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5% 하락했지만, 서울은 강남4구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출처=한국감정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서울 강남4구를 비롯한 지역에서 주택가격 하락폭이 줄고 있다. 서울 전체와 수도권을 비롯해 5개 광역시의 하락폭은 줄어든 반면 8개도의 하락폭은 여전히 과잉공급의 영향으로 0.01% 늘어났다. 그러나 경기상황과 지난 시기 폭등을 감안할 때 하락세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13일 발표한 지난 10일 기준 ‘12월 2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는 0.05% 하락했다. 이는 지난주 하락폭을 유지한 수치지만, 내용은 상이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지난 12월 1주 –0.03%에서 –0.02%로, 서울은 –0.06%에서 –0.05%로 하락폭이 주춤한 모양새다.

감정원이 집계한 공표지역 176개 시군구 가운데 지난주보다 상승한 지역은 35개로 유지됐고, 보합지역은 31곳에서 25곳으로 감소, 하락지역은 110곳에서 116개로 증가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하락폭이 줄어든 반면 부산과 전북지역의 하락은 거세졌다. 대전은 지난 12월 1주 0.05%에서 2주 0.17%로 크게 상승하면서 이들 하락지역과 대조를 보였다.

수도권은 인천 0.03% 상승, 경기도 0.01% 하락하면서 전체 –0.02%의 하락을 보였다. 0.05% 내려간 서울이 수도권 전체의 하락을 견인한 셈이다. 감정원은 9.13 대책과 금리인상 등의 불확실성이 시장 참여자들을 관망세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서울의 모든 구에서 보합 내지 하락이 이어지며 지난주의 하락세를 유지했지만, 하락폭은 다소 줄어든 분위기다.

강북 14개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4%의 하락을 지속했다. 종로구와 중구는 보합으로 전환된 가운데 지난 몇 달간의 급등 피로감과 거래절벽이 지속되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중구는 2017년 8월 2주 이후 68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한 것이다.

강남 11개구는 –0.08%에서 –0.07%로 하락폭이 줄었다. 그간 급등한 단지와 재건축 단지에서 급매물이 출현하고 있고, 매수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지난주 보합을 보인 금천구와 관악구가 각각 –0.05%, -0.03% 하락했다.

그러나 서초구는 정비사업이 전개되면서 지난주 –0.11%에서 –0.05%로 하락폭이 급감했다. 서초구 뿐 아니라 같은 기간 강남구는 –0.17%에서 –0.14%로, 송파구는 –0.16%에서 –0.11%로, 강동구는 –0.07%에서 –0.05로 서초구를 추격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원혜진 한국감정원 연구원은 “강남권의 가격 하락폭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하락 추세는 가격 하락과 정체가 반복되면서 이어진다”면서 “강한 하락은 아니지만, 하락폭보다 추세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원혜진 연구원은 “급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더 내려갈 여지가 있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하락 추세가 탄력을 받진 못 한 상황”이라면서 “강남권은 관망세가 우세하고, 재건축 단지와 과거 급등한 단지가 내려가는 속도가 늦춰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또한 원 연구원은 “새로운 규제가 시행 중이고, 개편된 청약 제도도 새로 적용되는 등 복합적인 효과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이 지난주 하락폭을 다소 상쇄한 가운데, 대전광역시가 0.17%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처=한국감정원.

인천지역은 검단신도시 대비 저평가됐지만 분양·교통 호재를 보인 서구와 수요 대비 신규 공급이 부족한 계양구 등의 영향으로 지난주에 이어 0.03%의 상승폭을 유지했다.

경기도 역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0.03%에서 –0.01%로 하락폭이 줄었다. 구리 지역은 역세권 단지, 신규 분양가 대비 저평가된 단지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면서 0.35% 상승했다. 수원 장안구도 인덕원선 개통예정 등 개발호재와 함께 정자동 재개발지역 이주 영향으로 0.31%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5대 광역시 가운데선 대전이 0.17% 상승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대전 서구는 도안신도시의 분양 시장 호조와 학군우수지역의 저평가 지역이 상승하면서 0.45% 상승했고, 대전 대덕구는 정주여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0.13% 올랐다.

