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공사로 분주한 고덕동 일대.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 단지인 ‘송파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시작된 다가온 가운데, 동남권의 대량 입주가 예고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은 물론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매·전세 가격 하락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재건축 중인 옛 고덕주공아파트의 입주가 2019년 하반기에 시작되고, 둔촌주공아파트의 일반분양도 같은 기간 시작되는 등 변수가 예고된다.

부동산 리서치전문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월 4주 서울 아파트값은 0.03% 하락했다. 특히 오는 31일 입주를 시작하는 ‘송파 헬리오시티’가 자리한 서울시 송파구의 매매가가 0.05% 하락하는 등 본격적인 ‘헬리오시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의 전세가격 역시 같은 기간 0.06% 하락을 기록했다. 현재 강동구, 하남시, 송파구 등지에 거주하고 있는 총 9510가구의 입주민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전세·매매가에 미치는 영향의 진폭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강동구 고덕동은 2019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총 1만4426가구의 입주 러쉬가 치뤄질 전망이다. 출처=고덕동 일대 공인중개사.

이런 한편으로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들도 일대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모습이다. 현재 재건축이 한창인 고덕동·상일동 일대의 주공아파트 2·3·5·6·7단지는 2019년 9월 2단지를 시작으로 2021년 2월까지 1만4444가구의 입주민이 대기 중이다.

고덕주공 2단지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SK건설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움이 시공을 맡아, 고덕동 일대에서 가장 많은 공급량인 총 4932가구가 2019년 9월 입주를 시작한다. 뒤이은 12월은 고덕주공 7단지의 재건축 단지인 ‘롯데캐슬 베네루체’의 1859가구와, 5단지를 재건축한 ‘센트럴아이파크’ 1745가구가 입주하는 시기다. 당장 고덕동만 해도 2019년 내에 8536가구가 공급된다. 현대건설과 대림건설이 시공 중인 3단지 ‘아르테온’의 4066가구도 2020년 2월 들어선다. 고덕자이(구 6단지) 1824가구는 2021년 2월에 공급될 계획이다. 조합원 수는 전체 가구의 절반 수준인 약 8000가구로, 이 지역에 진입하는 순유입 인구만 약 5800가구에 이른다. 미니신도시급 공급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고덕동 재건축단지들과 함께 헬리오시티 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강동구의 매매가도 0.18% 떨어지는 등 지난 7주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수요자들의 매수 움직임이 없어 추가 하락이 예견되고 있다. 강동구의 전세가격은 이 기간 서울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인 –0.55%를 기록했다.

