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 1월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우미린과 한신더휴의 청약 경쟁률은 종전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2기 신도시 가운데 마지막으로 분양되는 검단 신도시에서 잇따라 청약 미달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입지의 영향이 큰 편이지만 계양신도시와 서울 집값 하락 등이 수요자의 분산·대기 경향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이와 같은 흐름이 유지되면 한때 비조정 지역으로 관심을 받은 교외 지역도 고전을 면치 못 할 것이란 예상도 이어졌다.

온라인 청약사이트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11일 1순위 청약을 마친 검단신도시 ‘우미린’의 평균 경쟁률은 2.69:1로 나타났다. 검단 우미린은 총 1055가구 모집에 2순위까지 총 2833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앞서 같은 지역에서 청약을 모집한 ‘호반베르디움’이 공급한 951가구에 5943명이 몰려 평균 6.25: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우미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1순위 당해지역 경쟁률 1.20으로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인 74㎡B 유형이 예비대상자 추가모집분 40%를 채우지 못해, 12일 2순위 모집까지 이어지면서 청약이 종료됐다. 반면 84㎡B 유형의 1순위 기타지역 모집이 6.97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함께 청약 신청을 받은 한신공영의 ‘검단 한신더휴’는 이보다 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총 889가구를 공급하는데 반해 11일 1순위 모집에 843명만이 청약을 신청했다. 결국 2순위 청약까지 총 1014개의 청약통장이 모이면서 평균 1.14: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한신더휴의 74㎡A 유형은 230가구 모집에 1순위 당해지역 215명, 기타지역 155명이 신청해 각각 1.87:1, 2.22:1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나머지 세 유형(74㎡B, 84㎡A, 84㎡B)에서 모두 1순위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두 단지의 입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미린의 경우 신설될 인천지하철 1호선 역사가 약 250m로 가까운 편이지만, 한신더휴 역시 700m로 절대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상권 역시 두 단지 모두 중심상권, 관공서 상권과 붙어있어 상권 성격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단지보다는 검단신도시 전체 입지가 더욱 큰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지난 4일 한신더휴를 찾은 예비청약자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우미린·한신더휴 모두 올해 첫 수도권 분양 단지 중 하나이기 때문에 향후 청약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단지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 4일 두 단지 모두 견본주택을 개관하면서 각각 1만5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으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예상보다 저조한 청약 반응이 여타 단지들에도 ‘주석’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요인은 없지만 단지별 입지, 청약제도 개편, 서울 급등세 멈춤 등이 수요 분산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검단과 비슷한 양상으로 낮은 경쟁률을 보인 성남 대장지구와 함께, 예년보다 가라앉은 분위기의 청약시장이 한동안 지속될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수석연구원은 “검단 신도시는 향후 대우건설을 비롯해 약 8000가구, 임대가구를 포함하면 총 1만가구에 이르는 공급이 있을 계획이라 수요가 분산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1월이라 신규계획물량도 더 공개되면서 수요자들이 시선을 많이 돌린 듯하다”고 설명했다. 권일 수석연구원은 “이전 호반베르디움의 경우 9.13 대책 이후 검단신도시가 비조정 대상지역으로 관심이 급등하면서 어느 정도 호응이 이어졌다”면서 “그러나 청약제도도 개편됐고, 서울지역의 급등세도 꺾이는 경향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권 수석연구원은 신규 3기 신도시인 계양지구의 파급효과에 대해선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고 대기수요를 다소 양산했을 수는 있지만. 아직 분양시점까지 한참 남아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낮은 경쟁력을 두고 권 연구원은 “서울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는 어렵지만, 강세를 보인 지역 가운데 당해지역과 기타지역을 함께 모집한 지역도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높아 보이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 “우미린과 한신공영은 청약을 지역별로 분리모집했기 때문에 감안해서 봐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권일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청약시장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검단 신도시가 하나의 가늠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면서 “비조정 대상지역 가운데 관심을 받은 곳도 당시의 탄력을 유지할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몇몇 분양현장을 제외하고 서울지역의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서울 시장은 전체 시장에서 예외로 봐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복합적인 변수의 결과”라는 대전제에 동의하면서 “분양 시장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종전 레퍼런스에 의사결정을 맡기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수요자들이 생각하면 실제로 시장 흐름도 변한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랩장은 검단 신도시의 냉랭한 인기를 두고 “청약제도 개편으로 전매제한기간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면서 환금성이 떨어진 것도 한 요인”이라면서 “또한 인천지하철 1호선이 2023년에 완공될 정도로 철도와 기반시설이 아직 완비되지 않아 당장 불편한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검단신도시 옆 계양신도시는 2021년 ‘매머드’급 공급이 첫 분양을 시작하기 때문에 ‘급할 것 없다’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일부 단지에 청약 미달을 가져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함영진 랩장은 “원체 인기가 높은 지역은 분위기에 좌고우면하는 양상이 덜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기수요가 많은 지역이 아니라면 종전 청약결과에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김은진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단지별 입지, 타 도시와의 비교, 청약제도 개편 모두 맞물렸다”면서 “근본적으로 도시와 단지별 입지의 영향이 가장 크고, 신도시가 등장하면서 대기수요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약제도 역시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경쟁률은 전체적으로 낮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은진 수석연구원은 “서울과 그외 지역으로 구분했을 때, 역시 택지지구와 접해있고 강남접근성이 뛰어난 곳이 있기가 있을 거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면서 “그렇지 않은 지역은 올 한해 다소 고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은진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올해 입주 물량은 임대주택을 포함해 총 19만8000가구로 예정돼 있다. 입주 물량이 어느 정도 풍부하고 수요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청약 경쟁률의 분산·대기 효과가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