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카풀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양측은 지금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 택시업계는 정부여당, ICT 업계가 마련한 사회적 기구 참여를 거부하고 있으며 토론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해답은 없을까?

▲ 택시업계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묘한 설문조사 눈길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은 지난 4일 택시 호출서비스와 카풀 서비스 관련 인식 조사라는 설문조사를 발표, 응답자의 78.9%가 "택시 호출서비스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답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다만 56.6%는 "택시 호출서비스가 있어도 여전히 택시를 잡는 일은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은 미완의 서비스라는 뜻이다.

카풀 도입에 대해 58.2%는 허용,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12.5%에 불과했다. 많은 시민들은 카풀에 찬성하는 셈이다. 다만 47%는 카풀이 택시기사 생존권에 위협될 수 있다고 말했고, 62.3%는 승차거부 등으로 자업자득이라는 답이 나왔다.

설문조사 자체로만 보면 묘한 결과다. 많은 사람들은 카풀에 찬성하고 있으나 카풀이 택시기사 생존권에 위협이라는 의견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는 또 택시업계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있다. 즉 카풀을 강행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애매'해진다는 뜻이 된다. 택시업계의 생존권도 중요한 화두고, 그들의 자업자득이라는 주장도 비등하기 때문이다.

상충되는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역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3일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와 택시 서비스 고급화 및 택시 수익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서울지역 50개 법인택시가 등록한 타고솔루션즈는 승차거부 없는 택시, 여성 전용택시 서비스를 준비하며 택시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곳으로 알려졌다. 웨이고 블루와 웨이고 레이디가 그 주인공이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타고솔루션즈가 추진하는 고품격 택시서비스가 택시 시장의 변화와 성장을 일으키는 스마트 교통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오광원 타고솔루션즈 대표는 “고용 시장 변화에도 앞장서 택시 기사에게는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할 것”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극을 달리던 두 진영이 일부 타협점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확대해석은 위험하다. 택시업계의 단일대오가 무너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이러한 흐름이 지나치게 지엽적으로 흘러갈 경우 강력한 반발을 사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이는 자기의 무기가 약해질수록 더욱 감정적이 된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카카오와 타고솔루션즈의 협력으로 택시업계의 분열 이야기가 나오자 “전국에는 1700여개의 택시회사가 있다”면서 “고작 50개 법인택시가 모인 타고솔루션즈의 행보로 전체 택시업계가 분열하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물론 택시업계도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런 상태로 '알아서 단일대오가 무너질 것'이라고 보는 일부 ICT 업계의 시각은 타당성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자칫 의도된 것으로 비춰지며 상대를 자극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집회 당시 카카오모빌리티와 풀러스, 쏘카가 벌인 이벤트가 단적인 사례다.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최 모씨의 죽음으로 택시업계는 잔뜩 격앙된 상태에서 20일 집회를 앞두고 ICT 기업들은 뼈 아픈 최악의 수를 뒀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20일 카풀 크루에게 최대 1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벌였고 풀러스도 하루 카풀에 탑승하는 고객에게 100%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 쏘카도 대형 이벤트 카드를 빼들었다. 20일 하루 최대 87% 할인된 가격으로 최대 33시간 차를 빌릴 수 있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택시파업으로 국민의 불편함이 커지자 이를 덜어주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평가다. 오히려 필요이상으로 택시업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카카오모빌리티는 빠른 상황판단으로 마케팅을 조기 종료했으나 쏘카와 풀러스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풀러스의 경우 사상 초유의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자의적 운행시간 확장으로 파괴적인 대형사고를 냈던 곳이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말이 나왔다.

▲ 카카오와 타고솔루션즈가 만났다. 출처=카카오

"유리공 던지기"
카카오 카풀에 있어 택시업계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질 낮은 택시 서비스로 원성을 산 상태에서 ICT 대안을 무리하게 막겠다는 주장은 대중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이제 잘 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많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들을 '떼법 청원자'로 몰며 '막강한 강자'로 묘사하지만, 내부를 보면 이들도 약자에 가깝다. 최근 여론의 추이를 봐도 쫒기는 쪽은 택시업계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ICT 업계가 강공모드만 고수한다면 문제가 더 불거진다. 여론의 힘만 믿고 "신기술을 거부하는 것은 사라져야할 구악"이라고 말하는 순간 협상은 성립되지 않는다. 당장의 목표는 쫒기는 자인 택시업계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오는 것이며, 무리하게 몰아쳐 압박하는 것에 있지 않다.

협상은 서로 마주보고 '유리공 던지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누구 하나가 힘이 강하다는 이유로 게임의 법칙을 어기고 유리공을 강하게 던지면 게임은 끝난다. 서로 좋은 방법은 조심스럽게 유리공을 던지며 상대방에게 맞추는 방식이다. 택시업계는 헌법적 가치인 생존권을 꺼내들었고, 여기에 갑자기 정치권 논리까지 개입하며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ICT 신기술의 흐름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시대의 대세다. 어떻게든 ICT 업계가 이긴다. 유리공을 던지며 상대방을 조심스럽게 '핸들링'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내가 유리공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한다.

택시업계는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자기들을 옥죄는 진짜 폐습이 무엇이며, 진짜 상생의 손을 내미는 쪽은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