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대도시 외곽에 대형 매장을 상징으로 여겨온 이케아가 전략을 바꾸고 있다.    출처= IKE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그동안 대도시에 커다란 청색과 노란색의 스웨덴식 미트볼 모양 로고를 새긴 대형 매장을 상징으로 여겨온 이케아가 그런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내년 봄 맨해튼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에 1만7530평방피트(500평) 규모의 전시관을 연다고 발표하면서, 이 전시장은 고객들이 소파, 캐비닛, 가전제품 등으로 가득 찬 미로 같은 통로를 가로지르고, 푸드 코트에 들러 식사를 할 수 있는 통상적인 30만평방피트(8500평) 규모의 매장과는 다른 접근 방식임을 강조했다.

보다 저렴한 가정용 가구의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이케아가 이런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전략을 정비하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전자상거래 거인 아마존, 온라인 가구 업체 웨이페어(Wayfair), 온라인 생필품 쇼핑몰 오버스탁닷컴(Overstock.com)과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생활용품 전문점 컨테이너스토어(Container Store), 주방용품 전문쇼핑몰 윌리엄소노마(Williams-Sonoma) 같은 곳이 소형 홈 장식품들로 이케아를 압박하고 있으며, 타깃(Target) 같은 슈퍼 체인도 주방 및 화장실 용품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케아 매장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스웨덴의 지주회사 잉카 그룹(Ingka Group)은 지난 11월 전 세계 직원의 5%에 해당하는 약 7500명을 해고하면서도, 향후 몇 년 안에 전 세계 주요 도시에 30개의 소규모 점포를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케아의 라르스 피터슨 미국법인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매시장이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바뀌고 있다. 도시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이런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온라인 픽업 서비스인 디지털 고객 센터에 투자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온라인 단기 아르바이트(이른바 긱 근로자 ‘Gig Worker’) 중개 서비스 회사인 태스크래빗(TaskRabbit)을 인수하는 한편, 지난 몇 년 동안 소형 매장을 계속 추가해 왔다.

이번에 발표한 맨해튼 매장은,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 내 공간을 극대화하고 설계 및 보관 옵션에 대해 상담까지 원하는 뉴욕 시민을 타깃으로 한다.

피터슨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이케아는 매장을 방문하고는 싶지만 차를 갖고 있지 않거나 가구를 보러 도시 외곽까지 나가기를 원치 않는 젊은 도시 쇼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케아는 이미 뉴욕 브루클린에 매장을 가지고 있고 인근 3개 주에도 3개의 매장이 있지만, 맨하탄 입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 리테일(GlobalData Retail)의 닐 손더스 전무는 “이케아는 사람들이 원하는 위치에 있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매우 잘 의식하고 있다”면서 “옛날의 대형 매장들은 흔히 어디에든 ‘큰 매장을 지으면 사람들이 오게 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그런 전략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이케아의 맨해튼 ‘스튜디오’(그들은 이 매장을 그렇게 불렀다)는 편리함과 고객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처= IKEA

이케아는 맨해튼에 새로 계획하고 있는 ‘스튜디오’(그들은 이 매장을 그렇게 불렀다)를 아직 설계 중이며, 따라서 많은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케아가 새로 도전하고 있는 이 개념은 편리함과 고객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매장에서는 무엇이든 한정판으로 판매할 예정이며, 큰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식당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품목은 현장 구매보다는 배달만 가능하다.

이케아는 미국의 전국 슈퍼마켓 체인인 타깃, 백화점 노드스톰(Nordstrom), 중저가 매장 달러 제네럴(Dollar General), 건축자재 전문매장 홈디포(Home Depot), 굿이어 타이어(Goodyear Tire) 같은 소매업체들과 유사한 전략을 따르고 있다. 이런 회사들도 최근 몇 년간 매장 규모를 줄이며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진입해 신규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달러 제네럴은 최근 랠리(Raley), 내슈빌(Nashville), 필라델피아(Philadelphia)의 도심에 일반 매장 크기의 약 절반인 DGX 매장을 열었다. 굿이어도 지난 10월에 워싱턴 D.C. 한복판 쇼핑센터 옆에 전시장을 열었다.

타깃은 대학 캠퍼스와 도시 거리 모퉁이에 소형 매장을 개설해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 2017년에 소형 매장을 30개 오픈했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매년 30개 이상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월 타깃의 소형 매장에 대해 “높은 매출 생산성으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도심의 소형 매장은 과거에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던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어스와 니만 마커스 백화점 임원을 지낸 스티브 데니스는 이케아의 콘셉트 매장은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매 업체들이 판매 품목을 지나치게 줄이면 브랜드 정체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브랜드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소형 매장의 단촐한 제품 진열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면서 “새로운 콘셉트가 술에 물 탄 듯 어중간한 느낌을 줄수록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