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카풀 논란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지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풀러스 등 ICT 업계와 택시업계의 줄 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분신, 사망하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의 비극적인 사고가 나오기 전 ‘명확한 결단’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 카풀 반대를 주장하는 택시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대다수의 시민들은 카풀에 찬성하는 등 양측의 간극이 상당한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택시업계가 무작정 반대만 외치며 투쟁할 경우 소모적인 논쟁만 커지는 한편, 택시기사의 죽음처럼 비극적인 상황만 반복될 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가이드 라인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 택시기사들이 상복을 입고 카카오 카풀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택시업계 분열설...거세지는 논란

풀러스가 자의적인 잣대로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카풀 운행 확장을 선언한 후 카풀 논쟁은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후 럭시가 카카오 모빌리티에 인수된 후 카카오 카풀의 청사진이 나왔으나 택시업계의 반발은 점점 커지기만 했다. 택시업계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해커톤 제의와 서울시, 국회의 토론회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논란은 정치적인 쟁점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카풀 상용화를 시도하는 카카오에게 ‘약탈적 대기업’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날선 말들이 쏟아졌다. 이를 비호하는 문재인 정부를 타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해 3월 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승용차 24시간 카풀제 도입 문제점 및 택시정책 개선을 위한 토론회는 사회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장소가 아닌, 사실상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자리로 꾸려졌다는 평가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 전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택시기사들에게 투쟁가를 가르치는 한편, 배포된 자료집에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유인물이 적혔다. 당시 토론회 사회는 카풀 논란과 관련이 없는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가 봤다.

지난해 10월과 12월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 당시에 정치색은 더욱 뚜렷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한편 연단에서는 정부 주요 인사들을 비속어까지 쓰며 비판하는 일도 많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벌어진 집회에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택시업계 지지를 선언했으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카풀 허용 법안은 박근혜 정부 당시 자유한국당이 추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치적인 당리당략에 따라 카풀 논란이 춤을 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택시업계와 ICT 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사고가 발생해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정식 서비스를 연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카카오 카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했으나, 택시업계는 여전히 불참을 고수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민주평화당이 주최하는 토론회에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불참을 선언하는 등 양측의 엇박자가 심해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택시업계의 ‘분열설’이 부상했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타고솔루션즈가 맞손을 잡는 한편 법인과 개인, 택시회사와 기사들이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전국에는 1700여개의 택시회사가 있다”면서 “고작 50개 법인택시가 모인 타고솔루션즈의 행보로 전체 택시업계가 분열하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단언했다.

모빌리티 전반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의 분쟁으로 휘청이는 사이, SK텔레콤의 전격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SKT T맵택시의 돌풍이 강하다. 출처=SKT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T맵택시의 MAU는 120만5000명이다. 10월 9만3000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1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T맵택시 리뉴얼에 나서며 연내 100만 MAU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T맵택시 가입기사 수도 지난해 기준 15만명을 넘겼다. 지난해 6월말 3만명 수준이었던 가입기사는 지난해 11월5일 리뉴얼 발표 당시 6만5000명, 11월24일 10만명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가입기사 규모는 전국 택시 기사(27만명)의 56% 수준이다.

SK텔레콤은 택시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풀러스 등에서 근무하던 인력 중 일부가 SK텔레콤으로 이직해 모빌리티 전략에 힘을 보태는 등 묘한 분위기도 연출된다. 택시업계 사이에서는 조합과 노조를 중심으로 소속 기사들에게 “카카오 T 택시 콜을 잡지 말고 SK텔레콤 T맵택시를 이용하라”는 지침까지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는 나아가 티원 등 새로운 ICT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카풀에서는 2.0 패러다임을 내건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카풀 논란의 도화선이던 풀러스는 최근 서영우 대표 체제로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과 라이더 이익 환원 전략 등을 통해 다시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선명한 전략도 없이 모호한 로드맵만 보여줬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카카오 모빌리티에 인수된 럭시의 마케팅 임원 출신인 박현 대표가 이끄는 위모빌리티의 위풀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카풀 서비스는 위치 기반의 온디맨드(실시간호출) 매칭 서비스다. 이는 출퇴근 을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1세대 업체들과 택시업계가 갈등하는 근본 원인이 되어왔다. 이에 비해 위모빌리티의 위풀은 ‘진짜 출퇴근’만을 위한 ‘일정 기반형 매칭’을 서비스한다는 설명이다. 단순 매칭이 아닌, 수도권과 서울 장거리 통근자에 방점을 찍어 새롭다는 평가다.

▲ 위플이 시동을 걸었다. 출처=위플

박현 대표는 "강력한 인증, 장거리 중심의 특화 카풀 서비스로 기존 카풀 업체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면서 "기존 카풀 업체들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법의 맹점을 뚫으려는 시도만 했지만, 위풀은 특화 서비스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위츠모빌리티의 어디고도 여성 전용 카풀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했으며 카풀이 아니지만 쏘카의 VCNC 타다는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형 우버로 눈길을 모았던 차차 크리에이션도 재기에 시동을 걸었다. 조만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 지난해 12월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논란 종지부 찍어야”

카카오 카풀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며 택시업계는 ‘단일대오의 동력’을 구축한다는 각오다. 9일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의 유서가 공개되며 반(反) 카카오 카풀 분위기는 고조될 전망이다.

카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카풀 반대 공세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면서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촉구한다. 카풀 운영과 관련해 추진해 온 모든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자인하라. 택시기사님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또 “(카카오 카풀을 막기 위해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가)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임을 분명하게 고지하고, 즉시 시험운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하라”면서 “카카오를 비롯한 모든 카풀앱 운영회사에 강력히 경고한다. 지금 즉시 베타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카풀앱 운영을 중지하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자기가 직접 카카오 카풀을 사용했으며, 그 결과 택시의 유상운송과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카풀 사고시에는 종합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면서 “보험약관상 유상운송은 자가용을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영리를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카풀 반대에 힘을 실어달라는 주장이다.

택시업계와 ICT 업계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카풀에 찬성하고 있으며, 택시업계의 후진적인 서비스를 지적하는 지적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결단’을 두고 업계 별로 큰 온도차이가 보인다.

‘조속한 결단’을 두고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으나, ICT 업계 및 시민들은 오히려 카카오 카풀을 빠르게 허용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쪽으로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승차공유이용자모임의 김길래 대표는 택시기사의 죽음을 두고 “택시기사님의 분신 사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택시업이 너무 어렵고 하루하루 벌기도 힘들다는 고인의 말과 카풀을 우려하셨다는 마음에 깊은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사에 대한 업계의 따듯하고 깊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카풀에 대한 논의가 최고점까지 오른 시점에서 정부의 빠른 가이드 라인이 나오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미래를 위한 조속한 결단을 주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택시업계가 과도한 사납금,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자연스럽게 ICT 융합 발전을 꾀하려면 카풀을 비롯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본다. 즉, 이를 둘러싼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바로 지금 조속한 결단을 통해 카카오 카풀 논의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오면서 ICT 융합의 틀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풀 논란을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안타까운 비극은 더 많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ICT 업계가 택시업계, 특히 택시기사들의 어려움을 직시하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해답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