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프림 뉴욕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삼성전자 협력 관련 공식 입장. 출처=슈프림 뉴욕 공식 인스타그랩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슈프림은 삼성과 협력하지 않습니다. 베이징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거나 메르세데스 벤츠 런웨이에도 참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은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며 위조 조직에 의해 잘못 전파되고 있습니다”

▲ 슈프림 CEO라 주장하는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중국 법인 웨이보

10일(현지시각) 슈프림 뉴욕 공식 인스타그램(@supremenewyork)에 개제된 글이다. 무슨 일일까?

사건은 중국에서 벌어졌다. 삼성전자 중국 법인이 갤럭시 A8s를 발표한 뒤 슈프림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선언했으며, 무대 위로 슈프림 CEO를 주장하는 두 사람이 올라와 삼성과의 협업을 계기로 한 향후 슈프림의 중국 진출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019년 베이징 싼리툰에 7층 규모의 슈프림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슈프림 패션쇼를 개최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 슈프림 이탈리아 홈페이지. 출처=슈프림 이탈리아

문제는 삼성전자의 무대에 올라온 이 사람들이 진짜 슈프림 CEO는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손잡은 건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짝퉁 슈프림이다.

이를 설명하려면 우선 슈프림과 슈프림 이탈리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슈프림은 1994년 설립된 뉴욕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다. 루이비통, 리모와와 컬래버레이션을 할 정도로 전 세계 스트리트 패션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200만명을 훌쩍 넘고 기업 가치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슈프림의 유일한 약점은 상표권이다. 일반적인 명사나 형용사가 상표권으로 등록될 수 없는 탓에 슈프림(Supreme)은 짝퉁 저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와 손잡은 슈프림 이탈리아가 좋은 예다. 슈프림 이탈리아는 슈프림의 박스 로고를 사용한 의류와 액세서리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지난 8월 진짜 슈프림은 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탈리아 법원은 “슈프림 이탈리아의 제품과 슈프림 제품 사이의 유사성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슈프림 이탈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냉정하게 말해 슈프림 이탈리아는 '합법적인 짝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10일(현지시각) 삼성전자 중국 법인이 슈프림과의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짝퉁 슈프림으로 알려졌다. 출처=삼성전자 중국 법인 웨이보

하입비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중국 법인의 디지털 마케팅 매니저 레오 라우(Leo Lau)는 “우리는 슈프림 뉴욕이 아니라 슈프림 이탈리아와 협력하고 있다”며 “슈프림 뉴욕은 중국에서의 영업과 마케팅이 허가되지 않았지만 슈프림 이탈리아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제품 판매 및 시장 인증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본사 관계자는 “해당 일에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현재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