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랜스포머 시리즈 리부트의 시작을 알린 영화 <범블비>.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범블비>는 곧 영화로 제작될 <트랜스포머> 리부트(시리즈물로 제작된 작품을 이야기의 처음부터 다시 영화로 만드는 것) 시리즈의 ‘에피소드 0’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왜 오토봇들이 지구로 왔는지, 노랑색 자동차가 변신하는 로봇 ‘범블비’는 왜 말을 할 수 없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시점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5편까지 제작된 전작 <트랜스포머> 시리즈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감안하면 <범블비>는 꽤 괜찮은 시작을 알렸다. <범블비>를 관람한 어떤 관객은 “형님들이 이전 영화에서 망쳐놓은 것을 이번에 ‘범블비’가 수습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미국에서 마블이나 DC의 슈퍼히어로만큼 많은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다. 우주행성 사이버트론과 지구를 오고가는 방대한 세계관, 오토봇(선)과 디셉티콘(악)의 확실한 대조, 옵티머스 프라임·메가트론 등 각 진영을 대표하는 매력적인 로봇 캐릭터 등 어려 방법으로 활용하기 좋은 콘텐츠다. 

이 우수한 콘텐츠를 가지고 만들어진 실사영화 <트랜스포머 1>(2007)는 로봇이 등장하는 메카닉 액션 영화의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성공가도를 걷는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의 속편들이 전편의 명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악순환을 계속 반복하면서 ‘폭망’의 전철을 밟았고 <트랜스포머>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는 전부 ‘흑역사’로 남았다. (그럼에도 무려 5편까지 만들어졌다는 게 참...) 로봇들의 화려한 변신 장면이나 전투 장면 말고는 뭐 하나 남는 것이 없고 뻔한 구성에 스토리마저 지루하다는 악평을 받았다. 

▲ 명색이 트랜스포머 시리즈 영화인데 액션이 빠질 수 있나. <범블비>에서도 로봇들의 화려한 변신과 전투 장면이 많이 나온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범블비>는 일단 ‘때리고 부수고 보는’ 액션보다는 로봇형 외계생명체 ‘오토봇’과 인간의 끈끈한 우정을 강조하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근원적 주제를 조금 더 파고들었다. 영화 <범블비>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관계’다. 여주인공 찰리 왓슨(헤일리 스테인펠드)와 범블비의 관계, 찰리와 찰리의 가족 간 관계 그리고 친구인 메모(조지 렌드보그 주니어)의 관계 변화는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계기로 점점 돈독해진다. 이전 <트랜스포머> 영화들이 로봇의 화려함만을 강조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물론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표방하는 작품인 만큼 화려한 액션도 빠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후의 전개다. <범블비>의 마지막 내용상 이후에 범블비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속편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철저하게 이후에 나올 <트랜스포머> 리부트 시리즈를 위한 계산이 느껴진다. <범블비>로 나쁘지 않게 다시 시작했으니 기대를 해 볼만도 하지만, 뭔가 불안한 감을 감추기 어렵다. 

<범블비>는 분명 괜찮았다. 적절한 볼거리와 영화 전체를 통과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과연 우리의 옵대장(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의 별명)은 범블비가 수습한 것들을 다시 잘 이어받아 전작에서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