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동시다발적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하면서 바이오시밀러 가격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과하다고 분석해 주목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지난 10월16일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Abbvie)가 2002년 선보여 지난해 매출 22조원을 기록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용(TNF-α억제제)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이 일제히 유럽에 출시되면서 바이오 시밀러 약가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애브비가 휴미라의 약가를 사실상 원가 수준인 80%까지 인하한다고 발표하면서 바이오시밀러도 제네릭처럼 가격인하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물론 업계에서는 제네릭처럼 그런 가격인하 과당경쟁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현재까지는 지배적이다.

휴미라 가격경쟁이 바이오시밀러의 미래?

화학의약품 복제약인 제네릭 의약품(Generic Medicine)은 오리지널 화학의약품의 특허 만료 이후 동일한 분자구조로 생산한 의약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통해 오리지널과 효능·효과가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받은 약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제네릭은 개별 의약품에 대한 의료비용 절감 효과에 더해 장기적 관점에서 질병문제를 방지하고, 새로운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확대하는 등 국민보건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낸다. 중요한 점은 적정가격으로 환자에게 약을 제공해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다.

오리지널 약 특허가 만료되면 시장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제네릭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은 유사한 안전성과 효능을 지닌 약을 팔기 위해서 영업에서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인하와 불법적인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것이 오랜 기간 국내 제네릭 시장의 문제로 꼽혀왔다.

성기능과 관련한 한 의약품을 예로 들면 오리지널 약이 한 정당 약 8000원 선이라면 제네릭 가격은 대부분 3분의 1(1/3)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제네릭 생산을 주력으로 삼는 제약사들은 이 수준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약가경쟁을 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도 제네릭과 유사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지닌다. 올해 7월 영국 보건의료서비스(NHS)는 지난해와 올해 고가 오리지네이터를 바이오시밀러 등 가격경쟁력을 갖춘 대체 의약품으로 바꿔 연간 약 4700억원의 의료 재정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의약품 비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가 지닌 문제 또한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시장에 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가격경쟁 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바이오시밀러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므로 국내 제네릭 시장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부분도 있다.

▲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럽 진출 기업 현황. 출처=각 제약바이오기업

유럽에 출시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Samsung Bioepis) ‘임랄디’, 암젠(Amgen) ‘암제비타(솔림빅)’, 산도스(Sandoz) ‘하이리모즈’, 마일란(Mylan)·쿄와기린(Kyowa Kirin) ‘훌리오’,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실테조’ 등이 있다.

애브비와 특허 분쟁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휴미라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유럽 시장에 이를 출시하지 않고 미국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베링거인겔하임을 제외하더라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4개다. 업계에서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인하가 가파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찰시장에서 애브비가 이미 2분기부터 가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경쟁기업이 많은 만큼 아달리무맙 가격은 빠르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리차드 곤잘레스(Richard A. Gonzalez) 애브비 대표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휴미라 가격을 10%에서 80%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할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약품 전문지 <피어스파마>(PiercePharma)는 이 같은 전략은 제조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을 80%까지 인하하더라도 수익성이 보존되고, 시장점유율 방어를 통해 2023년까지 미국에서의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바이오시밀러 진출과 오리지네이터의 단가 인하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생산 원가를 최대한 낮춘 상태의 가격경쟁과 비용 지출에도 마진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인하 전조는 이미 나타나…셀트리온 3분기 실적 부진, 트룩시마 때문?

셀트리온의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별도 기준 1993억원으로 전년 동기 2007억원 대비 0.7%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1285억원에 비해 41.3% 줄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단가 조정에 더해 제1공장 증설에 따른 가동률 하락에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 셀트리온 3분기 별도기준 실적(단위 억원). 출처=전자공시시스템(DART), 이코노믹리뷰

셀트리온이 올해 3분기 실적 부진을 나타낸 이유 중 하나로는 트룩시마의 가격인하가 꼽힌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4월 유럽 시장에 출시한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의 공급 단가를 15% 낮췄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Roche)가 판매 중인 ‘맙테라(해외 판매명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트룩시마의 공급 단가를 낮춘 이유로 “가격 정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업 아이큐비아(IQVIA)가 조사한 트룩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분기 출시 18개국을 기준으로 32%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2015년 하반기 유럽 시장에 내놓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판매가는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J&J)의 오리지네이터 ‘레미케이드’ 대비 50%까지 내려갔다.

셀트리온은 자사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유통하는 방법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유통 수수료를 더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풀이된다. 가격인하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입지를 공고히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지만, 가격과열경쟁의 전조 중 하나인 것으로 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바이오시밀러 가격경쟁 당연한 수순…기술력 달라 제네릭 수준까지 안 갈 것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가격 경쟁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에서 휴미라 가격인하 전략에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순항리에 입찰시장 진출을 진행 중”이라면서 “덴마크에서 애브비의 수주 실패로 바이오시밀러 입찰시장 진입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서근희 애널리스트는 또 “영국 NHS는 올해 10월 바이오시밀러 출시 전까지 휴미라와 신규 계약 체결을 중단했다”면서 “초기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 우선 처방과 기존 휴미라 처방 환자를 대상으로 대체 처방을 권고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향후 입찰 성공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경쟁 심화를 전망케 한 애브비의 오리지네이터 약가 인하도 일부 국가에 한정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의약품 업계 관계자는 “80% 인하는 국가 입찰이 진행되는 북유럽 일부 국가에 대한 정책일 뿐, 나머지 유럽 시장에까지 이와 같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은 애브비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브비가 80% 할인한 가격으로 휴미라를 판매할 것이라고 동종업계를 압박한 지역은 노르웨이로 이 국가는 유럽 휴미라 매출의 1~5%를 나타내는 지역이다. 

▲ 애브비의 '휴미라'가 바이오시밀러 업계 위기론에 영향을 줬지만 일각에서는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한국애브비

이 관계자는 또 “가격경쟁은 불가피하지만 합리적인 수순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면서 “제네릭 출혈경쟁 사태 같은 것까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네릭은 화학식만 알 수 있다면 화학공정을 통해 동일한 약품의 복제가 쉽게 가능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분자 구조가 복잡해 개발이 어렵고, 글로벌 임상비용이 막대해 진입 장벽이 높아 수십 개 기업이 뛰어드는 제네릭과 달리 기술력을 갖춰야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시밀러 기업 간의 가격인하는 있겠지만, 유럽 시장 특성상 합리적인 가격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유럽에서는 지속적인 의료 재정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경쟁이 있더라도 유럽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권장하면서 지속적인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바이오의약품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제조업과 달리 의약품 제조업은 한 번 입찰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면 다시 올리기 어렵다”면서 “오리지네이터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도 함부로 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찰 시장도 판매 전략이 다양해 가격인하만이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바이오의약품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 입찰 방법은 각 국가, 지역, 병원마다 다르다”면서 “예로 30%는 오리지네이터, 나머지 70%는 바이오시밀러로 수량을 맞춘다거나, 입찰 제품 중 1등 60%, 2·3등 40%로 비율을 맞추는 등 판매 전략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 입찰에서 가격을 낮췄더라도 다른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할 수 있는 방향성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