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주식 지수들이 최근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며 장기 하락 장세(bear market)에 빠지고 있다.    출처= MarketWatch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글로벌 주식 시장이 2018년 막바지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도쿄, 프랑크푸르트, 밀라노까지, 세계 최대 주식 지수들이 최근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며 장기 하락 장세(bear market)에 빠지고 있다.

거의 모든 글로벌 시장이 이 같은 실적 부진을 보이는 것은 여러 가지 잠재적 위험들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슈로더스(Schroders)의 피터 해리슨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각국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 같은 정치적 상황, 미중 무역 전쟁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인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주식, 채권 등 거의 모든 시장에서 자산 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거기에,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의 조짐마저 나타나면서 시장의 우려를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0.2% 포인트 하향조정하면서, 무역 전쟁이 중국과 미국의 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연구소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닐 셰어링 이코오미스트는 "내년도 경제 전망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은 금융 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세계 주식 시장이 다시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주식은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주요 주식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CNN이 상세히 보도했다.

미국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주말(21일) 2.99% 급락하면서 약세장을 이어갔다. 8월 29일 고점에 비해 20% 이상 떨어졌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최근 고점 대비 각각 16%, 18% 하락한 상태다.

특히 수년 동안 미국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대표 기술주들이 급격한 매도를 경험하고 있다. 21일에도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이 모두 5% 이상 급락했는데, 8월 29일 이후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6개 회사에서만 무려 1조 2000억 달러의 시총이 증발했다.

중국

무역 긴장이 전 세계 주식 시장에 공히 큰 타격을 주었지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중국 시장이다.

기술 대기업들이 몰려 있는 선전종합지수(Shenzhen Composite Index)는 24일 오후 1시(한국시간) 현재, 1월 최고치에서 36.5%나 하락해 세계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Shanghai Composite Index)는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지난 6월부터 약세로 돌아서면서 29%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중국 대기업들이 많이 등록돼 있는 홍콩의 항셍지수(Hang Seng Index)도 9월부터 상하이종합지수를 따라 약세시장으로 돌입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무역 전쟁이다. 무역 전쟁이 중국의 주식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고 있고, 부동산 거품과 통화의 안정에 대한 우려로 불안에 휩싸여 있다.

그 외 아시아

한국과 일본의 주식 시장도 고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의 코스피는 연초 대비 21% 가까이 하락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은 23%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큰 이 나라는 무역 긴장과 함께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주식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일본의 니케이 225(Nikkei 225, 도쿄 증권거래소의 1부에 상장된 유동성 높은 225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수)는 아직까지는 하락 장세를 모면하고 있지만, 현재 최근 고점에 비해16.8% 떨어졌고, 토픽스 지수(TOPIX index, 도쿄증권거래소가 1부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실시간 산출하는 주가지수)도 최근 하락 장세의 문턱을 넘어섰다.  

AMP 캐피털 인베스트먼트(AMP Capital Investment)의 네이더 내이미 애널리스트는 “세계적으로 증시가 동요하자 국내 펀더멘탈의 건강함도 일본 증시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증시의 불안이 잦아들 때까지 일본 증시의 공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DAX도 1월 이후 22% 이상 하락했다. 특히 독일의 자동차회사들은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와 새로 도입된 엄격한 배출가스 시험기준으로 인해 큰 손실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다임러 주식은 올해 무려 34% 가까이 하락했다. BMW의 주가도 18% 하락했고, 폭스바겐이 그나마 하락폭을 12%로 유지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주식 시장도, 포퓰리즘 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우려로 최근 거의 25% 하락했고, 스페인의 IBEX도 20% 이상 하락했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제이슨 드라호 애널리스트는 “성장 둔화와 약세장 공포가 전세계 주식 시장을 뒤덮고 있다. 증시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매수자가 거의 없다. 투자자들은 내년까지 지켜보자며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