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리퍼브’ 제품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늘면서 홈퍼시니싱 업계에도 알뜰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 통한 것이다. 리퍼브 제품은 ‘새로 꾸민다’를 의미하는 ‘refurbish’의 줄임말이다. 매장 전시용 제품, 반품 제품, 이월상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아예 리퍼브 상품만 취급하는 전문 매장도 크게 늘었다. 특히 경기도 용인, 남양주, 고양, 파주 등 수도권에 속속 들어서며 2017년 100여 개였던 리퍼브 전문점은 2018년에 300여 개까지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리퍼브 전문 매장들은 다시 들어온 제품들을 손질하고 새로 포장해 신제품보다 약 50~9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 스타필드 고양점의 까사미아 아울렛 매장 모습. 출처=까사미아

입소문 타고 성장한 ‘리퍼브’ 제품
7일 업계에 따르면 가구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리퍼브 매장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온라인매장과 달리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더욱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토털 홈퍼니싱 브랜드 ‘까사미아’는 리퍼브 매장과 아울렛형 매장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리퍼브 매장은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에 자리한 까사미아 시흥점과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 되어있다. 까사미아는 ‘오픈 후 새 상품으로 판매 불가’ 방침을 엄격하게 고수한다. 색상 등 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책상, 제품 홍보를 위한 촬영용으로 사용된 소파, 매장에 전시됐던 옷장까지 한 번 오픈한 제품은 모두 리퍼브 상품으로 간주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400만 원대 4인용 소파를 50% 할인된 가격에 팔며, 6인용 원목 테이블은 40%나 저렴하다. 스크래치나 주름 등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리퍼브 상품에 대한 구매 결정을 내리면 즉시 판매 완료 스티커를 붙인 후 고객의 집으로 배송해준다.

▲ 까사미아의 A급 리퍼브 상품을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까사미아 시흥점 매장. 출처=까사미아

까사미아 관계자는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에 위치한 까사미아 매장의 경우 리퍼브 제품은 매장에 비치 후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팔릴 정도다”면서 “리퍼브 제품이라도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쳐 선별되기 때문에 제품 외관이나 기능은 새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업체 바디프랜드도 도심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며 알뜰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12월 전시장 압구정 1호점을 고가의 안마의자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도심형 아울렛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총 2층 규모로 1층엔 안마의자 아울렛 전시장, 2층은 공유 오피스로 구성됐다. 1층 아울렛 전시장에서는 프리미엄 모델의 리퍼 제품과 전시품 등을 전시해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체험한 제품을 선정해 구매하면 현장에서 포장과 배송이 이뤄진다. 리퍼 제품은 정상 제품과 동일하게 사후서비스(AS)가 가능하고, 소비자가 대비 최대 4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바디프랜드 1호점 매장인 압구정점을 리뉴얼한 것은 바디프랜드가 초심으로 돌아가 또 다른 역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라면서 “고객들도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제품들을 자유롭게 체험해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 바디프랜드 압구정 1호점이 도심형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재탄생한 모습. 출처=바디프랜드

'리퍼브 매장' 인기 급증↑, 왜?
리퍼브 매장의 인기는 가격 면에서 큰 강점을 보였다. 흠집이 나거나 반품된 제품 등을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지갑을 열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또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사는 집에 비싼 제품들을 원가에 주고 사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 리퍼브 제품은 고가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를 느낄 수 있는 제품으로 젊은 층의 소비자 수요를 끌어 모았다. 이에 힘입어 2018년 지난해 리퍼브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0% 성장한 10조 원까지 확대됐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리퍼브 제품으로 취급되는 제품군이 다양해진 점도 인기몰이의 원동력이다. 삼성·LG·대유위니아의 가전제품부터 한샘 책장, 부도난 화장품 업체의 마스크팩·스킨·로션 등 다양한 제품들이 러퍼브 제품으로 새롭게 단장해 판매된다.

이를 통해 유통업체는 재고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상부상조인 셈이다.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혼수제품까지 리퍼브 매장에서 사들이는 신혼부부도 증가하고 있다.

이사가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인 김수연(33·여)씨는 “새로 입주하는 집의 가구를 사려고 요즘 리퍼브 매장을 자주 찾는다”면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잘 찾으면 백화점 부럽지 않은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퍼브 제품을 구매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반품이나 환불이 어려울 수 있고, 생각보다 하자가 클 경우 판매자와 소비자 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가전이나 가구 등은 제품 설명과 사후 서비스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식품이나 화장품 등은 유통기한을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