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매년 열리는 국제 소비자 가전제품 전시회(CES)를 방문하는 것은 마치 270만 ft2(7만 6000평)의 거대한 스카이몰 카탈로그 속을 헤매는 것 같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가젯 컨벤션은 수천 개의 회사들이 저마다 그들의 미래 지향적 기기를 과시한다. 어떤 제품들은 혁신적이지만, 어떤 제품들은 향후에도 매장에까지 등장할 것 같지는 않다.

비록 지난 해와 비교해 신제품 출시나 발표들이 줄었지만, CNN이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한 가젯들을 소개했다.

▲ 공기 정화를 위해 집안 곳곳을 누비는 삼성의 봇 에어.  출처= Samsug

일상 생활 속의 로봇

뭐니뭐니 해도 로봇은 CES의 중추적 핵심이다. CES에 나오는 로봇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실제로 우리 일상 생활에 들어오기 전에 사전 점검 차 CES에 나온 것일 뿐이다. 특히 이번에 나온 로봇들은 집안을 돌아다니며 가사 일을 돕는 로봇 같이, 실질적인 일생 생활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삼성의 봇 에어(Bot Air)는 집 안을 돌아다니며 공기가 각 방의 공기를 정화시키는데, 공기가 깨끗하다고 여겨지면 녹색등이 점멸된다. 유비테크(UBTech)의 유비테크 워커(Ubtech Walker)라는 4.5피트(137cm)의 로봇은 슬리퍼 같은 물건을 가져다준다. 테미(Temi)라는 로봇은 물건을 집을 수는 없지만 이미지 탐지 기술을 이용해 당신 주변을 따라다니며 영상통화를 하거나 조리법 등을 검색해 준다.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는 로봇도 많이 등장했다. 삼성의 봇 케어(Bot Care) 프로토타입은 혈압과 심박수를 추적함으로써 아프거나 나이든 가족을 돌보는 데 도움을 준다. 인튜이션 로보틱스(Intuition Robotics)의 엘리-큐(Elli-Q)라는 로봇은, 노인들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거나, 퀴즈게임을 같이 하거나, 다른 가족들과 쉽게 대화하게 해 주는 기능들을 통해 노인들의 총기를 유지해 주기 위해 개발되었다.

아마존고와 같은 상점들은 이미 모든 게 자동화되어 있지만, 로봇이 고객 서비스나 진열대의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합류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가 좋은 예다. 페퍼는 올해 삼성의 봇 리테일(Bot Retail) 프로토타입과 만나, 터치스크린 ‘얼굴’을 갖추고 쇼핑몰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식당에서 고객 테이블까지 음식을 나르며, 돈 계산까지 처리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 알렉사가 내장되어 있는 코흘러의 누미 변기.   출처= Kohler

변기까지 음성으로 제어한다

음성 명령은 냉장고에서 변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것에 적용되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이번 CES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알렉사의 기능을 추가한 가젯들을 선보였다. 코흘러(Kohler)는 새로 개발한 누미(Numi) 변기에 알렉사를 내장해 좌석 온도, 조명, 주변 소음 들을 제어한다. 또 스마트 온도계, 도어 락, 샤워기, 스피커, 로봇 진공청소기, 오븐, 세탁기에 음성 인식 도움 장치를 내장한 제품들도 출시돼 있다.

▲ 2019 CES에서 선 보인 구글 라이드(Google ride).    출처= Google

구글스러운 시도

구글의 마케팅 부서가 2년 연속 CES에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라스베이거스 모노레일과 광고판은 온통 구글 어시스턴트의 광고로 도배됐다. 경쟁사인 아마존 알렉사보다 더 많은 광고를 노출하려는 구글의 시도다.

구글은 또 올해 참가 면적을 3배로 늘리고 롤러코스터까지 설치했다. 이 롤러코스터를 타면 실내와 실외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구글 어시스턴트의 기능을 체험할 수 있는데, 디즈니의 ‘작은 세계’(It’s a Small world)를 타는 것과는 다르지만 구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구글은 이번 CES에서 뉴스도 꽤 많이 탔다. 구글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구글 홈(Google Home)에 새로운 통역 모드를 공개했다. 사람들이 호텔에서 체크인 할 때 그 나라 말을 모르는 경우,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즉시 통역하는 호텔용 스마트 디스플레이도 시험 출시했다.

구글은 또 글로벌 오디오 강자 소노스(Sonos), 엔터테인먼트 회사 디시 호퍼(Dish Hopper), 삼성 등과 제휴를 맺고 1월 말까지 구글 어시스턴트를 10억대까지 판매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집에서도 복싱 훈련을 할 수 있는 파이트캠프.     출처= FightCamp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된 운동을 할 수 있다

지난해 CES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제품 중 하나는 펠로톤(Peloton)의 4천 달러짜리 러닝머신과 온디맨드 수업이었다. 올해에는 다른 피트니스 브랜드들이 첨단 기술을 이용해 집에서 운동할 수 있는 트렌드를 만들어 돈을 벌려고 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러닝머신, 웨이트 트레이닝, 운동기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바우플렉스(BowFlex)의 새 서비스는 타원형 기계로 온디맨드 수업을 제공한다. 잭스족스(JaxJox)의 349달러자리 케틀 벨(kettlebell, 무게 추에 손잡이가 달린 근력 운동 기구)은 반복 운동의 회수를 추적하고, 파이트캠프(FightCamp)의 장비 세트는 펀치 강도 추적 센서, 복싱 글러브와 주목 싸개(wraps), 저 혼자 설 수 있는 펀칭 백과 매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격이 995달러나 되므로 대강 운동하려는 사람이 살 물건은 아니다. 또 온라인 운동 평생 회원이 되려면 월 39달러를 내야한다.

