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골목상권 문제를 두고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특히 외식업, 즉 자영업의 몰락에 대한 백 대표의 발언이 흥미롭다. 백 대표는 “매장 숫자가 너무 많고, 외식업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면서 “제가 방송을 하는 것도 쉽게 식당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자영업의 몰락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이나 살인적인 임대료 등 다양한 원인분석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백 대표의 말처럼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원인으로 여겨진다.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창업부터 하는 것”이 문제라는 뜻이다.

▲ 배달앱 이용에 따른 주문량, 매출액, 순이익 변화. 출처=소상공인연합회

더 흥미로운 대목은 국내 자영업 붕괴의 원인 중 하나인 “아무 생각없는 것”이 배달앱의 폐혜를 지적하는 목소리와도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31일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배달앱을 이용하는 음식점 중 상당수가 올해 경기 불황, 최저임금 인상, 금리 인상 등 악조건 속에서도 매출 및 이익 증대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공개한 ‘온라인 배달업체 이용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배달앱 이용 음식점 업주 1000명 중 절대 다수(95.5%)는 배달앱 이용 후 순이익이 증가(46.2%)하거나 유지(49.3%)됐다고 답했다. 반면, 순이익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4.5%에 그쳤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0월 전체 유료 광고주 6만8000여 명의 매출 및 광고비 데이터를 전수 조사해 그 평균치를 공개한 바 있다. 8월 기준, 배달의민족 이용 업주는 1인당 월 평균 23만원 정도의 광고비를 투자해 배달의민족을 통해서만 약 643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의아한 지점은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으로 이득을 보고있는 자영업자 중 일부는 왜 배달앱을 규탄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지점이다. 몇몇 언론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일부 불만있는 사람들은 배달앱 과다비용을 끊임없이 문제삼는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모색하지 않고 무작정 배달앱을 비판하는 일차원적인 사고방식만 보여준다.

배달앱 과다비용 논란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배달앱과 소상공인의 상관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중 90.7%는 앞으로도 광고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83.4%)하거나 확대(7.3%)해서 배달앱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 과다비용 문제가 심각하다면 당연히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지만, 이들은 왜 사용하는 것일까? 서두에 말했듯이 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달앱 과다비용 논란은 왜 문제가 될까? 배달앱 이용 이유에 대해 ‘타 업체와의 경쟁 등 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입’했다는 답변이 43.5%에 달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쟁 업소가 쓰니까 잘 따져보지도 않고 여러 광고 매체를 다 쓰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배달앱은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배달앱 과다비용 등의 문제는 실체가 있으나, 이 문제 역시 자영업자들의 전략적 부재가 없다는 현실과 마주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정파적으로 활용해 자기들의 약탈적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이들의 ‘장난’이 문제인 셈이다.

배달앱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최소한 배달앱 과다비용 문제는 정확한 실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백종원 대표의 말처럼 생각없이 창업에 나서는 것처럼, 현재 많은 잦영업자들은 별 생각없이 많은 배달앱에 전략도 없이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논란이 생기면 배달앱을 비판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갑중의 갑인 프랜차이즈 본사가 갑자기 상생을 외치며 배달앱 논란을 정조준하는 장면 만큼이나 어색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