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던 택시기사가 자신이 몰던 택시 안에서 분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이에 카카오는 여론의 추이를 고려해 카풀 서비스 정식 출시를 당분간 미뤘고, 지난해 8월 자회사인 카카오 모빌리티를 카카오 본사로부터 분리·설립해 택시,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주차를 잇는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던 카카오의 야심찬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쪽에서는 그동안 택시기사들을 착취해 온 택시업체들이 택시기사들을 방패막이로 삼고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방해한다며 비난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사실상의 대기업인 카카오가 대표적인 골목상권인 대리운전업계에 이어 택시업계까지 넘본다며 카카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렇듯 어느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겠으나, 비단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택시업계가 머지않은 장래에 4차 산업혁명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을 듯하다.

기왕에 카풀 서비스가 허용된 이상 카카오와 비슷한 형태의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2, 제3의 카풀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우버 택시 서비스 도입 역시 정책적인 고려 이외에는 언제까지나 이를 반대할 명분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가 지난 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자율주행 택시 상용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택시기사는 조만간 사라질 직업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임이 명백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사라질 직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은 향후 5년간 사라질 직업이 전 세계적으로 700만개에 이른다는 발표했고, 인공지능(AI)의 개발로 변호사, 의사 등 전통적인 전문직까지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어떤 의미에서 누구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도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시점에서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결국 도태된 사람들은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 변화로,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도태된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의 게으름이나 무능함 등 개인 차원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19세기 산업혁명 초기에는 직물공업지대에서 기계의 노동력 대체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노동자들을 사회적 낙오자로 내몰아 공장 내 기계를 파괴하는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시대가 달라진 만큼 관점도 대응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 지난 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불법 카풀 앱 근절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로봇세(稅)’나 ‘기본소득제’ 등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발생한 잉여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기술력을 가진 소수의 기업가들이 이익을 독식해 현재보다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훨씬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을 ‘효율성’에서 ‘인간의 행복’으로 그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