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00㎞ 이상 지역에서 자율주행차 상용 서비스가 시작됐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다. 이용방법은 차량 공유 서비스와 접목돼 간단하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깔고 호출하면 자동으로 와서 태우고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5분 동안 이동하는 데에 약 8500원에 요금이 나온다.

우버의 차는 완전 무인주행은 아니다. 만약을 대비해 운전대 앞에 엔지니어가 앉은 채로 탑승한다. 곧장 엔지니어가 사라질 가능성은 높다. 애리조나주는 완전 무인주행차 주행을 허가한다. 차후 서비스가 안정적인 수준의 도로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엔지니어가 탑승하지 않은 채 완전 자율주행차 서비스도 가능하다. 웨이모는 그동안 실제 도로에서 1600만㎞를 주행했으며 2017년 초부터 피닉스 지역에서 테스트 주행을 해왔다. 자율주행차 자문업체 브러틀앤코의 그레이슨 브러틀 대표는 “웨이모 상용서비스는 게임 체인저다.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웨이모의 재규어랜드로버 I-PACE 자율주행차. 사진=웨이모

웨이모가 지핀 경쟁의 시작

완벽한 자율주행은 아니지만 웨이모가 ‘시험주행’이라는 딱지를 떼고 상용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적잖은 충격이다. 특히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뼈저린 충격이다. 지엠(GM)과 볼보 등 많은 업체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 웨이모의 출발은 완성차 업체의 자율주행을 향한 경쟁에 불을 지폈다.

완성차 업체가 IT업체에 뒤처져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한 번 앞서간 업체가 시장에서 주는 파급력이 관건이다. 자율주행차는 차량 공유 서비스와 연계된다. 차량을 구매와 소유대상에서 서비스 이용 위주로 변화시키는 가능성을 지닌다. 기술발전에서 전기와 난방 수도가 소유에서 사회적 서비스로 바뀐 것과 같다. 차량을 통한 이동도 사회적 서비스 대상이 될 수 있다.

자율주행은 카셰어링의 촉매제로도 작용한다. 카셰어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동차 소유의 비효율성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중 자동차를 사용하는 비율은 평균 10%다. 미국 자동차협회 교통안전재단(AAA Foundation for Traffic Safety)이 2014년도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1인 기준 연간 자동차 운전 시간은 293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1년이 365일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 1시간 정도 자동차를 사용하는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자동차들은 하루 23시간 이상 주차장에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는 공유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등장한 것이 카셰어링이다. 그리고 카셰어링을 이용하기 위해서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불편함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자율주행 기술이다.

소비자 인식도 차량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는 추세다. PWC가 지난해 자율주행 택시 등장에 따른 자동차 소유 여부 인식을 조사한 결과 미국은 38%, 유럽은 47% 그리고 중국은 79%가량이 자동차 미소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가 아닌 ‘경제’의 리더

글로벌 투자기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웨이모가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에서 1750억달러(약 210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했다. 그만큼 상용화가 주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는 곳은 새로운 경제가 창조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율주행차에 목매는 가장 큰 이유다. 정보와 미래 시장 선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웨이모를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를 통해 도로라는 물리적 공간의 방대한 데이터와 운행 관련 개인정보를 선점한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이용해 상용화 서비스를 나간다는 것은 특정 기업이 미래 정보사회 신경망을 장악한다는 의미와 같다.

만약 구글이 애리조나주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들고 뉴욕으로 무대를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다임러 AG의 연구기관인 무벨 연구소(Moovel Lab)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주차 공간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센트럴 파크(Central Parks) 두 개와 맞먹는다. 런던도 하이드 파크(Hyde Parks) 5개 크기의 공간이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인데, 이 공간이 필요 없어지게 된다. 결국 웨이모라는 IT업체가 부동산 셈법 중 하나의 기준이 된다.

구글은 이미 이를 인지하고 있다. 알파벳의 도시개발 사업부인 사이드워크 연구소(Sidewalks Labs)는 토론토 동부 해안의 한 지구를 운전자가 전혀 없는 최초의 지역 사회가 되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정책 담당 임원인 로히트 아가왈라는 “도시 거리의 근본적인 디자인과 경험이 완전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한다.

컨설팅 전문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4단계 이상의 자율주행차 비중은 2025년 7%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2030년에는 4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석이 정확하다면, 203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율주행차 보급이 조금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기술 개발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모의 다음 상용서비스 무대는 어느 정도 가늠된다.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자율주행 실험을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앤 지역이다. 피닉스는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 평지다. 도로 시설이 잘돼 있으며,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행인이 드물다. 신호등을 막는 가로수도 적은 지역이다. 이와 비슷한 교통과 기후 조건을 지닌 곳이 웨이모의 다음 자율주행 상용화 지역이다.

그러나 웨이모의 행보에는 더 큰 마찰이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피닉스에서 자율주행차가 사망사고를 일으킨 만큼 안전성 문제를 지자체와 논의해야 한다. 우버 등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와 마찰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운송업 종사자의 실업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웨이모의 상용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존 크래프치크 웨이모 CEO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로 확산하는 데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모든 도로 조건에서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게 되기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그런데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곳(자율주행)이다”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진정한 4차산업혁명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분야 중 하나가 자율주행차”라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미래 지향성 신산업도 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