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국립암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환자의 암 종양 치료 전후의 CT 촬영 사진을 보고 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기 지난 주 발표한 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 25년 동안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기간 동안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260만 명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20세기 후반까지 암으로 인한 전체적인 사망자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그러나 흡연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과 더불어 암의 초기 발견과 치료 의학이 발달하면서,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991년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했다. 이후 회복 가능성도 개선되면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2016년까지 매년 1.5%씩 감소해 왔다.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의 노엘 와이스 역학(疫學) 교수는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했다고 해서 사망률이 0 또는 0에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암은 미국인들에게 여전히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연구원들은 앞으로 다뤄야 할 우려스러운 징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의 책임 저자인 미국 암 협회의 감시정보서비스 레베카 시겔 소장은, 전반적인 사망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궁 내막암이 증가했으며 사례의 약 60%가 비만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아마도 비만 전염병이 암 발생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빙산의 일각만 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흡연이 암 사망률을 높인 것처럼, 비만은 향후 암 원인에 대한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출처=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이 연구의 저자들은, 전반적인 사망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 새로운 암 환자가 176만 명에 이를 것이며 미국에서만 60만 7000명 정도의 암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의 예상은 다양한 연방 의료 기관들과 암 연구소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런 결론을 내리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연구 보고서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암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임상의학의를 위한 암 저널(CA: A Cancer Journal for Clinicians)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 보고서는 또 성별 간 암 발병률과 사망률의 차이를 지적했는데, 남성들은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으로 가장 많이 사망하는 반면, 여성들은 주로 폐암, 유방암, 대장암으로 많이 사망했다. 특히 여성에게서 일부 암 발병이 줄지 않고 소폭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유방암의 발병이 연간 0.4%의 증가율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 출처=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 출처=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지난 25년 동안 남성의 암 사망률은 34% 줄어 여성의 24% 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이는 남성들의 흡연률 감소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폐암 발병률에서 남성들이 여성보다 두 배나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난 몇 십년 사이에 여성들의 흡연률이 크게 늘어난 데다 흡연하는 여성의 금연률도 남성보다 낮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흑인과 백인 사이의 암 사망률도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까지 크게 좁혀졌는데, 이 또한 흑인 청소년들 사이의 흡연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값비싼 면역치료제 같은 새로운 약들이, 폐암을 포함한 많은 암의 치료법을 바꾸기 시작하고 있고, 그 분야에서 힘을 키우기 위해 관련 제약회사들 간의 인수 합병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편, 55세 미만의 성인 층에서 대장암 발병률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매년 거의 2%씩 증가하고 있다. 비만이 한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많은 연구원들은 "비만 이외의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시겔 소장은 말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종합 암센터에서 암을 연구하고 있는 일렉트라 파스켓 교수는, 많은 가설들이 비만과 암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러한 가설들은 암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파스켓 교수는 만성 염증과 에스트로겐의 변화를 두 가지 가능 원인으로 꼽았다.

암 역학자인 워싱턴 대학교의 와이스 교수는, “대장암의 증가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만이 간에서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 간암에 걸리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입을 모으고 있다.

흑색종, 간, 갑상선, 자궁, 췌장암의 발병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간암 발병률은 다른 어떤 암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간암 환자의 71%는 금연, 신체활동 증가, 체중 감량, B형 간염 및 C형간염 예방 등 생활방식의 변화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간암 환자의 약 24%가 만성 C형 간염으로 인해 발생하며, 조사에 따르면 오피오이드(opioid, 아편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마취제) 처방 확산으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3배나 증가했다.

와이스 교수는 이번 암 보고서의 결과는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활동에 따라 암 발병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