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저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가능할까?’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이번 주말 종영을 앞두고 있다. 극 중 게임 전문 투자회사 대표로 등장하는 주인공 현빈(유진우)은 정체불명의 고등학생이 개발한 AR 게임을 접한다. 국내에서 이례적인 게임 접목 이야기인 데다가 내용 전개가 흥미로워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물론 극 중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어도 멋있는 현빈과 순수한 마음씨에 얼굴까지 예쁜 박신혜의 존재도 한몫했다.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출처=갈무리

게임 업계 관계자들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관심을 보였다. 현재 국내 주류 게임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형식의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를 이야기 전개의 서브가 아닌 메인 도구로 끌고 와서 선보였으며 실제로 RPG 장르의 특징과 전개 방식을 세심하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는 46세 여성이다. 송 작가가 이번 작품을 쓰기 위해 게임 관련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극 중에서는 해당 게임을 AR로 표기했지만 드라마에서 플레이되는 게임은 AR(증강현실)에 사용자의 움직임·감각까지 반영된 MR(혼합현실)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MR의 정의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정확하게 정해진 게 없고 그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긴 하지만 AR보단 MR 게임으로 보는 게 적합하다.

게임 구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는 가능하고 일부는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봤을 때 지금도 비슷한 게임이 있다. 대표적 예가 지난 2016년 우리나라에도 열풍을 일으켰던 ‘포켓몬고’ 다.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실제 현실 세계를 비추면 화면에 게임 인터페이스와 포켓몬 등이 덧붙여지는 형태다. 실제로 송재정 작가는 포켓몬고에서 영감을 얻어 대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대신 구글 글래스 같은 AR글래스를 착용하면 비슷한 느낌이 날 것이다. 다만 드라마 속에서 보여진 것처럼 실물 같은 3D 그래픽 캐릭터와 무기의 촉감·타격감, 게임 속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현실 세계의 물체 형태가 변하는 등 기술은 현재 불가능하다. 

하드웨어도 문제다. 현재 AR 장비는 안경 형태가 일반적이다. 극 중에선 콘택트렌즈로 게임을 즐기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말은 얇은 렌즈 안에 전기를 전달하는 부품이 들어가야하고 시야 확보를 위해 투명한 상태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전과 발열 문제도 제기된다. 그렇지만 ‘스마트 콘택트 렌즈’ 자체는 완전히 상상력의 물건은 아니다. 예를 들어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신소재공학부의 당뇨병 예방과 진단이 가능한 무선 스마트 콘택트 렌즈를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무선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기판과 전극이 모두 투명해 사람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게임 업계에선 게임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나오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특히 RPG 장르 게임에 대해 비교적 생소한 여성 또는 중장년층에게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드라마에는 레벨업, 강화된 무기, 퀘스트, PK 등 게임 요소가 구현돼 있어 게임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을 준다.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해보고 싶어졌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감 나는 미래 게임 사업의 수익모델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극 중에서 유진우 대표의 회사 제이원은 세주(찬열)가 만든 게임의 저작권을 사들인 후 국내에 테스트 서버를 연다. 이때 특정 프렌차이즈 음식점과의 제휴를 통해 게임 아이템을 숨겨놓는 장소로 활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음식점에서 제품을 사면 게임 재화를 주는 모습도 연출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계기로 AR·VR 등 차세대 게임 플랫폼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시중에 출시된 AR 게임인 포켓몬고, 고스트버스터즈월드 등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드라마 시청자가 게임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을지는 제각각일 거 같다. 별다른 생각의 변화가 없을 수도 있고 극에서 보여준 긴장과 스릴 넘치는 게임적 요소에 매력을 느꼈을 수도 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극 중에서 게임 렌즈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바라보는 게임 유저들은 허공에 손을 휘두르고 바닥을 구른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치는 셈이다. 현재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일견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