대량공급, 조정이냐 신축 프리미엄이냐

전문가들은 대량 공급에 가격을 지킬 수 있는 단지는 드물다면서 2019년 이후 상당한 하락이 예상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동구는 강남권역이다 보니 고덕주공·둔촌주공의 입주가 이어지면 강남권역의 극히 일부의 지역을 제외하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모두 안정화의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곤 교수는 “게다가 3기 신도시 중 하나로 하남 교산동이 거론되는 등 이 지역의 공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통적으로 비싼 지역은 자체적인 동인으로 움직이겠지만, 이외의 단지들은 공급이 늘어나는 걸 당해낼 재간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장 헬리오시티 9500가구와 함께 강동구의 1만1000가구의 입주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공급과잉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설명했다. 함영진 랩장은 “단일지역에 물량이 쏟아지면 임대료 하락과 매매가의 보합 내지 약세효과가 있다”면서 “반면 송파 쪽도 재건축 이전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상쇄될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3기 신도시는 2021년 첫 공급이라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서도 “북위례 지역도 만만치 않은 물량이 나오기 때문에 전체적인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덕동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가는 등 호재와 함께 대표적인 서민 아파트인 2단지가 약 6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랐고, 이 지역의 분양권 등도 많은 손바뀜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중개사는 동남권의 공급이 많아지면 현실적으로 가격 하락이 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은 예측불허지만 아파트 가격은 고점을 찍은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폭락을 막으려는 세력이 있어서, 중개사들도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 허위매물 신고 등 제재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개사는 “공시지가가 조정되면 상승한 만큼 세금 부담이나 대출 부담도 더해져 결국 내려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연준의 금리도 올랐고, 국내도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큰 흐름에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지역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매매가는 시장경제와 같은 흐름을 타기 때문에 지금 조정받는 중이고, 다만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면서 “전세가격은 이 지역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6억5000만원에서 5억원 후반대까지 하락했고, 바로 옆 미사강변도시도 5000만원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중개사는 “매매가는 이보다 영향은 덜할 것”이라면서 “요즘 땅값이 3.3㎡당 2000만원 이하가 아예 없기 때문에 건축비를 감안하면 주택 가격이 10억원을 넘을 것이고, 또 프리미엄이 붙어 12억원도 훌쩍 넘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어디나 다 그렇겠지만 강동구도 신축 아파트에 대한 갈망이 크기 때문에 이 일대가 재건축되는 데 따른 기대치도 높아 오히려 매매가는 굳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고덕2동 일대의 다세대주택 단지들은 '소규모주택정비 조례안'이 개정되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고덕주공아파트의 재건축으로 고덕1동과 고덕2동에 자리한 일반 다세대주택 단지의 재개발·재건축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지역은 과거 고덕1단독주택 재건축구역과 2-1, 2-2구역으로 나뉘어져 조합원 약 1500명이 설계안을 마련할 정도로 재건축 사업이 추진됐지만, 사업이 지연되자 주민들의 의견과 서울시장의 직권에 따라 정비구역이 해제된 곳이다. 이후 지난해 8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고덕택지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하면서 개별 주택들은 필지별 신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제로 기존 주택을 신축으로 탈바꿈하는 현장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0일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하면서 국면 전환이 이뤄졌다. 해당 조례에 따르면 신축 주택에 임대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면 용적률과 층수가 완화된다. 고덕 2-1, 2-2지구는 2종 일반주택으로 현행 용적률은 200%지만, 해당 조례안에 따라 약 250%까지 상향될 전망이다. 현행 7층에서 15층으로 높아지면서, 일대 부동산중개사와 주민들 사이에서 고덕주공아파트 재건축처럼 대형 단지로 조성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 강동구 고덕동 일대는 업무상업용지, 주거지 등 미니 신도시급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고덕동 J공인중개사는 “고덕동 다세대주택 단지는 서울시가 1980년대에 택지로 조성한 곳으로 이번에 개정된 조례안에 적합한 지역”이라면서 “폭 6m 이상의 도로가 접한 지역에서 노후 건물수가 전체 3분의 2 이상을 점한다는 조건에 부합하면서 구획도 정해져 있어, 재건축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개사는 “이미 고덕동 일대에 ‘신축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에서, 서울시도 부족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주민들도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동반상승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덕동과 맞닿은 강일동 고덕강일지구는 세 지역으로 나뉘어 공공주택지구가 조성 중이다. 지난 2018년 9월 21일 발표된 수도권 공급대책에 따르면 신혼희망타운을 포함해 약 3500가구의 임대주택이 공급되지만, 서울시는 1300가구의 오기라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일반분양물량을 포함해 세 구역에 약 2700가구 정도가 공급될 계획이지만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일대 공급에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N공인중개사는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와 상일동·하남시 초이동 일대의 엔지니어링복합단지 등이 들어서겠지만, 직주여건이 높아지는 만큼 교통망 확충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고덕역까지 9호선 4단계 연장선이 2025년까지 들어올 계획인데, 강일동역까지 더 연장돼야 하고 준공도 더 앞당겨져야 한다고 본다”면서 “또 5호선 하남선도 건설 중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유동인구를 수용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추가 분산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덕동은 5호선 상일동역과 9호선 연장선, 다수의 버스 노선 등 대중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또한 상일IC를 통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고 올림픽대로 진입도 가까운 편이지만, 현재도 출퇴근시간 상습정체가 발생하는 곳이다.

교육시설로는 고덕초등학교, 고덕중학교, 광문고등학교, 배재고등학교, 강동고등학교, 한영고등학교·외국어고등학교 등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가 밀집해 있다. 또한 명일공원, 동명근린공원 등 녹지도 풍부하다.

▲ 둔촌주공아파트는 2022년 총 1만2000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로 거듭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2022년 입주 둔촌주공 “조정은 아직 먼 이야기”

둔촌주공 역시 2022년 준공과 입주를 계획 중이다. 강동구청 주택재건축과 담당자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는 현재 철거단계에 있고 2019년 7월 정도에 분양과 함께 착공한 뒤 2022년 준공할 계획”이다. 6030가구의 조합원을 둔 둔촌주공아파트는 저층 아파트는 1979년, 10층 아파트는 1980년에 걸쳐 입주한 대단지 아파트다. 해당 단지는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로 구성된 컨소시움이 시공을 맡아, 본래 규모의 두 배인 총 1만2120가구로 재탄생한다. 송파 헬리오시티 9510가구보다 2610가구가 많아,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린다.