▲ 인텔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밀렵꾼을 탐지하는 새로운 AI 카메라를 개발했다.   출처= Intel

AI 없는 곳이 없다, 심지어 황무지에도

그러나 CES 2019년의 최고 유행어는 역시 인공지능(AI)이다. TV 제조사들도 영상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제품에 AI를 접목하고 있고, 자율주행차 회사들은 내비게이션과 안전 장치에 AI를 꾸준히 구축하고 있다. 인텔과 페이스북은 AI 칩 팀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례 중 하나는 아주 고질적이고 기술과는 관련이 없던 문제, 바로 동물 밀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인텔은 리졸브(Resolve)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 (National Geographic Society)와 제휴해, 인공지능을 이용해 아프리카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밀렵꾼을 탐지하는 트레일가드 AI(TrailGuard AI)라는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현장에 배치된 카메라는 AI를 이용해 밀렵꾼들의 얼굴을 인식하고, 어느 움직임이 바람에 의한 것인지, 동물의 움직임인지, 인간인지를 구분한다. 이 시스템은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근무자들에게 바로 경고를 보냄으로써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나아가 더 많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곡면 TV를 선보인 LG의 부스는 단연 2019 CES의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출처= LG

크고, 아름답고, 수다스러운 TV

CES는 TV 제조사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다. 비록 그 동안 그들이 선보인 TV중 상당수는 실제 고객들에게 전달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LG의 부스는 이번 CES에서 단연 으뜸이다. 곡면 스크린과 감을 수 있는(roll-up)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LG 부스의 통로는 발 디딜 틈이 없다. LG는 올해 말에 상용화한다고 장담한다.  

LG는 또, 어느 다른 TV 제조사보다 많은 픽셀을 가진 88인치 8K OLED 대형 TV도 선보였다. 이전처럼 스피커가 따로 부착되는 것이 아니라 음향 시스템이 TV 스크린에 내장되어 있어서, 소리가 그 소리를 내는 물체에서 직접 나는 것처럼 들린다.

삼성도 자사의 스마트 TV에 애플의 아이튠즈(iTunes) 앱을 추가해, 가정 내 모든 가전 제품들을 제어할 수 있는 애플의 스마트홈 기술 홈킷(HomeKit)과 에어플레이(AirPlay 2)를 동시 탑재해 애플 기기의 음악과 영화 등 콘텐츠를 더 큰 화면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삼성뿐 아니라, 미국의 TV 업체인 비지오(Vizio)와 LG도 홈킷과 에어플레이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외부 하드웨어 회사들에게 자사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애플이 타사와의 제휴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CES에서 발표한 대형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더 월'(The Wall) 219인치 버전을 선보였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더 밝은 이미지를 만들어내 미래의 스크린 기술 대안이 될 것이다.

삼성은 또 75인치 모듈형 마이크로 LED 스크린을 공개했다. 이 모듈을 조합해 270인치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모듈형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작은 화면을 마치 블록 같이 조립해 더 큰 맞춤형 화면을 만들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 피부를 스캔해 검은 반점 부위에 미네랄 색소를 주입해주는 옵테(Opté)의 원드.   출처= Opté

완벽한 피부를 위한 끝없는 탐구

프록터앤갬블(P&G), 로레알(L'Oreal), 뉴트로지나(Neutrogena) 같은 화장품 회사들도 기술에 대해 점점 더 진지해지고 있다. 이 회사들도 올해 CES에서 화장품, 앱, 그리고 뷰티샵 매장의 미래를 선보였다.

P&G는 기존의 온라인 스킨 어드바이저(Skin Advisor) 도구에 피부 나이를 알려주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올레이 퓨처 유 시뮬레이션(Olay Future You Simulation)이라는 이 기능은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외선 차단제를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와 사용하지 않는 경우 피부와 얼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P&G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옵테(Opté)도 원드(Wand) 시장에 데뷔했다. 옵테의 원드는 피부를 스캔하고 검은 반점 부위에 바로 미네랄 색소를 주입한다. 원드 안에는 스캐너, 카메라, 마이크로 프린터가 내장되어 있다.

로레알도 피부 산성도(pH)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접착식 웨어러블 피부 센서를 공개했다. 이 센서는 습진, 건조, 여드름 같은 피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질환을 모니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그동안에는 피부 pH를 측정하는 과정에 비용이 많이 드는 장비와 많은 양의 땀이 필요했지만, 이 새로운 센서는 마이크로 채널로 소량의 땀만을 포착해 15분 이내에 정확한 pH 판독값을 제공할 수 있다.

뉴트로지나는, 스마트폰의 앱을 사용해 자신의 얼굴을 분석해 자신에게 꼭 맞는 마스크를 만들어주는 마스크아이디(MaskiD)라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얼굴 크기와 모양을 측정하고 이마, 눈주위, 뺨, 코, 비주(콧구멍에서 입술 끝까지 이어지는 라인)와 턱 등 6개 구역의 피부에 관해 직접 입력을 하면 소비자에게 필요한 성분을 조합해 마스크를 만든다. 따라서 각 마스크는 사용자마다 모양이 다르고 피부 조건에 따라 다른 성분이 조합되므로 색상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