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키호테의 마스코트 펭귄 '돈펭'. 출처= 돈키호테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여행에서 간편 먹거리를 가장 많이 사 먹는 곳은 바로 일본 ‘편의점’이다. 그렇다면 간단한 쇼핑을 위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은 일본의 어떤 유통 점포일까? 그 주인공은 일단 한 번 들어가면 물건 골라 담기에 정신이 없다는 바로 ‘그 점포’, 파격적 운영과 가격 정책으로 일본 유통업계를 뒤집어 놓은 잡화점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다. 

잡화점 돈키호테의 운영사인 돈키호테홀딩스(Don Quijote Holdings Co., Ltd.)는 가성비 위주 상품 구성에 자신들의 재미있는 콘셉트를 더한 운영으로 기업의 역사는 짧지만 그 기간에 일본 유통업계를 이끄는 이온그룹이나 세븐앤아이홀딩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통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야말로 돈키호테는 자신들이 있기 이전에는 ‘세상에 없었던’ 유통으로 일본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전략은 돈키호테가 1980년 창립된 이후 약 37년 동안 단 한 번도 실적 역신장이 없었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만들었다.  

돈키호테 운영의 핵심 경쟁력은 ‘저가(低價)’를 넘어서는 ‘염가(廉價)’판매다. 이러한 가격 정책을 돈키호테 스스로는 ‘정열가격(情熱價格)’이라고 부른다. 돈키호테는 일본의 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드럭스토어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물론이고 온라인 쇼핑몰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는다.

▲ 출처= 미래에셋대우

일례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인가가 많은 뷰티 브랜드 시세이도(SHISEIDO) 사의 클렌징 폼 퍼펙트 휩(Perfect Whip)은 일본 국내 유통업체들을 넘어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의 온라인 판매가격보다 돈키호테의 판매 가격이 싸다. 기본적으로 모든 제품의 가격이 기존 유통채널보다 싼 돈키호테의 가격 경쟁력은 면세 혜택까지 받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더 부각된다. 

돈키호테는 일본 유통업계가 오랜 시간동안 공식처럼 여긴 유통의 패러다임과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함으로 독보적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방법은 크게 현장구매와 압축진열, 매장별 가격 결정 자율권부여 그리고 재미 마케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돈키호테는 물건을 싸게 팔기 위해 훨씬 더 싸게 공급을 받는 ‘현장구매’라고 부르는 프로세스로 매출 원가를 최소화한다. 현장구매는 우리나라로 치면 ‘직매입’과 유사한 개념으로 판매되지 않고 남은 재고 상품, 약간의 하자가 있는 B급 상품, 파산 기업이 급하게 처분하는 상품을 초저가에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돈키호테는 현장구매로 약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직접 구매해 소비자들에게는 20~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치면 경쟁사 대비 저렴한 판매가격과 높은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다.

▲ 출처= 미래에셋대우

‘압축진열’은 마치 정글을 연상케하는 돈키호테만의 상품 진열 방식이다. 질서정연하고 깔끔하게 물건을 진열해 놓고 파는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돈키호테는 상품들을 매장에 거의 ‘아무렇게나’ 창고처럼 쌓아놓고 판다. 이는 상품의 현장구매 공급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한 형식이 있는 매장의 진열이 어렵다는 이유가 반영된 것인데, 이 압축진열로 돈키호테는 판매관리비 절감과 동일 단위면적 당 생산성의 확대 효과를 얻었다. 실제로2016년 기준 매출 대비  돈키호테의  판매관리비 비중은 19%로 일본 유통업체 25개사 평균인 39%보다 훨씬 낮다. 

‘현지 매장운영 자율권’은 각 지역 매장별로 상품 판매가격이나 운영시간 등 운영방법을 의도적으로 획일화시키지 않는 돈키호테의 전략이다. 이를테면 가격의 경우 매장별 판매 물품 전체의 60%는 본사의 일괄적 직매입 주문이 차지하고 나머지 40%는 각 지역 매장 직원들의 자율 조달로 구성된다. 한 마디로 지역의 수요와 쇼핑 패턴을 가장 잘 아는 매장이 직접 일련의 조건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율권은 각 매장이 현지 수요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해 마진을 확보하고, 인력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 공연장이 있는 돈키호테 아키하바라 점. 출처= 구글지도

여기에 돈키호테는 특유의 재미 요소를 집어넣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구경하는 경험을 하나의 재미로 느끼도록 한다. 다양한 할인 이벤트와 독특한 콘셉트로 매장 자체를 볼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 공연장이 있는 도쿄 아키하바라의 돈키호테는 AKB48 등 아이돌 그룹 콘셉트 디스플레이와 관련 상품들이 가득하다. 

일련의 운영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고,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돈키호테의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이라고 쓰고 ‘그대로 가져왔다’라고 읽는)한 잡화점 ‘삐에로쑈핑’의 운영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삐에로쑈핑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운영 1년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매장을 6개까지 늘렸다. 

▲ 일본 돈키호테 도쿄 우에노점 출처=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