성내3동 D공인중개사는 현재 철거 준비 중인 해당 단지를 두고 “주변에 있는 한산중학교, 동북고등학교가 방학을 맞으면서, 미뤄온 석면 제거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지 내에 있는 둔촌초등학교 등은 이미 올 초부터 휴교하고 부지 계획에 맞게 재건할 것”이라고 전했다.

둔촌동은 5호선 둔촌역과 12월 1일 개통한 9호선 둔촌오륜역·보훈병원역, 천호·잠실행 버스 등 교통망이 구축돼 있고, 동북고등학교·보성고등학교·창덕여자고등학교 등 학군을 갖춘 곳이다. 또한 주공아파트단지 북쪽으로 일자산, 남쪽으로 올림픽공원 등 대형 녹지도 끼고 있는 입지다. 그러나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4주 둔촌주공아파트 1·2·4단지는 약 1500만~6000만원까지 매매가가 하락한 상태다. 성내3동의 T공인중개사는 “10년 보유, 5년 거주의 조건이 있어 매매에 따른 부담이 있다”면서 “다만 대지지분이 큰 편이라, 전용면적 59㎡은 12억원, 전용면적 84㎡는 16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 현황. 출처=둔촌동 일대 공인중개사.
▲ 둔촌주공아파트의 과거 재건축 설계안 중 하나. 현재는 역 이름, 가구수 등 다소 변동이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성내3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하락세의 이유가 지난 시기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이라고 설명한다. 중개사는 “한 달 새에 2억이 오르고 조합원들은 그 가격을 고수하고 있지만, 매수세가 없어 급매물 가격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순수하게 헬리오시티 3000가구, 고덕동 5000가구, 둔촌동 6000가구 정도가 늘어나는 것이고, 신축 아파트라는 이점이 있다”면서 “잠시 주춤하고 약세를 보일 수 있어도, 기간과 거리 차이를 두고 공급되기 때문에 동남권이 전체적으로 고급화하는 효과가 있고, 해당 단지들의 입주가 끝나면 조정효과도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산동 일대에 들어서는 ‘3기 신도시’가 가격에 관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공인중개사는 “둔촌동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거리에 약 3만2000가구가 공급된다는데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주민 반발이 극심한 것도 있고 아무래도 2021년 공급은 무리가 아닐까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성내2동 T공인중개사는 “건설사들 전망이 2019년에 별로 밝지 못하다는데, 신도시나 둔촌주공이나 채산성이 확실할 때 건설사들도 활발히 움직이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대출규제와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본격화하는 데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는 “서울시내 신축 아파트가 많이 부족해 고덕동·둔촌동은 많이 오르긴 할 것”이라고 전했다.

▲ 둔촌주공아파트 주변 시세는 서울 시내 전체의 흐름과 동일하게 소폭 하락을 보이고 있다.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어플리케이션.

일대 영향은?

강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건너편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역시 1989년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이 다 돼가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지만 안전평가가 강화돼 사업을 진행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수촌아파트뿐 아니라 주변 여타 아파트와 성내3동 다세대주택 단지도 둔촌주공 재건축의 부수효과를 노리고는 있지만, 아파트들은 연한이 되지 않았고 다세대주택단지의 낙후화도 많이 호전되었다고 중개사는 전했다.

둔촌주공 주변 S아파트의 전용면적 84㎡형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3주 7억5000만원에서 12월 4주 7억20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동남권 하락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강동구 전세가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 명일동 삼익그린2차 아파트 등이 약 500만원에서 5000만원의 폭을 두고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 전 시점이기 때문에 직접 영향은 미미하다고 중개사들은 평가했다.

고덕동과 이웃한 미사강변도시의 매매가격 전망은 이들 재건축 단지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현재 고덕주공아파트에서 이주한 약 8000가구 대부분과 둔촌주공아파트의 주민 다수가 미사강변도시 등지로 이주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이 입주를 시작하면 한꺼번에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해당 단지들의 입주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고덕동 D공인중개사는 “전세난은 분명히 온다”고 주장하면서 “수요자가 고덕동을 더 선호할 텐데, 미사동의 전세가가 하락하면 매도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사강변도시 아파트는 전용면적 84㎡의 시세가 7억~8억원 정도인데 지금 6억3000만원까지 떨어진 매물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사1동 O공인중개사는 “미사강변도시는 지하철 연장과 같은 호재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고덕동과 분리되지 않고 수요자들은 꾸준히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