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심한 미세먼지가 한반도 대기질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마스크를 쓴 시민과 쓰지 않은 시민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세먼지저감 조치가 연이어 이어지는 가운데 14일 오후 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과 관련, 이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이날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집계한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세제곱미터당 191마이크로그램(191㎍/㎥), 경기 192㎍/㎥, 179㎍/㎥, 세종 183㎍/㎥, 충북 163㎍/㎥, 대전 161㎍/㎥, 충남 154㎍/㎥ 등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121~200㎍/㎥일 때 '나쁨'으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 환자는 무리한 실외 활동을 피하고 201~300㎍/㎥이면 '매우나쁨' 수준으로 일반인도 실외 활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을 먼지라고 하며, 이 중 입자크기가 매우 작은 먼지를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PM)라고 한다. 미세먼지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의 하나로서 입자크기에 따라 직경 10마이크로미터(10㎛)이하 크기의 미세먼지(PM10)와 직경 2.5㎛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된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2012년 전 세계적으로 연간 37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을 사인별로 분류해 보면, 허혈성심질환이 40%, 뇌졸중 이 39.8%로 심혈관계질환이 과반 이상(79.8%)을 차지했다. 그밖에 만성폐쇄성폐질환이 11%, 폐암이 6%를 나타냈고,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급성하기도질환이 나머지 3%를 보였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원인의 1위는 폐나 호흡기 질환이 아닌 심혈관질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WHO는 2013년 10월 미세먼지를 제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초미세먼지인 PM2.5에 긴 시간 영향을 받으면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질환의 사망률은 30~80% 증가하며, PM10 농도가 10㎍/㎥ 증가할수록 심혈관계질환 사망률은 0.69% 늘어난다. 이러한 미세먼지의 건강영향은 PM10보다는 초미세먼지인 PM2.5에서, 일반인보다는 노인, 유아, 임산부, 심혈관질환 위험군 등 민감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아 코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기관지를 지나 폐포까지 도달하여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만성폐질환 환자, 호흡곤란 일반인에 비해 28배 증가

현인규‧김철홍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요코 이시하라 일본 구루메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만성폐질환(COPD) 환자는 황사가 유행하는 시기에 신체 컨디션이 저하되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시기에는 일일 활동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기능을 확인하는 ‘가족․친구․이웃․동료와의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초미세먼지(PM2.5)와 이산화질소(NO2) 농도가 높은 시기에 사회적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높은 이산화질소 농도는 정신건강 수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에서 바라본 전경이 미세먼지로 흐리게 보이고 있다. 맑은 날에는 정면에 서울N타워가 보이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엔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호 기자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 오존 농도가 높은 시기에는 COPD 환자의 기침이 심해졌는데 기침횟수가 대조군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시기에는 COPD 환자의 호흡곤란 횟수가 대조군에 비해 최대 28배 높았다.

김철홍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는 많았지만 대기오염과 삶의 질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이산화질소와 오존은 삶의 질을 악화시킬 정도의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혈관에 악영향?…발기부전도 초래할 수 있어

미세먼지는 말 그대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기관지를 통해 폐포 깊숙이 들어올 수 있고 또한 여러 경로를 통해 흡수 또는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는 우리 몸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 직접적으로 폐에 염증작용을 일으켜 기관지염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알레르기 반응에 따라 천식과 같은 기존의 호흡기질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김양현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특히 오염도가 높은 아침과 저녁에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고 평소 미세먼지농도를 스마트폰이나 뉴스를 통해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호흡기뿐만 아니라 혈관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세먼지처럼 입자 크기가 작은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코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침투한다. 이후 폐포에서 산소, 이산화탄소 등이 교환될 때 미세먼지가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에 섞여 들어간다. 이때 미세먼지 물질이 온몸 혈관으로 퍼지면서 각종 건강 이상 증세를 초래한다.

▲ 한 시민이 고농도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표된 가운데 광화문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미세먼지가 폐포의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 안으로 들어오면 백혈구 면역 반응 물질 생성이 이루어진다. 면역 반응 물질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과정 중 혈액이 끈적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혈관이 막히면서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미세먼지에 따른 염증이 혈관에 영향을 미치면 혈액 내 응고물질이 활성화 되어 혈전이 형성되거나 혈관염증을 통해 동맥경화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급성 심근경색, 심장마비 혹은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임도선 서울시 대사증후군관리사업지원단 단장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염증작용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는데, 대사증후군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성이 있을 땐 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되며 충분한 수분섭취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성 기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발기부전 증상이 있다. 발기부전이란 성욕은 나타나지만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길게 유지할 수 없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증상이 약 3개월 지속되면 발기부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발기는 음경 내 위치한 음경해면체, 요도해면체에 혈류가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이다. 발기는 대뇌 속에서 발생한 성 충동 등에 의해 시작되어 척수 아래에 위치한 발기 중추를 자극하는 원리로 이루어진다.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혈액순환이 불균형을 이루게 되면 음경해면체 내 혈류 공급에도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무연 아담스비뇨기과 원장은 "외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미세먼지에 따른 발기부전 증상 피해를 경험하기 쉬운데 차단 수칙을 꼭 지켜 발기부전은 물론 각종 건강 피해 사례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악영향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미세먼지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급적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노약자, 면역 저하자의 경우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에는 외출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꼭 외출을 해야 할 때에는 마스크를 하는 것이 좋다.

마스크 중에서도 미세먼지에 효과가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 받은 것으로 사용하고 올바르게 착용해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외출 후 손을 깨끗이 씻고, 가능하면 구강이나 코도 세척하는 것이 좋다. 외출 전후 충분한 수분섭취로 호흡기점막을 촉촉하게 하여 미세먼지가 직접적으로 호흡기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또한 수분 섭취를 통해 염증반응을 약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식약처가 허가한 ‘보건용 마스크’ 포장에는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Korea Filter80)’, ‘KF94’, ‘KF99’가 표시되어 있는데, ‘KF’ 문자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더 크지만, 숨쉬기가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으므로 황사‧미세먼지 발생 수준, 개인별 호흡량 등을 고려하여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99% 이상 각각 걸러낼 수 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국, 마트, 편의점 등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구입할 때 제품의 포장에서 ‘의약외품’이라는 문자와 KF80, KF94, KF99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처=유한킴벌리

마스크 구입 시에는 입자차단 성능이 없는 방한대,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마스크 등이 황사, 미세먼지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광고‧판매되는 사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약국, 마트, 편의점 등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구입할 때는 제품의 포장에서 ‘의약외품’이라는 문자와 KF80, KF94, KF99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인터넷, 모바일 등 온라인 구매의 경우에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제품명, 사진, 효능‧효과 등 해당 제품이 ‘보건용 마스크’로 허가된 것인지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 식약처는 “콧속에 삽입해 코로 흡입되는 입자 차단 제품(일명 ‘코마스크’)은 황사‧미세먼지부터 코, 입 등 전체적인 호흡기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어 의약외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보건용 마스크는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되어 기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세탁하지 않고 사용해야 하며, 사용한 제품은 먼지나 세균에 오염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재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수건이나 휴지 등을 덧댄 후 마스크를 사용하면 밀착력이 감소해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고, 착용 후에는 마스크 겉면을 가능하면 만지지 않는 게 좋다.

식약처는 “임산부, 호흡기‧심혈관 질환자, 어린이, 노약자 등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이 불편한 경우에는 사용을 중지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의사 등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환 삼성창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 영향에 따른 심혈관질환의 재발위험이 있는 심혈관질환자는 미세먼지 위험 경고 발생 시 가급적 활동량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기존의 심혈관질환 관리를 꾸준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