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일부 기업에서도 그렇지만 정치인들이나 유명인, 연예인들의 경우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터지면, 항상 무언가 그에 대한 해명을 하거나 사과를 하는데 말이죠. 가끔 황당하고 이상한 궤변(詭辯)을 펼치더라고요. 왜 그런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글쎄요. 이런 말로 답변을 대신하면 어떨까 합니다. “위기 시 하늘은 그 사람(기업)을 시험한다.” 자신 또는 자사와 관련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당사자가 위기관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기업)을 그대로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는 그 이전과 동일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일부는 그 이전까지 그 실제 모습을 꼭꼭 숨겨왔던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고객을 가족 같이 사랑한다’며 수십 년간 광고해온 기업이 있다고 해보죠. 그러던 어느 날 고객들이 회사의 불량 제품에 대해 엄청난 항의를 하고 회사를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 기업이 자사를 위해 손가락질 하는 수많은 고객들을 자신의 진짜 가족 같이 대하며 이야기한다면 그간의 광고 메시지는 진실이었고, 실체가 있던 것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기업이 그 많은 고객들에 맞서 싸우거나, 너무 심한 비판이라며 소송을 언급하며 반박하고 돌아앉는다면 어떤 의미일까요? 그 기업은 광고를 통해서만 고객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던 겉과 속이 달랐던 기업이라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그렇게 평소에 자사(자신)가 유지해 왔던 좋은 선의와 태도를 위기 시에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자사(자신)의 평소 원칙과 신념을 이야기하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죠. 그 기업이나 유명한 개인이 그런 원칙이나 신념을 실제로는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사(자신)를 향해 쏟아지는 비판과 손가락질에 내심 분하게 여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기업과 유명인들은 그런 속마음을 위기 시에도 숨기며 평소 커뮤니케이션했던 메시지대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간 쌓아 놓은 자사와 자신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죠. 이런 자세와 생각을 우리는 ‘전략’이라 합니다.

질문의 경우를 볼 때 그 기업이나 유명인이 위기 시 황당한 궤변을 펼친다면, 그 기업이나 유명인은 일단 ‘전략적이지 못하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위기 시 자신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주체는 실제 위기로 영향을 받은 주요 이해관계자들만큼 흥분하게 됩니다. 화를 내게도 되고, 억울해 하기도 합니다. 아파하기도 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일부는 공격적이 되어 감정이 널을 뜁니다. 정상적 의사결정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서 기업이 외부에서 중립적이고 이해관계가 직접 존재하지 않는 제3자들의 조언을 듣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주체인 당사자보다 덜 흥분하고, 덜 화가 나고, 덜 억울해 하며, 덜 공격적인 조언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위기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위기 시 이상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이상과 같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본능에만 의지하며, 제3자의 훌륭한 조언을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되었다면, 자신의 황당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 더 큰 공분을 자아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 시 이보다 더 멋진 말은 없습니다. 좀 더 전략적이려 노력하고, 위험한 본능을 잘 관리하고, 제3자들의 좋은 조언을 들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면 그런 결과는 다가옵니다. “말로 매를 번다”는 반응과는 멀어진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