성별 격차가 없어진다면 세계 GDP에 28조 달러를 추가할 수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경제를 합친 것과 거의 맞먹는 수치다.

초당적인 외교 정책 및 국제정치 문제 연구기구인 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세상의 여성이 남성과 같은 비율로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남성과 같은 노동 시간만큼 일하며, 남성과 같은 수준으로 고용된다면, 선진국이나 개도국 할 것 없이 모두 큰 이익을 보게 된다. 2025년까지 미국 경제는 19%, 중국은 20%, 멕시코는 43%, 인도는 무려 60%나 성장할 것이다.

여성의 경제 참여로 인한 이와 같은 현실적 재정 이익은, 미국에서 양당이 정파를 초월해 WEEE법안의 제정을 촉진시켰을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기업에 대한 투자 증가를 가져왔다. 세계은행은 2017년에 여성 기업가 투자 계획(Women Entrepreneurs Finance Initiative, We-Fi)을 발족시켰는데, 현재까지 3억 5000만 달러 이상을 조성함으로써 여성 기업의 자금 조달 지원 기금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해 G-7 국가들은 여성 기업가들에게 투자하기 위해 30억 달러의 자금을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민간 부문도 여성의 경제적 참여가 그들의 수익성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월마트, 코카콜라, 인텔 같은 회사들은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으로부터 자원을 지원받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로부터 강력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지 여성 기업가들이 자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궁극적으로 여성 기업인들은, 고용주와 대출 기관들이 여성 차별이나 여성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낡은 가족법에서 벗어날 때에, 비로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경제에 공헌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들은 여전히 여성 차별적인 법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여성들이 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미 외교협회가 새로 발표한 여성 직장평등지수(Women's Workplace Equality Index)에 따르면, 여성의 법적 불평등은 전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무려 100개 이상의 국가가 여성이 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를 제한하고 있고, 75개 국가는 여성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으며, 아직도 18개 국가가 여성이 집 밖에서 일하려면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하 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성들은 여권과 국가 신분증을 발급받는데 있어서도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는 여성들이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또 이른 바 미투(#MeToo) 운동이 성적인 위법 행위와 폭행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을 끈 지 1년이 지났지만, 59개 국가는 여전히 직장 등지에서의 성추행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다.

미 국무성의 비군사적 원조 프로그램 수행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같은 기관들은 WEEE법을 시행할 때, 여성의 경제적 권한 부여로부터 진정한 경제 성장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 법안이 단순한 기금 조성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진정한 성장 효과를 거두려면, 개별 여성들의 자유나 보호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를 제약하는 법적, 구조적, 문화적 장벽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직장에서 여성들을 위한 합법적인 운동장을 평등하게 하는 것은 옳은 일일뿐만 아니라 현명한 행동이기도 하다. 여성들이 마침내 그들의 경제적 잠재력을 성취할 수 있게 되면, 그 이익은 여성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