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최근 연이은 한파로 지난달 31일 한강이 결빙됐다. 이번 겨울 한강 결빙은 평년보다 13일 빠른 것이다. 이 같은 한파로 잔뜩 소비 심리가 잔뜩 움츠러들었지만 반면 겨울 특수로 방긋 웃는 업계도 있다.

롱패딩 ‘생존 아이템’으로 거듭나다

목부터 무릎까지 닿는 패딩을 이르는 ‘롱패딩’은 이쯤 되면 ‘유행’이 아니라 ‘생존 아이템’이라 불릴만하다.

지난 겨울(2017년 12월~2018년 2월) 대한민국엔 ‘역대급 한파’가 몰아쳤다. 지난 1월 24일부터 26일. 서울 기온은 영하 14도에 머물러 있었다. 기록적인 한파였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날씨 역시 꽁꽁 얼어붙었다. 추운 날씨는 ‘롱패딩 유행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롱패딩 열풍’의 시작이었다.

▲ 목부터 무릎까지 닿는 패딩을 이르는 ‘롱패딩’은 이쯤 되면 ‘유행’이 아니라 ‘생존 아이템’이라 불리고 있다. 출처= 탑텐

롱패딩은 목부터 무릎 아래를 감싼다. 일반적인 외투보다 신체를 둘러싸는 표면적이 넓다. 이 때문에 롱패딩의 방한 효과는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다. 롱패딩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인 이유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패딩 점퍼의 판매량은 지난해 보다 10월에는 82%, 11월에는 112% 증가했다.

더불어 방한 패션 상품의 판매량도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모스타킹 판매량이 5배 가까이 늘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발열내의도 2.5배, 기모 팬츠 2배 이상 증가했다.

겨울 내의 대명사인 유니클로 ‘히트텍’은 올 겨울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일부 히트텍 제품이 품절됐다. 특히 기모 안감으로 이전 히트텍 보다 1.5배 높은 보온성을 갖춘 ‘히트텍 엑스트라 웜’ 라인은 품절된 상품이 더욱 많다.

방한용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모바일커머스 티몬이 한파가 시작된 지난 22일~25일 나흘간 방한 용품 매출 추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83% 가량 증가했다.

G마켓 영업본부 김한수 팀장은 “대설을 기점으로 기습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관련 상품 주문에 나선 고객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한파 특보가 발효되는 등 영하의 기온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보가 전해져 한파 대비 용품의 꾸준한 판매 증가세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년 대비 롱패딩은 10월 82%, 11월 112% 판매가 증가했다. 출처= 다나와

겨울가전 新3대장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는 국내 가전시장에서 대표 ‘겨울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겨울가전은 그동안 보온매트, 히터 등 난방제품에 한정됐다. 올해는 한파와 미세먼지로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품목이 확대되면서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건조기는 그동안 장마가 집중되는 여름철에 수요가 가장 많았다. 장마철 판매량은 월평균의 2배를 20만대를 웃돌았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한파로 자연 건조가 불가능해지면서 겨울에도 판매량이 급증했다.

장마철 대표 가전이었던 건조기는 요즘 겨울철 최고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날이 추운 데다 실내에▲ 빨래 건조대를 두기 꺼려하는 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또 추운 날씨 탓에 이불을 밖에서 털기 쉽지 않다는 점도 먼지 제거 기능이 있는 건조기를 찾는 요인이다.

▲지난해 대비 11월부터 12월 한달간 공기청정기, 의류관리의 판매량이 큰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난방 가전은 2%에 그쳤다. 출처= 이베이코리아

쇼핑사이트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1월13일~12월12일)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164%, 187% 급증했다. 건조기도 55% 더 팔렸다. 난방 가전 판매는 같은 기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옥션 김충일 디지털실장은 “올겨울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는데도 미세 먼지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자들의 관련 가전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조기, 의류관리기는 포화상태에 접어든 난방가전과 달리 성장세가 뚜렷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올 4분기 건조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LG와 코웨이까지 뛰어든 의류관리기 시장도 겨울철에 호황을 맞고 있다. 미세 먼지뿐만 아니라 연말에 회식이 잦은 직장인들의 옷에 밴 고기와 술 냄새, 구김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교복처럼 입는 롱패딩이나 값비싼 겨울철 캐시미어·가죽 의류를 관리하는 데도 유용하다는 점도 의류관리가 인기의 요인 중 하나다.

미세 먼지 때문에 봄·여름 대표 가전으로 여겨졌던 공기청정기도 이제 겨울에 더 잘 팔린다. 삼성전자는 올 4분기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3분기(월평균 판매량)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코웨이 관계자도 "과거에는 거실에만 1대 놓는 집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안방·자녀방에도 추가로 두는 가정이 늘면서 판매량도 덩달아 뛰었다"고 말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캐리어·위닉스 등 중견기업까지 선전하며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 140만대에서 올해 250만대까지 커졌다. 에어컨(250만대)·냉장고(200만대)·세탁기(150만대)에 이은 명실상부한 필수 가전이 된 것이다.

▲(왼쪽부터)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건조기는 겨울철 가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겨울철 가전 실적을 이끌고 있다. 출처= 각 사

보일러의 계절

난방가전 대표 주자는 보일러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 등을 중심으로 보일러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날이 추워지면서 보일러 가동이 시작되면서 보일러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경동나비엔 지난해 실적을 보면 4분기에 가장 큰 매출이 발생했다. 겨울을 앞두고 보일러를 교체하는 수요가 집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 6846억원 가운데 4분기에만 2517억원이 발생했다. 전체 매출 36%에 달하는 금액이다. 2016년 4분기 매출액은 2038억원이었다.

▲경동나비엔은 전체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실적이 4분이에 일어나고 있다. 출처= 경동나비엔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은 각각 저녹스 보일러와 콘덴싱 보일러를 앞세웠다. 친환경 보일러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 마케팅을 강화했다. 귀뚜라미는 올해 저녹스 보일러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상승한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경동나비엔의 지난해 콘덴싱 보일러 판매량은 2016년 대비 8.5% 증가했다. 올해에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일러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날이 추워지면서 보일러 가동이 시작되면서 보일러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출처= 경동나비엔

식품 : 직접 구매 보다 온라인 구매

한파로 온라인으로 식품과 생필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면서 티몬 슈퍼마트 매출도 동기간 130% 늘었다. 과일, 채소, 축산 등 신선식품 매출은 863%, 라면과 간편식 등은 178%, 육아용품은 159% 증가했다.

온장음료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온장음료는 편의점 등에서 매장 입구, 계산대 근처에 위치한 온장기계를 통해 따뜻하게 데워진 RTD(Ready To Drink) 제품으로, 손난로 대용으로 구매되는 경우도 많다.

▲ 추워진 날씨에 온라인에서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 티몬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11월부터 2월까지 총 4달간 온장음료 매출은 지난해 한해 매출에서 꿀음료 50%, 두유 57%, 초콜릿음료 43%, 커피 32%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제품 판매량으로 볼 때,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지난달 한 달간 판매량은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 대비 꿀홍삼 60%, 참두유 110%, 초코라떼 40% 가량 크게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1월에도 영하권 강추위가 이어지며 온장음료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바른 온장음료 구매를 위해 적정 온장온도 50~60℃와 보관 적정기간 10~14일 이내의 기준을 준수하는 판매점 제품을 구매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