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면접 절차를 대신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출처= Steemi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면접관이 전화로 묻는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귀에 익은 질문이다.

“당신의 한계를 넘어 일했던 경험을 말해 보세요” “고객에게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때 어떻게 말하나요?”

하지만 이 전화 면접에는 반전이 있다. 전화 건너편 상대방 쪽에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수십 년 만에 가장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유능한 후보자들을 붙잡기 위해 고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과거와 같이 진지하게 묻고 답하는 면접을 생략하고, 지원자들이 일련의 질문에 대해 답을 녹음하는 일방적이고 자동화된 의사소통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음성 메일을 남기는 것과 유사하다. 단지 지원자들만 한 쪽에서 말하고 있을 뿐이다.

실험실 시험 전문회사 퀘스트 다이어그노스틱스(Quest Diagnostics), 병원 운영회사 HCA 헬스케어(HCA Healthcare Inc.), 보험사 올스테이트 인슈어런스(Allstate Insurance), 그리고 많은 소매 회사들, 식당 체인점, 법률 회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직원을 채용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 5월에는 한 취업 사이트가 기업들이 추가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지원자를 평가하기 위한 일련의 문자 및 음성 기반 면접 테스트 기술을 소개했는데, 여기에는 일방적인 전화 인터뷰 방식도 포함되어 있어, 소규모 기업들도 채용 과정에서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제레미 마페이는 지난 10월, 플로리다의 한 마케팅 대행 중소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에 지원한 후 난생 처음으로 자동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10분도 채 안 걸렸지만 파페이는 그 자동 면접 기계가 자신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히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었다며, 자신의 가장 큰 성공과 실패 경험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자신의 말을 듣는 상대방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매우 비인간적인 방법입니다.”

인디애나주 사우스 벤드(South Bend)에 사는 49세의 밥 리치는 최근 몇 달 동안 두 차례의 자동 전화 인터뷰를 했다. 예술단체의 영업 이사 자리였는데, 이 중 한 번은 인터뷰가 45분이나 이어졌다. 그는 “자동 전화 인터뷰가 전화기를 집어 던지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했다.

재무 업무에 30년 경력이 있는, 캘리포니아주 테메큘라에 사는 달렌 라시넬리는 최근 두 번째 자동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는 텍사스의 한 제조업체에서 재무 담당자에 지원했는데, 자동 전화 인터뷰에서는 회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할 수 없어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동 시스템이 그녀에게 자신이 생소한 주식 문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더 이상은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통화를 끝냈다고 말했다.

▲ 자동 전화 인터뷰에서는 회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할 수 없어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출처= WSJ 캡처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그러한 인터뷰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지원자에게도 편리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지원자는 퇴근 후에라도 언제든지 면접을 볼 수 있고, 회사의 채용 관리자는 다음날 그의 응답을 검토할 수 있다. 어쨌든 회사들은 목적(채용 과정의 속도)을 달성하니까.

실업률이 3.7%로 떨어지고 실업자들 수보다 일자리가 100만개나 더 많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고용을 마무리하기를 원한다고 취업 전문가들은 말한다.

구직자들을 돕는 취업 알선 컨설팅 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 Inc.)의 앤드류 챌린저 부사장은 “기업들이 마치 ‘준비, 조준, 사격’ 하는 식으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일방적 전화 인터뷰 방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여러 면에서 직관에 반하는 것이다. 자동화 동영상이나 텍스트 인터뷰 같이 보다 발전된 채용 기술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그런 기술보다 일방적 전화 음성 면접 방식을 더 좋아한다. 특히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를 고용할 때에는 이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고객사의 채용 업무를 대행하며 매년 15만명의 근로자를 뽑는 위스콘신의 인력채용업체 시엘로(Cielo)의 글로벌 기술 솔루션 부문 수석 부사장 애덤 고드슨은 지원자들이 인터뷰를 끝까지 이행하는 확률이, 비디오보다 오디오 인터뷰가 훨씬 더 높다고 말한다.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접근할 필요가 없어, 자신의 외모나 전화할 장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엘로의 고객사인 퀘스트(Quest)도 자동 전화 인터뷰를 사용해 채혈 전문의, 표본처리기사 등을 고용한다. 퀘스트의 인사담당 임원인 라라 가텐베르크는 지원자들이 대개 밤에 인터뷰를 하면, 필리핀이나 싱가포르의 시엘로 지부장들도 그들의 인터뷰 응답을 검토할 수 있으며, 미국의 채용 담당자는 다음날 아침 그의 응답을 학인하고 지원자가 컷을 통과하면 다음 면접 일정을 잡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자동화된 인터뷰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밀워키의 하퀸(HarQen LLC)은 법률 회사, 병원, 채용대행회사 등 150개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올스테이트(Allstate)와 HCA 같은 회사들도 인터뷰 소프트웨어 기술 전문회사인 몬티지(Montage)가 만든 자동화 음성인터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폐기물 관리 회사 트래시 하울러(Trash-hauler Waste Management)도 운전기사와 기능직 사원 등 회사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뽑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온디맨드 음성 인터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멜케야 맥더피 채용담당 부사장은 “이 방식을 사용해 채용 과정이 5~7일 단축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