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비둘기파적(통화완화) 발언을 내놨다. 올해 통화정책을 상황에 따라 빠르고 유연하게 조정할 것이라는 발언이다. 미국 경제가 예상치 않게 둔화한다면 통화정책을 조정할 것이라는 의미다. 사실상 통화긴축정책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미리 정해둔 정책경로는 없다”면서 “경제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빠르고 유연하게 변경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는 재닛 옐런,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들이 참석했다.

물가가 적정수준이라는 발언도 내놨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잠잠한 상황에서는 경제가 어떻게 진전될지를 보면서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면서 “현재 물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임금 상승은 물가에 대한 우려를 키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보유자산(대차대조표) 축소 프로그램에 대해 이전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보유자산 축소가 시장 불안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보유자산 축소 정책이 문제가 된다면 주저 없이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파월 의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 때와 비교하면 비둘기파적 색깔이 짙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당시 “우리는 현재 중립금리 하단부에 있다”면서 비둘기파적 발언을 했다. 그는 또 기존의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보유자산 축소프로그램에도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월 의장은 최근 경제지표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자신 있다는 의견을 재차 피력했다. 그는 “대부분 중요 지표는 여전히 탄탄하다"면서 “미국의 경제지표는 새해에도 긍정적인 모멘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12월 고용지표에 대해 “임금 상승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임금 상승이 물가 우려를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시간당 임금은 지난해 대비 3.2% 올라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그는 “경제지표와 금융시장이 상충하는 점은 불안 신호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와 중국 경기 약화, 무역전쟁, 미국 정책 불확실성 등을 시장이 우려하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파월 의장은 특히 지난해 논란을 부른 경질설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은 정부와 독립되는 강한 전통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에서 내년도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다. 2020년 1회 금리인상 횟수 전망은 유지했다. 그러나 시장은 미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1회 혹은 동결할 것이라는 데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경제둔화가 예상보다 가속화한다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