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2019년을 '정점 후 시대’(post-peak)라고 부른다.   출처= Bunkeris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금으로부터 12개월전, 글로벌 투자자들은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를 정도였다.

개발도상국·선진국들의 동시다발적인 성장, 법인세 인하라는 뜻밖의 횡재에 규제 완화까지 미국의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시장은 활력이 넘쳤다.

그렇게 시작한 2018년 연말 시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018년 마감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있고, 변동성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포트폴리오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채권과 대부분의 헤지펀드가 저조한 실적을 보인 가운데 세계 주식 시장과 신흥 시장의 큰 후퇴는 연말 휴가 시즌을 앞둔 투자자들을 울상 짓게 만들고 있다.

1년전과 판이하게 다른 2018년 연말 경제 분위기

안타깝게도 2019년에도 성장은 둔화되고 자본 수익률은 여전히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CNN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2019년에 모두가 불행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일반 가구들은 어느 정도의 임금 상승으로 돌아오는 몫이 증가함에 따라 약간의 혜택을 불 수 있을 것이다. 가구 소득은 2019년에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이 비교적 튼튼하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세계 경제는 꽤 좋은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80년대 이후로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지금처럼 동반 성장을 보인 적이 없었다. 물론 오늘날에도 경기 침체를 보이는 나라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적고 경제 규모의 비중으로 볼 때에도 매우 미미하다(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경우처럼).

또한 많은 선진국들이 완전 고용 상태에 근접하게 된 지도 거의 40년이 되었다. 북미, 유럽, 일본의 자발적인 실업률은 거의 한 세대 기간 중 최저 수준이다. 게다가 선진국의 소비 증가가, 과거처럼 돈을 빌려 늘린 소비가 아니라 대부분 소득 증가에 의해 발생되었다는 것도 이들 경제가 건강하다는 징후다. 가계 구매력은 언제나 일자리 창출과 임금 상승에의해 뒷받침되어 왔다. 적어도 미국과 일본의 경우, 기업의 투자 증가는 2차 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기업들의 이익 증가(GDP에 대한 비중 기준)에서 나왔다.

골드락스는 끝났가고 있나

이 얼마나 멋진 골드락스(goldilocks,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같은 상황 아닌가? 그런데 왜 시장은 이에 환호하지 않는 걸까?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우리는 이미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식 시장은 2009년부터 올해 중반까지 원기 왕성하게 상승했다. 기대치와 실제 평가치가 모두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 2019년 세계 경제는 세계 자본 시장에 이성과 건전한 정책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달려있다.  출처= History Discussion

미국의 성장은 올해 중반에 정점에 달했지만, 연말이 되면서 경기가 둔화되는 것을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기업의 수익 증가율은 2018년 중반까지 년 20%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임금 인상, 부채 상환,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 등으로 이러한 수익 증가가 압박을 받고 있어, 가장 낙관적인 투자자들도 이것이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의 수익 성장 동력 저하를 대체할 능력이 없다.

워싱턴의 정책도 시장 친화적인 것에서 우려스러운 내용으로 바뀌었다. 올해 초 감세와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있던 분위기는, 무역 전쟁과 정부 예산 셧다운 전망으로 대체되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영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쌓여 있고, 포퓰리스트 연합 정부가 들어선 이탈리아는 이민 문제와 재정 문제로 EU와 갈등을 빗고 있으며, 독일 앙겔라 메르켈의 입지 약화는 투자자들을 크게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기를 '정점 후 시대’(post-peak)라고 부른다. 미국과 세계 경제 성장의 가장 좋았던 시기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정점 후 시대’에서는, 무역 분쟁, 하드 브렉시트 시나리오, 중국의 성장둔화 징후 같은, 투자자들이 이전에는 무시했던 것들이 갑자기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다.

상투친 경제, 2019년의 그림은 어떨까

그 동안 이런 충격들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했던 가속 성장은 성장 둔화와 기업 수익 감소라는 냉엄한 현실로 바뀌었다. 지정학적 긴장의 가능성이 높아지리라는 것을 정확히 예측했던 것처럼, 성장 둔화의 예측이 잘못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정점 후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식과 그 밖의 자산에 대해 ‘가격을 재조정’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9년에 2018년의 상황이 다시 재현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불황의 시작이 될 것인가?

‘정점 후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경고 신호에도 불구하고,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문제가 없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비록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플러스 영역의 글로벌 경제 성장, 임금 인상, 회복 탄력성은 상서로운 징후다. 빠른 혁신과 새로운 기술의 확산은 새로운 부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의 원천이다.

그러나 자국 이익 우선이라는 국가 이기심과 포퓰리즘의 등장은 이 세계에 위험과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내년에도, 투자자들에게 번영과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 자본 시장에 이성과 건전한 정책이 얼마나 작동할 것인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