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외식산업(F&B)에 공유경제가 도입되고 있다. ‘공유주방’, ‘클라우드 키친’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외식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원가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무인화 노력도 있지만 공유주방을 통해 임대료 절감 트렌드가 글로벌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2월 18일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서울창업허브센터에서 만난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김기웅(39) 대표는 2015년 국내 최초로 공유주방 개념을 도입한 인물이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위쿡’은 단순히 주방이라는 생산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온오프라인 판매(유통), 인큐베이팅·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다. 처음 준비부터 자립할 수 있는 독립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는 국내 최초로 공유경제 개념을 F&B산업에 도입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2016년 6월 파일럿 키친 오픈 이후 현재까지 위쿡의 도움을 받은 팀은 380팀이다. 사실 김 대표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증권사에서 8년간 근무한 ‘증권맨’이다. 그는 왜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공유주방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선봉장이 되었을까. 그는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자유’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증권사 근무 중 다양한 산업분야의 리포트를 읽을 기회가 많았다. 그중 일본의 장기불황 30년 동안 편의점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 그의 인상에 깊게 남았다. 편의점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바로 가정간편식(HMR)으로 그중 도시락이 산업의 성장이 주효했다. 2012년 당시 우리나라에도 ‘김혜자 도시락’ 같은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막 형성되기 시작한 때였다.

김 대표는 “도시락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2013년 3월 회사를 나와 ‘보통도시락’이라는 도시락배달 음식점을 시작했다”고 F&B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8평 정도의 배달 전문점으로 나름 순항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점도 3곳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막상 시작해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피부에 와 닿았다. 원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음식 가격, 임대료 인상, 치열한 경쟁 등이 문제였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음식점 수는 세계 1위로 미국의 7배다. 연간 새로 생기는 음식점은 18만개, 폐업률은 20%대다. 음식점 창업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경쟁이 치열한 것도 있지만 높은 투자비도 있다. 높은 권리금과 임차료를 내고 수천만원을 들여 주방설비 등을 갖춰서 시작하기 때문에 한 번 실패하면 자본 손실이 크고 재기도 어렵다.

김 대표는 “고정비용 절감을 위한 고민을 하던 중 공유주방 비즈니스 모델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이즈가 커지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으니 같은 매출에도 영업이익이 늘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워진다면 F&B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비용 부담과 리스크를 줄여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유주방 산업이 성장기에 들어선 미국에 한 달 반 동안 연수를 다녀왔다. 이후 주방 공간을 렌탈해주는 미국의 공유주방 모델에 유통채널, 배달, 마케팅, 온오프라인 채널, 인큐베이팅 등을 접목해 2015년 10월 심플프로젝트컴퍼니를 설립했다. 국내 첫 시도지만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경쟁업체들도 몇몇 생겨났다.

김 대표의 목표는 푸드메이커(창업자)들을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첫 시작을 회상하는 김 대표의 표정은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그는 “국내에서 첫 시도다 보니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 모두가 어려웠다”면서 “포기할 만큼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작게나마 뭔가 우리가 목표한 것들을 성취해가는 경험이 쌓이면 최종 목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경험에서 깨달은 신념이 있었기에 버텼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힘들었다는 기억만 희미하게 있을 뿐 성공의 기억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위쿡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키친인큐베이팅센터는 1곳이다. 12월 중 서울시 사직동에 공유주방 1곳 오픈 후 내년까지 오프라인 거점을 12개로 늘릴 예정이다. 위쿡이 운영하는 공유주방은 1시간당 9800원으로 부담 없이 빌릴 수 있다. 5평 정도의 독립된 공간의 공유식당은 월 170만원 수준이다. 낮은 가격에 단시간 공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위쿡은 지난해 매출 기준 올해 500% 성장을 이뤘다. 그는 내년 성장률은 올해 기준으로 5배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 강조했다. 바로 ‘푸드메이커(창업자)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F&B 산업은 공간 중심이었다. 사업을 하려면 임대차 계약서가 있어야 영업신고를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공간에 매일 수밖에 없고 그 중심으로 식당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공간이 필요하다 보니 초기투자 비용이 크고 실패하지 않는 것들을 찾다보니 외식사업의 다양성도 크지 않다. 동네에 다섯 개의 치킨집이 있지만 여섯 번째 치킨집이 또 생기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그는 “공간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대부분의 외식업 종사자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 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공간을 본인이 소유하지 않는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임대료 부담이 없기 때문에 한 달, 두 달간 또는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 제품 개발도 안정적인 수요를 찾기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진출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우버이츠가 클라우드키친으로 국내에 진출하는 것처럼 우리도 2~3년 후쯤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라면서 “우리나라 F&B 시장은 너무 좁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해외로 진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곳에서 쉽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진출도 창업자들을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의 하나의 일환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향후 3년 안에 외식산업의 패러다임이 상당 부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그는 “새로 생겨난 산업이다 보니 기준, 규제, 관련법이 제대로 도입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예를 들면 한 공간에서 여러 사업자를 낼 수 있게 해준다거나, 개인에게 위생라이센서를 주는 등 많은 것들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