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L바이오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ABL바이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2016년 설립된 국내 이중항체의약품 전문 개발 기업 ABL바이오가 공모가를 확정하고 이달 19일 상장을 추진한다.

ABL바이오는 12일 공모가 1만5000원(공모금액 900억원), 공모주식수 600만 주를 확정했다. 공모가 기준 상장시 시가총액은 6688억원이다. 상장주선인 의무인수 금액과 발행제 비용을 고려할 때 공모 순수입금은 약 858억원으로 2022년까지 연구개발비와 설비 구입, 운영 자금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코스닥 상장기업 소개에 따르면 ABL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이용해 23개의 파이프라인을 연구개발(R&D) 중인 이중항체의약품 개발 전문 바이오기업이다.

▲ ABL바이오 이중항체 개발 플랫폼 모식도. 출처=ABL바이오
▲ 다양한 이중항체 플랫폼 모식도. 출처=신한금융투자

이중항체의약품은 약물 하나의 구조 내에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을 타겟을 보유한 항체의약품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단일항체의약품에 비해 우수한 효능과 낮은 독성과 비용 등의 장점이 있다.

ABL바이오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ABL001’이다. 이는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로 혈관내피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해 세포 증식이나 혈관신생을 촉진하는 당단백인 VEGF와 암 조직 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DLL4를 동시 타겟으로 잡아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나타내는 이중항체의약품을 국내 임상1상이 진행되고 있다.

ABL001은 지난달 30일 미국계 제약사 트리거 테라퓨틱스(TRIGR Therapeutics)와 계약금 500만달러, 개발 성공시 대가 등에 따른 총 계약규모 5억9000만달러로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이 후보물질은 국내 임상1a상 완료 후 2019년 3분기에 트리거에서 글로벌 임상1b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ABL001은 또 임상 진행 중인 위암뿐만 아니라 대장암, 난소암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할 예정이다. 약물 기전상 비정상적인 혈관 생성으로 시력에 악영향을 주는 안구질환에도 사용이 가능해 트리거에 기술수출 계약을 할 때 항암 분야뿐만 아니라 안구질환 분야로도 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정했다.

ABL바이오는 올해 7월에도 트리거 테라퓨틱스와 T세포 관여 면역항암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을 포함, 5개 후보물질로 계약금 430만달러, 마일스톤 등에 따른 총 계약규모 5억5000만달러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제약사와는 동아ST, 유한양행에 T세포 관여 이중항체를 기술이전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ABL바이오의 파이프라인에는 I-Mab과 공동 연구 중인 PD-L1계열 면역항암 이중항체 등 글로벌 이중항체의약품 개발 트렌드에 맞는 것이 있다”면서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기업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연구 중인 후보물질들도 있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앞세운 연구개발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글로벌 이중항체의약품 시장 규모 추이와 전망. 출처=신한금융투자

ABL바이오가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는 글로벌 이중항체 의약품 산업이 성장 중인 점이 꼽힌다. 배기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이중항체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억8000만달러에서 2030년 93억달러까지 연 평균 34%씩 고속 성장한 전망이다”면서 “약물의 타겟 시장이 혈액암 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안구질환 등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까지 승인된 이중항체의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암젠(Amgen)의 재발성 또는 불응성 급성 림프모구림프종 치료제 ‘블린사이토 주(Blincyto, 성분명 블리나투모맙)’과 글로벌 제약사 로슈(Roche)의 혈우병A 치료제 ‘헴리브라 주(Hemlibra, 성분명 에미시주맙) 두 개 뿐이다.

▲ 암젠(Amgen)의 블린사이토 주 매출 추이와 전망(왼쪽)과 로슈(Roche)의 헴리브라 매출 추이와 전망. 출처=블룸버그(Bloomberg), 신한금융투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블린사이토 주, 헴리브라 주를 각각 2014년, 2017년 승인했다. 두 이중항체의약품은 각각 올해 예상 매출액 2억3000만달러, 1억9000만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출시 1년 만에 1억달러를 돌파한 헴리브라 주는 2020년 매출액 1조원 돌파가 전망돼 이중항체의약품으로는 첫 블록버스터 약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기달 애널리스트는 “ABL바이오 등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주요 바이오기업의 공통점은 이중항체 개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중항체 개발 기술이나 인력이 없는 글로벌 제약사에게 파이프라인의 수와 임상 단계에 상관없이 플랫폼 자체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