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두고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ICT 신기술과 기존 산업의 새로운 시너지 발생이라는 당초의 의미가 퇴색되며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두고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 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택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카풀 논란이 문재인 탄핵으로
카풀 논란은 카카오의 럭시 인수, 이후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가 지난 3월 미디어 데이에서 불을 지폈다.

정 대표는 “교통이라는 말은 공급자 마인드”라면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모빌리티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후 카풀 서비스 출시를 정식으로 알렸다. 정 대표는 “카풀 서비스는 핵심 플랫폼의 보완재”라면서 “출퇴근 시간 몰리는 택시 호출을 감당할 수 없었지만 카풀이 보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와 함께 우선 호출과 즉시 배차라는 카드도 빼들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로 본 서비스는 사실상 무산됐고, 논쟁의 촛점은 카풀로 빠르게 옮겨갔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대 택시업계 연합회는 3월19일 성명을 통해 카풀 서비스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서로의 난타전이 벌어진 가운데, 카풀 논란에 정치적인 색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가 3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에서‘승용차 24시간 카풀제 도입 문제점 및 택시정책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카풀 반대 입장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란이 첨예한 사안을 두고 정치권에서 대타협의 물꼬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행보에 돌입하는 것 자체는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당시 택시업계가 카풀 반대를 외치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중재안을 모두 거부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해커톤도 거부하고 묻지마 투쟁에 나설 때였고, 자유한국당이 노골적으로 택시업계의 목소리만 듣겠다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 미묘하다.

택시업계는 이 자리에서 단결투쟁가와 파업가를 부르며 카풀앱 서비스에 공격의 날을 세웠다. 카풀앱 업체들을 '삐*'나 '나라*' 등 원색으로 비난하며 카풀 사업 합법화 논리가 되고있는 운수사업법 81조의 즉각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내세워 카풀앱 합법화에 나서려한다며 이를 적폐로 지적하는 한편, 카풀앱을 막아줄 유일한 정치 지도자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를 연호하기도 했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중교통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아주 많다”면서 “택시기사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함의원은 또 “택시업계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크게 늘어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카풀앱을 반드시 막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당시는 지방선거 정국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이른바 경찰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되던 상황에서,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취지로 무리한 여론전에 편승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청중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장은 자유한국당이 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발언도 나왔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대회의실에 들어설 때마다 택시기사들은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자료집에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유인물과 투쟁가 가사도 적혀있었다. 심지어 토론회 초반 사회를 맡은 인물은 택시업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지방선거 예비 출마자였다.

카풀 논란에 정치적인 색이 강하게 스며든 결정적인 계기는 10월 있었던 택시업계의 광화문 집회와 20일 벌어진 대규모 집회 현장이다. 10월 집회에 이어 20일 집회에서도 '문재인 탄핵'과 같은 구호가 공공연하게 등장했으며, 연단에서는 정부 주요 인사들를 비속어까지 쓰며 비판하는 일도 많았다.

단적인 사례는 집회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의 면면과, 그들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정치인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전 의원이 발언을 시작하자 택시기사들은 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전 의원의 발언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택시기사들의 반발은 심했다.

택시기사들은 나 원내대표의 등장에는 환호를 보냈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후 처음 찾는 현장이다”면서 “자유한국당은 카풀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정말 서민을 위한 정부가 맞는냐”라면서 “자유한국당과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카풀 반대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이미자 자유한국당 의원도 “문재인 정부는 택시 노동자의 생존권을 말살하려 한다”면서 “공유경제 빙자해서 카카오의 배를 불리는 것은 반대한다. 자유한국당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택시기사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 카풀 반대 입장을 일찌감치 밝힌 그는 택시기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김 의원은 “경찰과 검찰은 즉시 카카오 카풀 운영진을 구속수사 해야 한다”면서 “약탈경제를 공유경제라는 허울로 택시업계를 속이는 카카오를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일 집회에 문재인 대통령 탄핵 문구가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집회 현장에서 정치인들이 현장 분위기에 맞는 '멘트'를 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필요는 없고, 이러한 행동 자체가 규탄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문제는 카풀 논란을 진지하게 풀어야 할 중요한 순간에 사안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 정권의 문제로까지 비화시키는 장면이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카풀 허용의 단초가 되어주는 법 제정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동조합과 대립각을 세우는 자유한국당이 택시집회 현장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주요 인사들과 함께하는 장면부터 '지나친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20일 집회 현장에서 갑자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야기를 꺼내며 지지를 호소하는 돌출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카풀 논란을 두고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확대 해석, 이를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도 법인과 개인택시, 회사와 기사의 의견이 각자 다른데다 택시기사 월급제 등 많은 주장이 정신없이 충돌하는 중이다. 이러한 혼란의 시기를 틈타 사안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해결될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20일 택시업계 집회 도중 일부 기사들이 전현희 의원에게 물병을 던지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또 사회적 대타협 기구?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둘러싸고도 잡음이 커지고 있다. 전현희 의원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카카오가 전격 참여를 선언했으나 택시업계는 불참 입장을 보였다. 나아가 김경진 의원은 26일 성명을 발표해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김 의원은 "왜 아직도 카카오의 불법 카풀영업을 방치하고 있는 것인가?"라면서 "불법 카풀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어느 택시기사 분께서 분신을 하시고, 100만 택시가족이 차가운 분양소를 지키며 농성을 이어가는 이때, 문제의 해결을 진정 바라는 정부라면 당연히 사회적 대타협 이전이라도 당장 카카오의 불법 카풀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또 "불법을 허용한 채 출범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결국 형식에 불과하고 택시가족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려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한다면 진정으로 원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룰 수 있겠는가? 결국 그 고통은 국민이 지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정부는 즉각 카카오의 불법 카풀영업을 중단시키고, 국토교통부 관련자의 직무유기와 카카오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IT 업계에서도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장 논의의 물꼬가 트이는 것은 환영이지만 정부 주도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신업계의 논란인 보편요금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했으나, 지리한 공회전을 거듭한 후 좌초된 사례가 있다. 보편요금제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분리공시는 논의조차 못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택시업계가 불참을 선언한 상태에서 '더 효과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