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서울시가 공공주택 8만 가구 공급계획과 함께 수직공간을 활용한 공급방안을 내놓았다. 공공주택의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목표 하에 도로 위 공간에도 주택을 지어 새로운 주거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포부까지 담았다. 그러나 정작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가 없다. 사업성이 낮은만큼 일각에서는 과거 철도 위에 짓는 행복주택 전례를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서울시는 26일 ‘주택공급혁신방안 및 세부 공급계획 발표’를 통해 8만가구 공급 계획과 방법을 밝혔다. 이날 발표된 계획안에는 ▲주민편의와 미래혁신 인프라 조성 ▲도심형 공공주택 확대로 직주근접 실현 ▲도시공간 재창조 ▲입주자 유형 다양화 ▲디자인 혁신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도 내놨다.

특히 주택공급 혁신이란 방향에 맞게 도로위 공간에도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리인벤터 파리’ 사례와 같이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구간)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하고 공공주택 1000호를 짓겠다는 안이다.

서울시는 “기존 주택공급 방식과는 전혀 새로운 실험적 시도도 선보일 것”이라면서 “고속도뢍 건물을 복합적으로 건축한 오사카의 게이트타워, 도로 상부를 활용해 주택을 지은 독일 베를린의 슐랑켄바더 슈트라세 같은 혁신적인 건축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대상부지인 북부간선도로 상부에 면적 2만5000㎡ 인공대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주택을 짓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공급되는 주택은 총 1000호로 임대주택으로 지어진다. 예산은 총 1578억원으로 서울시 예산과 국비, 주택도시기금이 모두 들어간다.

오사카 게이트타워는 수직공간을 활용한 개발사례로 서울시 역시 수직공간을 활용하겠다는 방안이다.

다만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실효성이다. 서울시의 ‘도로 위 주택’은 국토부가 지난 2016년 공급한 서울 가좌역 행복주택을 연상시킨다. 이 행복주택은 서울 경의선 가좌역 철도부지에 건설됐다. 서대문구와 마포구의 경계가 되는 철로 위에 인공데크를 설치하고 그 위에 362호가 공급됐다. 당시 청약경쟁률은 1만4524명이 지원해 47.5대 1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자랑했지만 ‘철도 위 청년들의 보금자리’는 이후로 공급되지 않았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철도 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시작했던 행복주택이 결국 비용 등의 문제로 철도 옆 부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도를 바꿨다”라면서 “행복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이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현실성을 따져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도로 위에 주택을 지었던 국내외 사례를 보면 불가피한 상황 혹은 상징적인 개발의미로 했던 경우 말고는 없었다”라면서 “집을 짓는다고 주거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주거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곳인 도로위에 집을 지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 역시 “아이디어 자체는 훌륭하지만 대지가 아닌 도로위에 지을 경우 소음이나 진동 등 살면서 겪어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라면서 “행복주택이 더 이상 지어지지 않는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실효성이 부족해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좌역 행복주택의 공사비가 500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북부간선도로 주택 개발은 이보다 공사비가 3배 가량 더 들어간다.

이와 관련해 최현정 서울시 주택정책팀장은 “북부간선도로 입지를 선택한 이유는 도로로 인해 가로막힌 지역간의 단절을 회복하기 위한 효과도 기대한 것”이라면서 “도로 위 공공임대주택 모델은 지속적인 모델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대주택 자체가 사업성이 낮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도심과 역세권의 용적률을 상향시키고 업무동 빌딩 공실을 주택을 전환한다는 서울시 공급대책 역시 중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현재 서울시는 종로구 베니키아 호텔과 용산 업무용 빌딩을 활용해 청년주택 255호와 공유주택 200호를 개발 중이다. 용산구 업무용 빌딩은 미스터 홈즈라는 민간사업자의 참여 하에 6곳의 업무용 빌딩을 일부 리모델링해 1인가구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격인 공유주택을 공급해 임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대료는 최저 보증금 500만원·월세 40만원~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창무 교수는 “오피스 공실이 영구적인 것이 아닌데다 낙후된 오피스가 아니라면 제공되는 주택의 질 대비 비용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 역시 “오피스 공실이 현재 문제이긴 하지만 공실이 산발적으로 생기는 데 그곳을 주거공간으로 바꾸기에는 현실저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업무용 빌딩을 주거공간으로 바꾸려면 주차장 확보부터 설비 등을 다시 해야 하는 만큼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는 공유주택을 공급하고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개선 건의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공유주택’ 이라는 것이 제도에 없기 때문에 ‘공유주택’ 이라는 것 자체를 만들 수 있는 제도작업이 필요하다”라면서 “국토부 역시 공유주택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8만 가구 공급 역시 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의 공급 80%를 담당하던 재개발·재건축 공급을 막은 상황 속에서 새로운 주거트렌드를 선도한다고 해도 절대적인 비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2022년까지 공급되는 8만호 중 임대주택 비중은 70%를 차지하고 있어 분양 주택수는 더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신규주택공급 물량 중 정비사업 물량은 80%를 차지했다. 연도별 ▲2015년 4만4166호(정비사업 3만7751호) ▲2016년 3만8835호(정비사업 3만3622호) ▲2017년 4만4065호(정비사업 3만6418호) 등이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부장은 “재건축 부담금이 높아지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강화되면서 많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하고 있다”라면서 “정비사업은 사업주체인 조합이 기업처럼 자본이 풍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활한 금융조달이 필요하지만 이주비대출까지 막는 통에 정비사업 단지들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며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아파트 공급물량도 내년부터는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환경이 좋고 새아파트인 곳이 갈수록 희소성을 보이는 만큼 아파트값 안정은 더욱 힘들 것”이라고 바라봤다.

심 교수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주택 공실률이 5%는 되어야지 주택이 안정된 모양새를 보인다”라면서 “8만 가구가 정해진 시점 내에 다 공급되기도 어려울 뿐 더러 주택 공급에 가장 효과적인 재건축과 재개발 없이는 사업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