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새해가 밝으면 무엇인가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실상은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하루’일 뿐이다. 시간은 연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새해에 대한 ‘희망’은 과도하다. 정작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은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간절히 기다리기 때문이다. ‘하루’가 아닌 남은 생에 대한 행복을 꿈꾸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주변에서 삶이 나아졌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거의 없다. 이를 감안하면 ‘새해’라는 희망고문은 무려 20년 넘게 지속된 셈이다.

2019년은 그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은 일자리·가계소득증대, 가계 생계비용 경감, 사회안전망 확충, 규제혁신, 창업 생태계 강화, 신산업 지원, 불공정거래 근절, 대·중소기업 상생 등이다. 딱히 기대는 되지 않는다. 앞서 나열한 정책들이 과거에는 없었던가.

올해 세계 경제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경기하강 기류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이를 어떻게 방어할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국가로 세계 경제 변화에 민감하지만 감내할 체력이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변한 것은 없고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모든 것을 정부의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그러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은 다소 과격하고 현실적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다. 일각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을 ‘나눠먹기 성장’이라고 표현한다.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소득을 올려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단순 나눠먹기에 불과할 뿐 성장은 없다는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 어떤 자산의 수익률도 전체 경제성장률을 뛰어넘기 어렵다. 그만큼 ‘시장 파이’가 얼마나 늘어날지 여부가 중요하다.

정부는 경제 규모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에서 수많은 경고의 목소리를 냈지만 한마디로 ‘My Way’였다. 결과론적이지만 시장은 ‘실패’라고 말한다.

위기감을 느꼈는지 문재인 정부는 경제팀을 교체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속도조절도 나섰다. 그러나 만족스럽지 않다. 단순 ‘생명연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My Way’에 대한 확신도 스스로 저버린 셈이다. 새해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만들었지만 이 또한 고문으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불통’이었다. 현 정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소통’이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불통’은 여전하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은 뉴질랜드행 비행기에서 외교 현안에만 집중했다. 국내 현안에 대한 답은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후 “외교와 국내 현안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며 자신의 발언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외교는 한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외친다. 대통령의 힘은 국민들로부터 나오는데 이를 외면한 셈이다. 외교를 잘하려면 국민의 지지는 기본인데도 말이다.

어렵겠지만 올해는 정말 활기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미래는 현재가 만드는 만큼 현 시점이 중요하다. 필수 조건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희망’이다. ‘새해’라는 희망고문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국민의 삶에 대해 좀 더 섬세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