원혜진 연구원은 “도안신도시의 분양 상반기 효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8월 초 해당지역이 전국 사상 최고치의 경쟁률인 537.5:1을 기록하면서, 갑천호수공원과 학군 선호도 높은 둔산동 주변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8개도는 종전의 하락률인 –0.11%에서 더 떨어져 –0.12%를 기록했다. 충북과 경북지역이 각각 –0.17%를 기록했고, 충남은 –0.12% 하락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엔 수요와 공급이 크게 어긋나 부동산이 경기와 별개의 영역인 것처럼 인식됐지만 지금은 자가주택인가 아닌가의 문제일 뿐 주택 보급률은 100%에 수렴하고 있고, 어느 정도 전반적인 경제기류와 함께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금의 하락은 %의 문제일 뿐,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영곤 교수는 “부동산 정책이 강남만 바라봐선 안 된다”면서 “명품옷이 옷의 기준이 아니듯 부동산도 평균값을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강남구, 서초구 등은 떨어질 땐 다른 곳보다 덜 하락하고, 오를 땐 다른 곳보다 많이 오른다”면서 “이번 하락폭 감소는 그러한 경향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이미 여유 자금 또는 강남지역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겐 ‘버틸만한 조건’이 형성돼있다면서 “강남 내 인기지역 외 하락이 평균 하락률을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08% 하락했고, 서울 역시 동남권의 대규모 신규입주가 예고되면서 -0.06%의 하락폭을 유지했다. 출처=한국감정원.

전국 전세가격 역시 –0.08% 하락하면서 지난주의 하락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0.06%, –0.08%를 유지했고, 지방 역시 –0.07%로 같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5대 광역시는 –0.06%에서 –0.05%로 다소 하락폭이 줄었고, 8개도는 –0.09%에서 –0.12%로 하락폭이 늘어났다. 세종시의 전세가격은 0.73%에서 0.78%로 뛰었다.

-0.06% 하락한 서울지역은 출퇴근 수요 등에 맞춰 일부 지역은 상승했지만 동남권 신규입주물량 증가가 기대되면서 대다수 지역이 하락 또는 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감정원은 분석했다.

강북 14개구는 노후단지 위주로 하락세가 지속돼 –0.03%를 기록한 반면, 강남 11개구는 서초·동작·강동구 등지의 대규모 신규입주예정지가 가시화하면서 –0.08% 하락했다.

특히 서울 동남권 입주물량과 함께 11월 약 3200가구가 입주한 하남시는 주변 지역 전세가격이 안정되면서 유입이 줄었고, 이에 따라 –0.66%의 하락률을 보였다.

인천은 학군·교통이 양호한 서구·부평구 지역은 상승했지만, 송도와 영종국제도시의 공급이 증가하면서 연수구, 중구 등이 하락해 인천 전체 –0.05%를 기록했다.

8개도 가운데선 산업단지 주변으로 직주근접수요가 꾸준한 전남지역이 0.01% 상승했다. 반면 강원도는 신규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보합을 보인 태백시를 제외한 모든 곳이 하락해 –0.17% 떨어졌다.

세종시는 종전의 상승폭인 0.73%를 넘어 0.78%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행복도시 안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아름동 지역 위주로 상승한 것으로 감정원은 분석했다.

이에 대해 원혜진 연구원은 “변동률로 보면 과열 양상이지만, 세종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라면서 “신규입주가 마무리됐고, 행정안전부의 추가 이전이 결정되면서 미리 계약하려는 수요가 생겨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원 연구원은 “전세 매물이 부족하고, 또한 이전 가격을 찾아가는 경향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