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가 하락세가 눈에 띈다. 유가와 더불어 철광석과 주요 비철금속의 가격도 하락 국면이다.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원자재 소비국의 수요 증가폭이 줄어드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국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 최근 1년간 두바이유 가격 추이.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유가 급락국면...무슨 일이?

국제유가는 18일 급락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8일 전날 대비 7.3% 내린 배럴당 46.2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로 일일 하락률은 2015년 9월 이후 가장 컸다. WTI는 10월 배럴당 76.41달러로 연중 고점을 기록한 후 불과 2달 사이 39%나 하락했다. 브렌트유도 18일 전날보다 5.62%하락한 배럴당 56.2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19일 유가는 소폭 상승했지만 최근 두달 새 유가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현재 하락국면에 놓인 가장 큰 이유는 내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 때문이다. 즉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낮은 가운데 수요를 능가하는 공급 우려로 인해 유가 하락세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국가가 내년 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120배럴씩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셰일 원유 공급 증가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작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석유·가스와 같은 전통에너지산업 부흥 정책을 시행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3억 5000만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다.

▲ 최근 1년간 철광석 가격 추이.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하락추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철광석 분광(Fines)의 가격도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20일 기준 철광석 분광은 톤당 69.15달러로 올해 최고였던 지난 3월 1일 가격인 톤당 79.39달러 대비 12.9% 하락했다. 11월 26일 이래 상승세를 보였던 철광석 가격은 이번달 14일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4대 비철금속인 구리, 알루미늄, 니켈, 아연 가격도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다. 불순물을 제거한 구리인 전기동의 가격은 20일 기준 톤당 5987달러로 올해 최고였던 6월 8일 톤당 7262.5달러보다 1275.5달러 하락했다. 하락률은 17.6%다. 알루미늄도 톤당 1928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최고였던 4월 19일 2602.5달러보다 25.9% 하락했다.

니켈도 톤당 1만 775달러로 올해 최고였던 6월 7일 1만5750달러보다 31.6% 하락했다. 아연 역시 톤당 2596달러로 올해 최고였던 2월 16일 3618달러보다 28.2% 떨어졌다.

내년 원자재 가격 혼조 속 하락 가능성 높아

내년 유가와 주요 원자재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결국에는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원유는 공급 증가세가 수요 증가세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철광석, 비철금속 역시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4일 발간한 ‘2019 원자재시장 전망’보고서는 내년 주요 원자재들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원유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 초과 가능성이 예상됐다. 연구원은 “OPEC의 감산 논의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반등세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지속적인 원유 생산 증가가 예상되고 내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미국 셰일원유를 중심으로 공급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원유 수요에 대해서는 “세계 경기 둔화 국면으로 글로벌 제조업 부진 지속으로 수요 개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면서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이 내년 일평균 64만배럴의 공급 초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만큼 원유 수급에서 내년 국제유가가 본격 반등세로 전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철광석 가격은 수요 증가폭은 축소되고, 공급은 지속 확대돼 완만한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원은 “내년은 중국 등에서 철강생산 확대 폭 둔화로 세계 철광석 수요는 올해 대비 1.2%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급은 철광석 메이저 회사의 생산능력 증가로 확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철광석 수출 메이저회사들이 위치한 호주와 브라질이 생산능력 확대 증가세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세계 철광석 수출 중 두 나라의 점유율 합계는 90.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 주요 4대 비철금속 가격 추이. 출처=블룸버그, 포스코경영연구원

4대 비철금속은 금속별로 가격 변동이 다를 것으로 전망됐다. 구리는 전기자동차 성장에 따른 배터리용 신수요 발생과 중국 환경규제 등에 따른 생산축소로 수급여건이 개선되면서 가격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알루미늄은 공급부족과 낮은 재고 수준에도 미중무역분쟁의 장기화로 톤당 2000달러 내외에서 박스권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니켈은 전기차용 배터리용 수요 확대, 공급부족 등으로 소폭 가격 상승이 전망됐고, 아연은 무역분쟁 심화, 자동차용 수요 위축 등으로 현재 수준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원자재 가격 하락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유가 하락은 정유사들의 수익성 추구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됐다. 보통 원재료인 원유가격이 낮아지고 제품 가격의 하락폭이 적다면 가격에서 원가를 뺀 스프레드가 커져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수요가 늘지 않고, 세계 경기 침체국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2014년 저유가 상황에서는 소비도 늘어났고 제품가격이 완만하게 떨어져 정유사들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저유가는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 등 수요도 늘지 않고 있어 정유사들의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도 “정유, 석유화학 산업은 유가가 떨어질 경우 매출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는데, 유가하락은 외생변수로 발생하는 것이라서 특별한 대응책이 없다”고 밝혔다.

철광석 가격 하락도 장기적으로는 제품가격 하락을 불러와 철강업계 수익성 제고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철광석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 제품가격도 연동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하락세가 수개월 이상 오래 간다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