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기해년을 맞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기업이 2일 시무식을 열며 새해 메시지를 전한 가운데, 이들의 올해 경영 청사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한편, 국가경제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4대 기업의 올해 경영 키워드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각 기업의 신년사가 국정농단 사태 직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위기 극복'이 공통 키워드였다면, 올해 신년사는 각자의 전략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처음으로 신년사를 발표한 해이기도 하다.

▲ 삼성전자 시무식이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

지난해 초심 외치던 삼성, 올해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후 2015년부터 전문 경영인 명의의 신년사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김기남 부회장이 신년사를 했다. 김 부회장은 2일 시무식에서 "2019년은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라면서 "10년 전에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도약한 것처럼 올해는 초일류, 초격차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말했다.

법고창신의 사자성어를 화두로 꺼냈다. 김 부회장은 옛 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줄 알아야 하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의 법고창신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개발·공급·고객 관리 등 전체 프로세스 점검을 통해 기존 사업의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김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초심'을 언급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당시 "세계 경제는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며, 인공지능·자율주행·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미래를 창조하는 초일류 기술 회사, 지속 성장 가능한 조직문화 창출,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이 지난해 초 경제의 불확실성을 직시하는 한편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강조했다면, 올해는 "현재의 성과를 토대로 가보지 못한 길을 거침없이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고창신의 정신이다. 제조업 기반의 하드웨어 기반에서 벗어나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전략을 덧대는 방식으로 새로운 50년을 다짐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삼성명장 제도를 신설하는 등,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플러스 알파'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책임경영 외친 현대차, 올해는 "융합 즐기자"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은 2일 시무식을 통해 "새로운 시도와 융합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를 즐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도전적 실행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면서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자"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7년과 2018년 회장이 주재하는 전체 시무식 대신 각 계열사별 시무식을 열었으나 올해 다시 그룹 통합 시무식이 부활했다. 지난해 9월 정 수석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한 후 무려 3년 만에 강력한 메시지가 나온 셈이다.

최근 어려워진 현대차 사정을 의식한 듯 판매 부진을 탈출하기 위한 방안도 임직원들에게 제안했다. 나아가 부품산업과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 부문별 목표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정 수석 부회장은 "2021년 국내 자율주행 로봇택시 시범 운영 등 다양한 가능성 발굴을 목표로 글로벌 업체들과의 제휴를 활발히 추진할 생각"이라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을 이끈 정몽구 회장의 사업보국 의지와 철학을 확실하게 계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명의 신년사를 통해 책임경영을 외치는 등 위기 극복을 키워드로 삼은 바 있다. 정 회장은 당시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호 무역주의의 확산, 미래기술 혁신 가속화 등으로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책임경영을 통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신년 메시지를 통해 어려워진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타파하기 위한 조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정의선 총괄 부회장 신년사도 다르지 않지만, 다소 무거운 화두보다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융합과 즐거움'을 키워드로 삼은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정 수석 부회장 체제의 현대차가 올해 보여줄 새로운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SK 시무식이 열리고 있다. 출처=SK

"소탈함은 계속된다" SK의 사회적 가치
최태원 SK 회장은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9 신년회에 참석,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신년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고 주요 관계사 CEO가 패널로 참여해 대담한 뒤 최 회장이 마무리 발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대담 사회를 맡았고,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김철 SK케미칼 사장,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최 회장은 행복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최근 친족 등에게 지분을 증여하며 공동경영 체제를 확립한 상태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장면이 의미있다.

최 회장은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꿔야 하며 단순히 제도만 만들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시행과 적극적 참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면서 "KPI의 SV 비중을 50%까지 늘릴 것이며 완벽한 평가가 되지 못할 지라도 평가를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구성원의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면서 "고객, 주주, 사회 등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자산을 공유해 오고있는 우리 협력업체가 SK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작은 실천의 방법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미 경제적 가치(EV) 창출을 위한 최적화된 시스템이 있다. 여기에 인사하기, 칭찬하기, 격려하기 등 작은 실천이 더해진다면 분명 더 행복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설파하는 한편, 기업 구성원은 물론 공유경제 전반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소탈함으로 무장한 접근법도 해가 갈수록 짙어지는 중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시무식에서 준비된 신년사를 낭독하지 않고 30분간의 강연으로 직원들과 소통했다. 최 회장은 당시 지금까지의 비즈니스에 안주하지 않고 경제 사회적 가치가 함께 창출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공유 인프라의 개념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자산은 외부에 공유할 수 없다는 생각을 깨고, 기존 비즈니스에만 활용했던 자산을 공유 인프라로 확장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신년사는 딥 체인지(Deep Change)도 강조됐다. 최 회장은 “SK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올드 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면서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Sudden Death) 시대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Deep Change)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가치와 경제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비롯해 자산을 공유하거나 변화를 주는 공유 인프라는 물론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경영’ 등 구체적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소통과 소탈함을 무기로 임직원에게 다가섰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해는 서든 데스 등의 표현으로 알 수 있듯이 기업의 절박함을 인지하고 냉정한 성찰을 주문한 반면, 올해 신년사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임직원의 행복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공유경제 인프라 등 새로운 가능성 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내부의 행복에서 찾았다는 점이 새롭다.

▲ LG 시무식이 열리고 있다. 출처=LG

지난해 역량 강화..올해는 고객 우선 LG
구광모 LG 회장은 2일 마곡 사이언스 파크에서 시무식을 열며 신기술 제일주의, 소탈함, 그리고 고객 가치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하는 LG만의 고객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으로부터의 배움을 더 나은 가치로 만들어, 고객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마지막으로 "LG의 고객 가치는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고객을 위한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존중하고,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역동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초 LG는 구본준 부회장 명의의 신년사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구 부회장은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는 한편 연구개발 등 신성장 동력 창출을 주문했다. 구 부회장은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려면 변화의 흐름을 통찰하고, 주도 면밀하게 준비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며 "익숙했던 기존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려 사업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철저하게 우리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신년 메시지는 연구개발, 제조 역량 강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신뢰로 압축됐다. 구 부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의 사례를 들어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제조 혁신 활동을 통해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사업하는 방식을 철저하게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의 지난해 신년사는 신성장 동력 창출, 그에 따른 고객 경험 강화다. 이는 올해 구광모 회장의 신년사에 대부분 담겼다는 평가다. 다만 구광모 회장은 신년사에 '고객'이라는 단어를 30회나 사용할 정도로 무게중심을 철저히 고객 가치에 두는 쪽을 택했다. 소탈한 모습으로 임직원들을 대하는 한편 마곡 사이언스 파크라는 키워드로 기술력 강화를 주문하는 장면은 지난해 신년사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LG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 조성진 부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가치를 주문했다. 조 부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남다른 생각을 갖고 불가능에 도전해야 하며, 경쟁의 골든 타임을 정하고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고객의 눈높이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품질, 안전, 환경, 그리고 정도경영은 성장과 변화를 위한 경영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며 “업무전반에 적용하고 철저하게 실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4대 기업 한 자리..올해 국내 경제 달릴 수 있을까
4대 기업의 신년사가 2일 일제히 발표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신년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총괄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기해년 첫 신년회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며 올해 국내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작년 사상 최초로 수출 6천억달러를 달성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지금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으며, 산업 전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고 방식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기업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