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증권사들은 하루에도 수십개의 ELS와 DLS 등을 발행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는 ‘일괄추가신고서류’라는 이름으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그중 하나를 클릭하면 그 안에 다수의 상품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수십개의 유사한 파생결합상품을 내놓고 투자자가 몰리는 쪽은 발행하고 그렇지 않은 쪽은 철회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수십개의 낚시대를 가지고 낚시터를 찾은 사람을 누가 정상으로 볼까.

간편함을 추구한다지만 그 내용은 너무 성의가 없다. 통상 리테일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인 만큼 개인들이 거래주체다. 일반인들이 금융에 대한 높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까. 내용을 보면 소위 말하는 ‘복붙’(복사해서 붙이기) 수준이다. 기초자산과 일부 수치만 바꾼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위한 주식, 채권 발행 증권신고서도 일반인들이 보기엔 어렵다. 그러나 찬찬히 읽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상대적으로도 친절한 설명이 담겨져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투자은행)의 딜소싱(Deal Sourcing) 능력은 기본이고 미래 먹거리는 해당 물건을 어떻게 구조화해 파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쾌한 생각도 든다. 미래 먹거리에 이렇게 성의가 없을 수 있나. 상품 자체가 어려워서 텍스트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 대상이 하필이면 개인일까.

한 증권사 지점을 찾아가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스텝다운형 기준) 어떻게 증시가 하락해도 일부 조건을 충족하면 손실을 보전해주는 겁니까.”

헷징을 통해 손실을 방어한다는 예상했던 답변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옵션 매수·매도를 하는지, 어느 구간에서 얼마 만기짜리로 하는지요. 혹시 일부 자금으로 채권을 산다면 어떤 걸 사나요. 신고서에도 설명이 없던데요.”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담당부서에서 운용을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직원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 내에서도 각 직원이 담당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테일, IB, 트레이딩 등 서로 다른 본부의 업무를 단숨에 이해하기도 어렵다.

불완전 판매는 다른 게 아니다. 신고서에서도, 직원에게서도 명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파생결합상품은 해당 상품을 직접 만들고 운용하는 직원 외에는 같은 부서 동료도 명확한 상품 구성내역을 모른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판매행위를 불완전판매로 치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할 수 있다.

요지는 성실한 설명이다. 항상 수수료를 쫓아 큰 딜을 성사시키려는 증권사들의 입장에서 개인 고객이란 기업의 오너 정도가 되지 않는 이상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매일매일 나오는 파생결합증권 신고서를 봐도 좀처럼 달라지는 것은 없다.

관련 사고가 터지면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를 나무란다. 증권사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매일 확인하는 금감원은 무엇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가장 기본인 투자자의 이해를 높이려는 시도를 증권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했는지 의문이다.

미스터리 쇼핑으로 감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근본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헛수고를 하는지도 이해를 할 수 없다. 면피용으로 증권사를 나무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뒷북 금감원’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증권 상품만이 아니다. 모든 금융상품을 고객이 100% 이해하도록 설명할 수 있는 금융사는 없다. 다만,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것이 ‘뒷북’이라는 수식어를 빠르게 떼어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