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미에서 활동하는 LG디스플레이의 봉사 동호회 ‘꿈을 전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순간 “그냥 그런 봉사 동아리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꿈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알아갈수록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약칭이 ‘꿈전사’라는 대목에서 한 번 놀랐다. 봉사와 전사라니 약간 이상하지 않은가. 봉사를 전사처럼 한다는 것일까? 전투적으로? 결혼식장 축가로 가수 GD의 ‘하트 브레이커’를 부르는 것만큼 이색적이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꿈전사의 방침이다. 이들은 단순히 봉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호흡을 함께 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봉사 동호회와 다르지 않지만, 봉사와 호흡의 시너지를 맞추기 위해 상당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접근하는 점이 새롭다. 어디까지 생각하는 것일까? 이들은 어떤 ‘전사’일까?

▲ 꿈전사 회원들이 아이들과 호흡하고 있다. 출처=LGD

꿈을 전달한다는 행위

2014년 8월 결성된 꿈전사는 구미 지역의 아동센터를 방문해 아이들을 돌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봉사의 마인드. 목공 미니어처와 컬러비즈라는 두 가지 놀이 아이템을 들고 구미지역 아동센터를 찾아가서 소외계층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목공 미니어처와 컬러비즈를 택한 이유다. 꿈전사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두뇌와 정서가 발달된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의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놀이를 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학교 가면 이런저런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친구들 얘기를 들을 텐데 속으로 얼마나 부럽겠나. 그래서 아동센터 아이들도 조금은 특이한 놀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목공 미니어처와 컬러비즈를 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목공 미니어처는 조립장난감으로 조그만 조각들을 끼워 맞춰서 자동차, 배, 집 등의 입체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컬러비즈는 3~5㎜ 정도로 작게 자른 빨대로 캐릭터 모형을 만든다. 모두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놀이의 특성상 정교함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은 혼자 하기가 쉽지 않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꿈전사가 주목한 대목도 여기다. 아동센터에서 하는 대부분의 봉사활동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이 핵심이며 꿈전사 봉사활동도 비슷하다. 그러나 엄마, 아빠의 손길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놀이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색칠도 하고 조립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꿈을 전달하는 행위다. 그것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행위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놀이의 수단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정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 과정을 통해 꿈전사는 아이들의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셈이다. 디테일한 접근법이다.

▲ 꿈전사 회원들이 아이들과 호흡하고 있다. 출처=LGD

“힐링된다, 정화된다”

우리는 봉사를 일종의 ‘시혜’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생각이 굳어지면 그릇된 행위로 분출되며 도리어 역효과가 벌어지기도 한다. 꿈전사는 다르다. 이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스스로를 힐링하기도 한다.

실제로 꿈전사 활동을 하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이들이 가슴을 열고, 그 과정에서 봉사를 하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순간이다. 진원우 씨는 “특별한 재주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봉사는 처음이 중요한 것 같다. 큰 마음 먹고 용기를 내면 열 배 백 배 더 큰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처음에는 어두운 색을 칠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한두 번 지나면 점차 밝은 색을 선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문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아이들 마음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얼마 전에 어떤 아이가 자기는 나중에 커서 목공 미니어처 도면 설계사가 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내 가슴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지역사회공헌과 아이들과의 호흡, 그리고 봉사와 힐링. 꿈전사는 전사가 맞다. 그들은 다만 누군가를 공격하고 아프게 만들기 위한 전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호흡하고 마음을 나누며 스스로를 따스하게 채워가는 봉사의 전사다. LG디스플레이의 따뜻한 정도경영에서 기인한 멋진 동호회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