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팜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SK바이오팜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SK(주)가 대형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를 통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드러진 성과는 제약바이오 부분에서 나오고 있다.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와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Solriamfetol)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판매 허가와 상업화가 내년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SK(주)의 기업가치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SK(주)의 신약개발 자회사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가 부각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신증권은 17일 SK바이오팜의 신약가치는 6조2172억원으로 추정되며 SK바이오팜의 가치를 기존에는 장부가액으로 반영했다면 이제는 현실화해야 할 때라면서 SK(주)의 목표주가도 37만원으로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혁신신약의 글로벌 상업화는 SK(주)가 ‘글로벌 투자형 지주회사’로 성장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SK(주)는 지난해 총 투자액 1조5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제약바이오와 에너지 등 미래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글로벌 투자에 활용했다. 이 비율은 올해 90%에 이를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이 비즈니스모델 혁신 방법 중 하나로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면서 SK(주)도 ‘글로벌 투자형 지주회사’로의 도약을 본격화한 것이다. 국내 지주사도 배당과 브랜드사용료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사업 확장으로 수익 다각화와 동시에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을 SK(주)가 보여주고 있다.

독자개발 신약 미FDA에 NDA 신청… 대형 M&A로 CMO 신흥강자

SK바이오팜은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기술수출하지 않고 FDA에 신약판매 승인 신청(New Drug Application, NDA)을 제출했다. 세노바이트는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전문성이 필요한 중추신경계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FDA 판매 허가를 받게 되면 2020년 상반기 안에 미국에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미국 재즈(Jazz)와 공동 개발한 신약 솔리암페톨도 FDA에 NDA를 제출해 시판허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주)는 의약품 위탁생산 분야에서 최근 2년 동안 글로벌 M&A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SK(주)는 지난해 아일랜드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인 ‘SK바이오텍 아일랜드’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7월 미국 앰펙(Ampac Fine Chemicals) 인수에 성공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품에 안은 것이다.

SK(주)는 SK바이오텍의 아시아, 유럽 생산 시설과 앰펙 간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판매의 ‘삼각편대’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지속, 2022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두 CMO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날까지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총 40만 리터(40만L)급의 원료의약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앰펙 생산규모를 고려하면 2020년 이후 생산규모는 160만L급으로 늘어나게 된다.

글로벌 CMO 기업 인수와 신약 상업화로 SK는 오랜 목표였던 R&D부터 생산,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글로벌 종합제약사로의 도약’에 바짝 다가서게 될 전망이다.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나 노바티스(Novatis) 같은 글로벌 제약사는 신약 하나로 조 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영역 고성장 기업에 투자

SK(주)는 에너지 영역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북미 최대 천연가스, 원유 생산지의 고성장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셰일가스 기업인 G&P(Gathering & Processing) 기업인 유레카(Eureka)에 이어 올해 5월 셰일원유/가스 G&P 기업인 브라조스 미드스트림(Brazos Midstream)에 2.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G&P는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모아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송하는 개더링과 이송된 천연가스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최종 소비자에게 운송 판매하는데 적합하도록 가공하는 프로세싱 서비스 사업이다.

유레카 투자 후 두 달 여 만에 600만 달러의 4분기 배당액을 확보하는 등 조기에 투자 수익을 창출한 것은 업계의 화제였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글로벌 투자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확보한 SK(주)가 전문 투자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선제적으로 고성장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에 힘입어 미국 정부는 대규모 셰일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등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내년까지 현 2배 수준으로 운송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이후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보인다.

SK(주) ‘모빌리티’에도 투자,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협력 가속

SK(주)는 글로벌 투자를 통해 미래 신기술과 산업 트렌드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모빌리티(Mobility) 분야다. 지난해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1위 P2P(Peer to Peer) 기업 투로(TURO)에 투자했고, 말레이시아에 쏘카와 합작법인을 세워 한국형 카셰어링의 글로벌 진출을 알렸다. 올해 상반기 동남아 1위 카셰어링 기업 그랩(Grab)에 대한 투자는 SK(주)의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 확장에 있어 가속 페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랩은 올 초 총 20억달러(약 2조원)에 이르는 펀딩을 실시했다. 그랩에는 대주주인 중국 디디추싱과 일본 소프트뱅크도 SK(주)와 함께 지분투자에 참여했다. SK(주)는 카셰어링 글로벌 탑3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통해 시장 선도의 기회를 쥐었다.

폭증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수요에 물류영역 진출

SK(주)는 급증하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수요에 발맞춰 핵심 인프라사업인 물류영역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2위 물류센터 운영기업인 ESR(E-Shang Redwood Group) 지분 11.77%(약 3720억원)을 신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추가 지분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ESR은 중국 대표적 온라인몰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외에도 아마존, H&M 등 주요 200여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가까운 시일 내 기업공개(IPO) 전망도 높아져 SK(주)로서는 단기간에 고수익 확보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SK(주)가 물류센터 사업에 주목한 것은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 성장 때문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중국 내 전자상거래 규모는 연평균성장률 36%를 기록하며 올해 말까지 미국 시장의 약 2.5배인 1000조원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물류센터 산업도 2013년 23조에서 2016년 42조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후에도 연평균 15% 성장이 예상돼 다수의 글로벌 투자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