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경제정책방향>의 시내면세점 추가에 대한 내용. 출처= 기획재정부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해 12월 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소비·관광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 중 하나로 “서울 등을 중심으로 시내 면세점을 추가 설치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편의를 제고해 한국 방문 활성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작 면세점 업계는 시내 면세점 사업권 추가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계획 나름의 ‘근거’  

정부가 시내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데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입국자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있기 전인 2016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 수는 1724만182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조치는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시켰고 방한 외국인의 수를 1년 만에 1333만5758명까지 대폭 감소시킨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문제 해결 노력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점점 회복되면서 지난해 방한 외국인 수는 1402만2760명(2018년 11월기준)까지 늘어난다. 

▲ 출처= 한국관광공사 관광통계

이 기간 잠시의 위기를 맞았던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 면세점을 방문한 중국인 대리구매상(代工·따이공)들을 적극 유치하는 마케팅으로 큰 성과를 거둔다. 특히 지난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과 월드타워점의 매출은 각각 4조원(2018년 12월 14일 기준), 1조원(2018년 12월 23일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5208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신세계면세점(명동점), 두산면세점(동대문 두타몰) HDC신라(용산아이파크몰점) 역시 지난해 나란히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일련의 추세는 분명 면세점 업계의 분위기 반전 시그널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면세사업으로 인한 관광수익 증대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고, 정부 세종청사에서 지난 2일 열린문화체육관광부의 시무식에서 도종환 장관은 “올해 방한외국인 목표를 사상 최대인 1800만명으로 설정하고 이와 관련해 문화콘텐츠산업을 포함한 여러 연계 산업을 지원하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면세점 업계 “글쎄...”

이러한 정부의 ‘원대한 계획’에 대해 정작 면세점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뜨뜻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중국 정부의 전자상거래법(中华人民共和国电子商务法, 이하 전상법)과 관련해 예상되는 업계의 변동이다. 전상법 적용 이전까지 포털 사이트 혹은 SNS채널에서 개인 단위로 물건을 판매하는 중국의 파워블로거·인플루언서·구매대행업자들은 별도의 사업자등록 없이 거래를 해왔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전자상거래 판매자들이 난립하면서 가짜 상품 유통 혹은 사기 등 범죄행위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모든 전자상거래 판매자들에 대한 등록제 시행을 결정했다. 

통상 중국의 공식 유통 채널에서는 우리나라 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일 상품을 최대 30% 비싼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에 많은 이들의 주문을 받아 우리나라의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상품을 매입하고 현지에서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확산됐다. 이 대리구매자들이 ‘따이공’이다. 전상법의 시행으로 이제 따이공들도 중국 정부에 정식으로 판매자로 등록하고 세금을 내야한다. 이 세금으로 늘어나는 비용은 따이공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전상법 시행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면세상품에 대한 중국 현지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상회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지만, 그와 반대로 따이공들의 면세상품 수요가 최대 30%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계속 나오고 있다.

▲ 1월 1일부로 시행된 중국 전자상거래법 원문. 출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전상법 시행이 국내 면세점들에게 정확히 어떤 영향을 줄지는 적어도 올 한 해 동안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지난해처럼 따이공 수요의 폭증으로 인한 각 면세점들의 호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지나치게 편중된 수익성이다. 지난해 롯데·신라·신세계·두산 등 주요 기업들의 면세점들은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나머지 소규모 면세점들은 모두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갤러리아63면세점과 대전 타임월드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3분기 매출734억원(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 영업손실 18억원, 당기순손실 2억원을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냈다. 그 외 동화면세점, SM면세점 등 중소브랜드들은 모두 손익분기점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전상법 시행으로 인한 면세수요 감소 예상, 양극화된 수익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재의 시점에서 시내면세점 사업권이 추가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면세점 업계 다른 관계자는 “2014년 6개였던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2015년 3개, 2016년 4개가 추가로 총 7개가 추가되면서 13개까지 늘어났다”면서 “물론 방한 외국인들의 증가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제한은 여진히 풀리지 않았고 여기에 전상법 시행으로 업계의 수요 정체가 예상되는 시점에 사업자 수를 늘리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